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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과 유연성 사이에서

조회수 : 945
작성일 : 2022-06-03 09:04:07
전 남의 언행과 내 언행을 유독 잘 기억하는 편 입니다.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10여년 전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사건을 하나 겪고 나서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과 그 사람이 한 말을 잊지 않는 것은 백만광년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잊혀질 권리라는 건 인터넷 게시물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 아님을 알았죠. 그 뒤론 의식적으로 우연히 듣게 된 남의 비밀 같은 건 기억하지 않고 흘려 버리려 노력해요. 이것도 타고난 거라 어쩔수 없이 기억하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당사자 앞에서든 어디서든 기억 못하는 척 합니다. 또 이런 태도를 견지하다보니 기억력도 쇠퇴하는지(저는 기억도 일종의 근육같다고 느껴져요. 쓰려고 노력하면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퇴화하는) 요새는 과거처럼 주변인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유별난 기억력을 과시하는 일이 별로 없네요.

또 저는 제가 한 말도 늘 지키려 노력하며 살았어요. 멋지지 않습니까? 자기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며 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니. 사회적으로도 권장되는 태도니까, 저는 굽히지 않고 나아가려했죠. 남들은 제가 한 말을 기억 하든 못하든 나는 기억하니 지켜야지. 그 얼마나 의연하고 강직한 삶의 태도란 말인가 자화자찬에 자아도취에 빠져서요.

그런데 요즘은 내가 한 말을 지키려는 태도는 자칫 고집에 빠질 수 있음을 배우고 있어요. 별로 멋지지도 않고 의연한 것도 아니고 말도 안되는 똥고집이란 욕만 들어먹어 쌀 때도 있다는 것을요. 삶에 반드시 필요한 건 그 고집이 아니라 유연성이라는 것도요. 여전히 저는 겉으로는 강직한 척, 실제로는 고집이 쎈 사람일 뿐이라는 걸 반성하고 유연성을 가지려 노력합니다만.. 쉽진 않네요. 그 사이 어딘가 중용의 자리를 찾는 게.

어제 지독한 고집을 가진 세 사람과 서로 각자의 입장을 강변하는 얘기를 각자에게 듣고 났더니 진이 빠집니다. 그리고 나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고 점검하게 되네요.

길게 썼습니다만 결론은
고집 센 사람 곁에서 그 사람과 엮이는 거 참 힘드네요. ㅠㅠ
IP : 58.231.xxx.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2.6.3 9:22 AM (1.235.xxx.154)

    저도 비슷한고민하면서 평생을 살았어요
    하얀거짓말
    이런게 가능한가
    거짓말은 거짓말인데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찾으려 노력합니다
    말이 먼저 앞서는 사람들이 분명 있거든요
    시간이 알려줍니다

  • 2. 나이들면서
    '22.6.3 9:26 AM (123.212.xxx.231) - 삭제된댓글

    뭣이 중헌디..그 포인트를 알게 되니
    모든 일에 한발 빼고 관찰하게 돼요
    나 자신도 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구요
    생각이 내가 아님을 알게된게 놀라운 발견이랄까...

  • 3. ...
    '22.6.3 9:29 AM (221.140.xxx.68)

    유연하게 살기~~~

  • 4. 고집센
    '22.6.3 9:39 AM (119.71.xxx.160)

    사람하고는 안 엮이는게 진리예요

    직접적인 피해 없으면 그냥 내버려두면 됩니다.

  • 5. ...
    '22.6.3 9:40 AM (124.5.xxx.184) - 삭제된댓글

    고집과 유연성이 뭔 상관인데 모르겠네요


    유연성은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는건데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고
    행동은 내 고집대로 하면 되는거예요

    내 행동은 내가 책임지는건데
    타인이 대신 책임져 줄게 아니고서야
    뭐하러 타인의 생각대로 행동을 하나요?

    그냥 타인의 생각을 부정하거나
    타인의 생각을 내 뜻에 맞게 고칠 필요가 없이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면 될 뿐이고
    내 고집대로 행동하는 게 맞는거죠

  • 6. .....
    '22.6.3 9:46 AM (211.185.xxx.26)

    그러네요. 유연함

  • 7. 글이 참 와 닿네요.
    '22.6.3 9:48 AM (211.251.xxx.113)

    전 과거에 저한테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건이 기억에서 사라지는게 스스로 용납이 안되어서,
    글로 남겨두었습니다. 그런 기억을 잊어버리면 마치 내가 내가 아닌게 되는것 같고, 내가 설 자리,내가 사는 명분이 사라질까봐서 두려웠어요. 억울한 감정, 괴롭던 감정 이런것들을 기억해서 꼭 상대한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실망시키고, 그로 인해 상처받고 그럼에도 그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가려면 과거 그 상대와 사랑했던,교감했던 그리고 공유한 경험을 간직해야(기억해야) 내가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샌 시간이 흐르면서 느낍니다. 어떤 관계든, 어떤 상황이든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은 없는데
    내가 과거의 기억, 과거의 말,과거의 상황에 매몰되어 변화된 상황과 관계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도 저의 원칙,기준,과거의 내가 한 행동,말을 고수하려는 마음과 태도 이런것들을 굳이 유지하지 않고,
    변화,흐름을 받아들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고 싶어요. 이젠 남은 생은 그걸 위해서 노력하고 싶어집니다.

  • 8.
    '22.6.3 9:52 AM (58.231.xxx.5)

    고집센 사람과는 안 엮이는 게 진린데, 어쩔수 없이 엮이게 되는 관계의 사람이라 힘드네요. ㅠㅠ

    고집과 유연성의 관계는, 고집이 센 사람은 타인을 인정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아주 사소한 예지만 저의 경우 어느날 어느시에 누구랑 만날 약속을 했다 쳐요. 근데 사람이 살다보면 그 역속을 지키지 못할 사정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럼 상황을 설명하고 약속을 취소하거나 시간을 바꾸면 될 걸 전 내가 그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해!!! 하며 필요없는 돈과 노력을 들여 기어코 그 약속을 지켜내고 말려 노력해요. 얼핏보면 멋지죠. 근데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은 거죠. 상대에게 상황 설명을 하면 될 걸. 그리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 봐라, 난 이렇게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안되는 게 어딨어? 근데 넌 왜 안지켜?? 라고 상대에게도 나와 똑같은 자세를 요구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은근한 무시를 느끼게 되는 게 문제죠. 저 그랬거든요. 그야말로 안되는 게 어딨어? 니가 부족한 탓이지 하는 식. 친구와 커피 타임, 시간 지키면 물론 최곤데 안지킨다고 지구 멸망하지 않아요. 복잡한 세상사 일이 생길 수도 있죠. 전 예전에 그런 우연성이 없었네요. 지금은 많이 고쳤습니다 그런부분.

  • 9. 맞아요
    '22.6.3 11:57 AM (124.54.xxx.37)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나의 사상과 신념을 같이 지키도록 하게 되는게 문제죠.본인에게 당연히 피해도 많고..소통을 잘하는것..그리고 유연해지는것 그러면서도 내 기준이 있는것..조율잘해가며 살아야겠어요

  • 10. ...
    '22.6.3 11:59 AM (218.155.xxx.202)

    좋은 관점이예요
    자기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강직한 삶을 살아왔기에
    현재의 유연한 삶이 더 빛을 발하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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