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나이들면의 나이가 어느정도의 나이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70대이신 저희 친정엄마의 모습에서
가끔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모습을 봐요.^^;
시골 친정집에 잠깐 다녀오면서
친정엄마랑 예쁜 꽃구경하러 갔다가
공원 앞에 뻥튀기 트럭을 보시더니
- 00아~ 튀밥 사주까? 하고 저한테 물어보세요
- 아니 엄마~ 나는 별로 안좋아해. 엄마 먹고 싶어??
- 음...사까마까
고민하시는 엄마 손을 잡고 뻥튀기 트럭 앞으로 갔어요
옥수수 튀밥, 보리튀밥, 노란색뻥튀기,
몇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친정엄마가 골똘히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쪼글쪼글 주름이 깊은 입술 근처에
또 쪼글쪼글 거친 주름이 가득인 손가락을
습관처럼 대시고는
어떤걸 살까 고민하시는 친정엄마 모습이 너무 귀여운 거에요
어린 꼬마같이.
그러다가 엄마가 선택하신건 보리튀밥.
계산하려고 지갑을 꺼내 드니 친정엄마가 나도 돈있어~ 하시며
꺼내시려는 걸
- 엄마~ 간식 내가 사드리께요~~. 했더니
- 네~ 고맙습니다~ .
엄마의 장난스런 말투에 서로 주고 받고 했어요.ㅎㅎ
보리 튀밥 봉지를 안아들고 차에 앉으시는 모습도 귀엽고
뒤늦게 요게 맛있을라나 어쩔라나 혼잣 말씀을 하시는 것도 귀엽고
어른한테 귀엽다는 말 하는거 아니라지만
귀여운걸 어째요. ㅎㅎ
가끔씩 제겐 너무 귀여운 친정엄마가
밤에 꺼내들고 자랑하신 또하나의 귀여움은.
군에서 시골 마을마다 이런저런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가르쳐주는 걸 하더라고요
종종 마을에 방문해서 만들기, 그리기..종류의 프로그램을 진행 해주시는데
치매교육 프로그램 같은 건가봐요. 뒤뇌활동, 신체활동을 두루두루 하게
복지사 선생님이 방문해서 같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몇달전에 친정엄마랑 통화를 할때
친정엄마가 마을회관에서 오늘 또 뭐 맞추기 시험을 봤는데
엄마가 1등해서 화장지 받았다고 자랑을 하시길래
내려가면 그거 구경시켜줘~ 했었거든요.
친정엄마가 서랍속에서 노란 서류봉투 같은걸 꺼내시더니
- 이게 뭐게~~ . 하시면서 내려놓으세요
- 뭔데?
- 내가 구경시켜 주께~ 이게 뭐냐면~~~ .
하면서 자랑스럽게 꺼내 놓으신건 A4용지 크기의 화투 그림!
지금은 잊어버려서 잘 몰라서 찾아보니 3월에 해당하는 꽃그림이 그려진
매화꽃 '광' 화투 퍼즐이었어요.
그냥 매화꽃화투도 아니고 '광'이네요.ㅎㅎ
복지사님이 일,이주 전에 와서 그걸 어떻게 하는건지 알려주시고
하나씩 나눠준 후 다음에 와서 시험볼거니까 열심히 연습하시라..고 했대요.
엄마도 집에서 한두번 연습하고서
시험 당일이 되었는데
엄마가 제일 빨리 맞춰서 화장지 상품으로 받았다고...
뭘 맞춰서 화장지를 받았다고 통화했을땐 도대체 뭘 맞췄다는 건가 했더니
퍼즐이었네요.ㅋㅋ
방바닥 위에 화려한 색감의 '광' 퍼즐을 놓으시고는 1등으로 맞춘 거라며
자랑하시는 엄마 모습을 보니 또 학교에서 상타고 와서 부모님께 신나서
자랑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친정엄마의 얼굴에서 보이는게
와~또 너무 너무 귀여운 거에요.
- 엄마 진짜 대단하시다! 이거 맞추기 힘든데 어쩜 그리 잘 맞추셨대??
-몰라~?? 그냥 어떻게 하니까 되던데?
'광'이 쓰인 매화꽃 화투 퍼즐은 한참 주인공이 되었다가
다시 노란 서류봉투에 넣어 고이 서랍속으로 들어갔답니다.
시골 친정집엔 그렇게 만들어진 엄마의 부채, 열쇠고리, 화분이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