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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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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일지) 프리퀄은 아니고 그냥 엄마 이야기입니다.

리메이크 조회수 : 2,881
작성일 : 2022-06-05 19:46:18

< 산포 엄마 이야기 >

 

 

엠병! 논두렁에 꼴아박히고 나서도 밥을 안쳐야 되니...

 

밭일도 아니야, 응?

정신없이 자라는 거에~~~~ 덩달아 정신없이 뿌리고 거두고

아이고~~~ 더는 못해 내가(훌쩍)

자기는 밥 먹고 나서 숟가락 딱 놓고

밭으로 가고 공장으로 가면 그만이지만

나는 공장으로 밭으로 쫓아다니면서

집에 수~~~~~~십 번 들락거리면서

가스 불 켰다 껐다

이건 뭐~~~ 빨간 날이 있길 해 뭐가 있길 해?

365일 매일(훌쩍),

교회 다닐 때는 그나마 하루라도 쉬었지

그거 싫어서 교회도 다 때려치운 양반이

나아~~~! 이제 교회 다닐 거에요오!

아휴 진짜 어디가 고장이 났나, 왜 이렇게 땀이 나아? 쯔,,,,,

아휴, 아휴, (수건으로 땀을 닦고 코를 훌쩍이며 ) 휴우......

 

 

그때 끝냈어야 했다.

 

아휴, 엠병 그때 그냥 깨끗하게 돌아섰어야 되는 건데

나 아니면 무슨 여자가 없을까 봐 눈도 못 마주치고 가는 거

그거 안쓰러워서 내가 여태까지 밥을 해다 바치고 앉았다.

 

내가 공장이면 공장, 밭일이면 밭일, 살림이면 살림 뭐가 됐든 두 가지만 했으면

 

나이 60 넘자마자 무릎 인공관절 수술하고 뻣대다리가 되서 다리도 제대로 못 굽히지는 않았을텐데

뭔 팔자가 이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일만 넘쳐 나는지.

씽크대 잡부도 좀 대충 쓰지 까다로워서 사람 꼴도 못 봐 내가 뒤치닥거리하게 만들고

심기만 하면 뭔가는 열리니 노는 땅을 못 봐

이거 저거 심어 대는 양반 떔에 진짜 죽을 지경이다.

고집은 또 좀 쎄. 창희 좀 도와주지 그 좋은 기회를 날리고.......

말은 많아도 성건지고 책임감도 있는 앤데

철부지 때 사고 좀 쳤다고 여지껏 사고뭉치 취급을 하고

그래도 가장이라고 역성은 들어주지만

아휴....... 융통성 없고 일 욕심만 많은 양반........

 

애들은 또 애들대로 서른이 훌쩍 넘은 녀석들이 결혼도 못 하고 있고

몸도 마음도 천 근 만 근이다.

 

 

 

 

 

아무튼 우리 딸들만은 사람 찜 쪄 먹는 일 지옥 속에 처박히게 할 수 없지

 

 

늦었지만 기정이가 만난다는 사람 한 번 스~~~을~~~쩍 보고 오니

그렇~~~~게 마음이 좋을 수가 없다.

사람이 훤~~~칠하니 반듯해 보이고 속도 좋아 보이고

여자 아낄 줄 아는 남자 같아 어~~~찌 흐뭇한지

걸음이 날아갈 것 같이 시장까지 내쳐 왔는데

순대국집 여자는 대체 무슨 소리람?

 

 

미정이가 개를 잃어버렸다고? 펑펑 울면서 지나갔다고?

 

 

 

그때야 깨달았다.

 

나는 미정이가 숫기는 없어도 무던하고 자기 일 야무지게 하는

든든한 막내로만 여기고 이뻐했는데

미정이가 구 씨가 갑자기 떠났어도

울기는커녕 미운 소리 한 번 안 해서

그리 깊은 사이까진 안 갔나보다 했는데

미정이가 저렇게 속이 상해 다녔는데

그걸 남이 말해 줘야 알다니......

 

그러고 보면 기정이는 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애라 인정머리 없다 여겼는데

그게 나았던 걸까......

 

아... 그랬구나......

어렸을 때부터 남들 다 나가놀 때 씽크대 서랍 만들어 주는걸

재밌어서 한다고 평생을 오해한 거구나.......

 

이렇게 힘든 걸, 꾹 참고 견디는 앤 걸

그저 착하다 대견하다 칭찬만 했구나.

