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관심없고 그저 자기 관심사 따라가는 애였거든요
나중에 직업은 편의점 알바하거나 안되면 서울역에서 살지 뭐 하는 철없는 말도 했었구요
근데 중3 되면서 미묘하게 달라지네요.
아침에 7시면 벌떡 일어나서 일단 못다 한 숙제가 있으면 해요
없으면 음악 듣거나 핸폰 하기도 하고요
반드시 샤워하고 머리 손질도 하고요(사춘기 되면 잘 씻는다더니 정말 그러네요)
숙제 알아서 챙기고 수행평가도 신경써요 정의란 무엇인가 읽고 발표하기로 했다고 책 사달라고 하더라구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챙기는 게 신기해요
공부하고 싶다고, 성적 잘 받고 싶다는 말도 하고 문제집 사달라고 하고요.
ebs 강의를 혼자서 듣고 있더라구요. 남편은 그래도 집중시간 짧고 자주 왔다갔다 한다고 불평인데
전 너무 기특해요.
아이 베프나 우리 아들이나 게임을 잘하는 애들도 아니라서 시간 나면 따릉이 타고 여의도 갔다오고
북한산에도 가고 수원성에도 가고 재밌게 놀더라구요.
공부는 지금 열심히 안해도 좋으니 집에 박혀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도 저는 좋더라구요.
제가 일하는 엄마라 늘 바쁘고, 아이 공부 잘하길 바라지도 않고(사실 수학 성적보고선 안되겠구나 생각...)
그래서 푸쉬도 안했거든요. 아이 미래 계획도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자 쪽으로 바꿔서 생각하고 있었어요
좋은 대학 좋은 직장보다는 아이가 원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보자 싶었구요
그런데 아이가 공부 잘 하고 싶대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걱정도 하더라구요. 직장도 잘 못 잡게 될까봐요.
드라마틱한 성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가 뭔가 의지를 가지고 하고 싶어하고 성실하게 학교 생활하는 것 보니
저는 만족합니다. 어떤 직업을 갖든 성실하게 열심히 하겠구나 싶어서요.
남편이나 저나 이름없는 지방대 나왔지만 남편은 외국계 회사에서 꽤 높은 연봉받고 잘 다니고 있고
저는 사업하며 학벌좋은 사람들 고용해서 일해요 인생은 또 다른 방식으로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 조급하게 성적 연연 안하려구요.
성실하고 착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도 응원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