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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감정은 언제나 100% 옳다.

.... 조회수 : 4,982
작성일 : 2022-03-30 18:01:53
저는 그걸 모르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분명히 다른데
저는 그것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살았어요.

지금껏
왜 내 감정에 변명과 이유를 찾고
남에게 또는 나에게 굳이 설명을 하려 들었던 걸까요?
감정에 무슨 논리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감정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며 정당합니다.
언제나 옳고 이유가 필요치 않죠.
마음 속으로 살인을 한다 해도 
그 어떤 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정당합니다.
물론 그걸 행동에 옮기는 전까지는 말이에요.

행동에 옮겨 실행하면 범죄가 되지만
마음 속 살림은 내 스스로가 해결하면
아무 부작용 없이 
모든 문제를 가장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짜 가성비 최고입니다.

감정과 행동 역시 다른 건데
그런 감정이 들면 행동으로 옮길까 무서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하고
나를 단속하고 억누르고
자기 검열을 심하게 하고 살았죠.

왜냐고요?
나는 착한 사람이고
언제든 착한 사람이어야 하니까요.

사람의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저 누르고 안 보면 괜찮을 줄 알고 
평생을 급급하게 덮기만 바빴어요.
이성적으로 통제가 될 거라고 착각했죠.
감정을 통제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쓰다 보니
오히려 내 마음 살림은 더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표면적으로는 점점 둔감해지는 것 같았어요.
마치 화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무덤덤한 것같이 행동했죠. 
밖으로는 점잖은 사람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러나 실은
내 마음을 보게 되면 
지옥같을 것 같아
너무 아프고 힘들 것 같아
미루고 피하고 직면을 두려워만 한 겁쟁이였어요.

물론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고는 살았습니다.
그저 제 스스로에게 인정을 못받았을 뿐이죠.

그렇게 긴 시간을 누르고 누르고 살다 보니
차곡차곡 불만이 쌓여 목구멍까지 차올랐고
작은 불씨만 생기면 감당 못할 폭풍이 몰아쳤어요.

언제 어디서 삐져나올까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몰렸고
막판엔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게 되었죠.
그래도 
늘 억울하고 
늘 속상했죠.

그 일로 저는 몇 년 전 큰 변화를 한번 겪었습니다.
헌신하고 희생하며
책임감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행복인 줄 알고 살았는데
정작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거든요.

당시 저는 내가 이만큼 희생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가족과 세상에 대해 피해의식에 쩔어있었어요.
그러다 불현듯 깨달았죠.
잘못 살았구나
나의 삶을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요.
그 후 많은 게 달라지긴 했어요.
이제부터는 정말 나를 위해 살아야지라고 결심했으니 말이에요.
그런데 막상 그러고 보니
정작 대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더군요.
그저 지금부터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해 보자는
큰 구호만 있을 뿐
내 마음 속을 잘 들여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난 이제야 깨달았어요.
나를 안다는 것의 출발점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요.
그게 무엇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내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해서
큰일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오히려 참고 누르는 게 
에너지가 몇 배나 더 들고
부작용도 엄청나다는 것도요.

그러자
통곡과 회한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무려 한 시간도 넘게 오열을 하였습니다.

한없이 억울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이렇게 바보같이 살았구나 자책도 하고
스스로에게 고생했다 너무 힘들었지 위로도 하고
아주 복잡한 감정이었죠.
가까운 인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올라왔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미안했습니다.
내 마음도 모르던 내가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받아 준 적이 있을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애들에게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정말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였습니다.

큰애는 "갑자기?" 이러면서 웃더군요.
작은애는 그러거나 말거나였고요.

이 과정을 통해서 
저는 큰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느꼈고요.

그러나 그 감동이 생각만큼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또 깃털처럼 가볍게 흘러갔습니다.

그 경험을 부여잡고
되새김질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고 나니
훨씬 더 가벼워졌습니다.

세상에 잘난 사람들만 인생의 주인공이고 
나는 보잘 것 없는 허접쓰레기에
지나가는 사람 1같은 조연처럼 느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다 세상 유일 무이한 내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누가 더 가치 없는 삶을 살지 않습니다.
각자가 수행해야 할 가장 큰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치열하게 치러내는 과정이니까요.

나를 인정하게 되면
타인도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모두 다 가치 있는 삶이고
나한테는 꼭 필요한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이렇게 인생을 살며
나를 있는 그대로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영원한 숙제
진정한 깨달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IP : 1.232.xxx.61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3.30 6:05 PM (39.7.xxx.105)

    좋은 글이네요 공감하고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 ..
    '22.3.30 6:10 PM (220.122.xxx.104)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녁 무렵에 이런 글이 올라오다니.. 감사하네요.

