이제 세살되는 비숑인데
얼굴은 말티즈 같고 다리는 푸들만큼 길고 가늘고
꼬리는 비숑처럼 한번 꼬여서 등짝에 딱붙어 있어요.
퇴근해서 집에 가면
낮동안 녀석이 중문을 항상 20센티쯤 열어놨다가
문이 열리면 그사이로 몸만 쏙 나와서 반갑다고 난리난리~
늘 그렇게 모든 식구를 환영해주는데
남편 말이 내가 없을땐 나와보지도 않는대요.
엎드려서 눈만 뜨고 꼬리를 성의 없이 흔든다고 하네요.
화장실가서 세수하거나 물을 틀면
녀석은 곧장 몸을 돌러 자기 켄넬 안으로 들어가서 안나와요.
그러다 양치하는 소리가 들리면 화장실로 들어와서
제 종아리에 촉촉한 코를 계속 갖다대면서 존재를 알리는데
이건 손에 물을 받아서 저를 달라는 행동이에요.
바가지에 떠주면 할짝거리다 말구요.
떠놓은 물을 잘 안먹어서 자동급수기를 샀는데
시끄러워서 꺼놓으면 앞발로 급수기를 탁탁치다가 뚜껑을 날려버리고
남편이 밥줄까 하면 좋아서 벌떡일어나 앞장서더니
이젠 말만 할거 같으니까 남편이 일어설때까지 쇼파 끝에서 안내려가고 기다리다
다시 돌아와 남편 입과 어깨를 발로 쳐요.
사람 음식을 안주는데
그럼 남편이 앉는 방향 맞은편 벽에 기대 앉아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계속 남편만 쳐다보고
티비 보면 티비앞에 다시 자리 잡고 쳐다보고 있어요.
산책갔다 돌아오면,
거실 한바퀴 돌고, 애들 방문 앞에 가서 있나 없나보고
안방가서 남편 왔는지까지 다 찾아본다음 쉬고
정말 사람 딸보다 더 자상하고, ㅎㅎㅎ 귀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