그 여린 속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질 못하고

부모한테 힘들다 소리 한 번 못하고 크게 하다니.......

 

직장 다니는 애를 주말까지 알뜰히 밭일로 부려 먹다

근본도 모르는 남자랑 정들게 한 내가 죽어야지.

그 이가 일 잘하고 성실해서 내 짐을 덜어주니 그게 너무 고맙고 듬직해서

뭐해 먹고 살았던 인간인지 말리지도 않고

그리 책임감 없이 떠나버릴 놈인지도 모르고......

아휴, 엠병 내가 죽어야지......

아이구 어쩌나 우리 미정이......

 

 

...엄마가,

 

 

미안해........

 

 

 

 

 

--------------------------------------

앞에 16줄까지는 베이비 드라이버 용달 버전 찍다가 논두렁에 꼴아박힌 날 풀어놓은

주옥 같은 넋두리라 죄다 받아 썼구요.

 

그 이후가 대략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엄마의 속내입니다.

진부한 이야기가 될 듯해 지나치려다

13화 엄마 연기를 보니 또 마음이 울컥해서 그냥 씁니다.

 

 

IP : 125.183.xxx.24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6.5 7:48 PM (60.99.xxx.128)

    와! 원글님!
    멋져요.
    혹시 로설한편 써보세요.
    완전 잘하실듯요.
    조아라 이런곳에 연재하셔도 되겠어요.

  • 2. 그날
    '22.6.5 7:51 PM (220.117.xxx.61)

    그날 너무 가슴아파서
    보면서 속상했어요
    엄마가 울면서 가는 뒷모습

  • 3. ㅇㅇ
    '22.6.5 8:13 PM (121.168.xxx.71)

    몇번을 다시 보고 있는데 볼때마다 눈물 찔금거려요.
    개잃어 버렸다고 울고 가는 미정이랑 그 얘기 듣고 울면서 가는 뒷모습의 엄마랑 둘 다 어찌나 짠한지...
    리메이크님 글 보면서 또 울고 있네요.
    저번 염미정 프리퀄도 너무 좋았고 엄마글도 정말 좋네요.

    개인적으로 유기견 두환이글 기다려 봅니다^^

  • 4. 어쩜…
    '22.6.5 8:20 PM (218.37.xxx.207)

    눈물이 주르륵ㅜㅜ
    구씨 미정이 글도 잘 읽었어요.
    원글님 감사합니다.
    구씨의 프리퀄을 읽으며 미정이의 당신을 업고 싶다라는 대사의 의미가 절절하게 느껴졌고
    미정이의 프리퀄을 읽으며는 미정이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조금은 안쓰러웠어요…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글을 읽으니 왜이리 눈물이 나죠…
    좋은 글 감사해요

  • 5. 리메이크
    '22.6.5 8:22 PM (125.183.xxx.243)

    실은 지금 삼식이 프리퀄 쬐금 쓰다
    엄마로 간 건대요.

    이게 서사가 많은 인물은 프리퀄이 진부해지고
    서사가 너무 없는 인물은 상상력의 빈곤으로 쓸 말이 없는


    그런 거네요.
    아무튼 쓰더라도 잘은 못 쓰겠다가 결론이에요ㅎㅎ

  • 6. 님 좀 짱인듯
    '22.6.5 8:30 PM (87.178.xxx.92) - 삭제된댓글

    원글님 글 엄마심정 풀어서 쓴 것 너무 좋고, 이해가 쏙쏙 되네요.
    다시 그 회차때의 충격이 생각나요.

  • 7. ㅇㅇ
    '22.6.5 8:59 PM (175.207.xxx.116)

    저는 창희가 구씨를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것도 마음
    아팠어요

  • 8. ...
    '22.6.5 9:28 PM (116.34.xxx.114)

    엄마는 원글님 글대로 그 심정이었을 거 같아요.
    잘가요.엄마

  • 9. ...
    '22.6.5 9:58 PM (182.222.xxx.179)

    너무 슬프네요
    미정이 마음 알게되고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힘들어했다는걸 알고 어머니가 시장을 돌아다니며 우는 뒷모습
    너무 슬펐어요
    작가랑 연출 배우 모두 추앙합니다!!

  • 10. 기다립니다
    '22.6.6 12:33 AM (119.64.xxx.28)

    등장인물 프리퀄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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