  • 3.
    '22.3.30 6:17 PM (223.39.xxx.150)

    맞는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 4. ...
    '22.3.30 6:19 PM (222.233.xxx.215)

    내 감정은 옳다.
    공감합니다~~~

  • 5. 저도
    '22.3.30 6:23 PM (223.38.xxx.131)

    좋은 글 감사합니다

  • 6. 똑똑하세요
    '22.3.30 6:23 PM (211.234.xxx.215)

    어쩜 그리 정리가 잘되셨을까요

  • 7. 좋은 글
    '22.3.30 6:24 PM (175.197.xxx.81)

    다시 읽어볼게요~~

  • 8. ㅇㅇㅇ
    '22.3.30 6:27 PM (39.7.xxx.105) - 삭제된댓글

    원글님 책 내셔야 합니다
    정말 잘 쓰여진 글이예요

  • 9. 아마
    '22.3.30 6:35 PM (223.62.xxx.58)

    당신이 옳다, 읽으신건가요
    책 중에 유독 마음에 꽂히고
    큰 깨달음을 주는게 있죠
    원글님 글도 참 좋네요

  • 10. 원글님
    '22.3.30 6:37 PM (220.73.xxx.207)

    이글 절대 지우지 말아주세요

  • 11. ..
    '22.3.30 6:41 PM (182.228.xxx.20)

    글쓰는 직업이신가요
    읽기쉽게 담담하게 어쩜 이리 글을 잘 쓰시나요
    원글님의 변화과정이 이른 갱년기?를 앓는 것 같은 저희 남편 같아요
    저희 남편은 아직 예민하게 화내기만 하고 깨달음에 이르진 못했지만요 ㅠㅠ
    남편에게 보내주고 싶은 글입니다 감사해요~

  • 12. 하늘하늘
    '22.3.30 7:13 PM (118.235.xxx.240)

    내 감정은 늘 옳다. 공감합니다.

  • 13. 맞아맞아
    '22.3.30 7:18 PM (116.122.xxx.246)

    내감정은 항상 옳았다....

  • 14. ..
    '22.3.30 7:34 PM (211.36.xxx.220)

    이 글 지우지 말아주세요.
    감정 해소에 관심이 많은 1인 입니다.

    나의 감정은 언제나 옳다 - 정말 감사해요!
    발복하세요

  • 15. maniac
    '22.3.30 8:02 PM (116.41.xxx.141)

    맞아요 한번씩 미친척하고
    그래 이게 나다 어쩔래
    하는 순간에 뭔가 눈이 번쩍
    아 이래도 세상이 난리나는게 아니구나 ...

  • 16. 디도리
    '22.3.30 8:06 PM (112.148.xxx.25)

    맞아요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보세요
    그런내용이에요

  • 17. 나눔
    '22.3.30 9:18 PM (14.42.xxx.85)

    감사합니다. 그리고 깨달으심 축하드립니다.

  • 18. ㅇㅇ
    '22.3.31 2:14 AM (211.206.xxx.129)

    좋은글 저장합니다

  • 19.
    '22.3.31 4:10 AM (76.112.xxx.11)

    저는 이제 안 착하게 살려구요

  • 20. 또또
    '22.3.31 5:19 AM (58.235.xxx.25)

    다시읽어볼께요

  • 21. 문제는
    '22.3.31 6:59 AM (223.62.xxx.87)

    이 세상에서 내가 수행해야 할 큰 과제가
    내가 선택한게 아니라는 것
    그게 곧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드리는게
    가장 힘든 일인거 같아요

  • 22. 좋은 글
    '22.3.31 7:34 AM (24.21.xxx.164)

    감사합니다

  • 23. 감정
    '22.3.31 9:21 AM (221.140.xxx.116)

    항상 옳다 글 감사합니다

  • 24. 감사
    '22.3.31 10:55 AM (218.48.xxx.144)

    나는 내삶의 주인공.
    착한사람되려하지말고
    나자신을 인정하자.

  • 25. 삐리리
    '22.3.31 12:13 PM (110.47.xxx.158)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6.
    '22.5.15 1:13 PM (118.32.xxx.104)

    내 감정은 언제나 100% 옳다.

  • 27. 감사
    '22.5.15 1:21 PM (58.122.xxx.135)

    내 감정은 언제나 옳다
    감사합니다

  • 28. ㅇㅇ
    '22.5.15 1:36 PM (218.50.xxx.154)

    내 감정은 100% 옳다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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