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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반려동물 이별 꿈

안녕 아들 조회수 : 924
작성일 : 2022-01-19 22:56:10
16년을 함께 살아온 남보다 못한 인간 가족보다 더 가깝고 더 오래 함께한 나의 고양이
작년 봄 부터 몸이 좀 안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나이가 많아 과한 검사는 하지 못했죠
여름 어느날 갑자기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게 되었고
겨우 기운을 회복했지만 앞다리를 쓰지 못했어요
누워서 뒷다리만 버둥거리며 하루종일 저만 기다리며 누워 있었죠
그렇게 5개월을 버티며 저에게 준비 할 시간을 주고 떠난지 2주가 되었습니다.

떠나던 날 저녁엔 갑자기 닭가슴살을 삶아주었고 평소보다 2배의 양을 먹었어요
그러고도 제가 먹는 음식을 자꾸 탐내며 달라 보채길래
평소같으면 싫어서 질색할 레몬즙도 먹을 기세로 달려들더군요
다리를 못 움직이니 제 다리에 기대어 앉아 있었어요
자꾸 음식을 달라며 짜증내길래 마시던 소주 한방울을 콧등에 찍어 주고는
저녁 마저 먹을때 까지만 누워있으라고 눕혀줬어요
그리곤 그날따라 소주 한병에 취해서 대충 치우고 눕자마자 등돌리고 잠들었네요
그 좋아하던 팔베개도 안해주고 잘자라 인사도 안했어요

그리곤 새벽4시에 일어나 안으니 팔이 굳어있더라고요
그렇게 떠났습니다.  하루 안고 팔베개 해주고 좋아하던 빗질도 해주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울 수가 없었어요. 
모든 감정이 가슴뼈에 걸려서 위로 안나오더라고요. 기쁨도 슬픔도..
뭐랄까.. 울면서도 이건 사기야. 가짜로 우는거야 이런 느낌.
둘째냥이 에겐 이상하게 사랑한단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매일 숨쉬듯 하던말 사랑해.

어젯밤 꿈에 떠난 첫째가 처음으로 꿈에 나왔어요
첫째와 다른 고양이 두마리. 한마리는 조금 아픈아이 였고 
다른 한마리는 길에 쓰러져있던 다 죽어가는 어린 고양이
이렇게 세마리와 저는 무엇엔가 쫒기고 진흙탕을 구르고 도망치고
누군가 일부러 쏟아내는 엄청난 고주파와 소음에 시달리고..
마침내 조금 안정된 장소에 도착하여 안고 있던 어린 고양이를 책장에 올려놓고
다른 아픈아이를 안고 누군가와 대화중이었어요
책장에 있던 아픈 어린 고양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뒤에 앉아있던 첫째가 그 어린 고양이를 갈갈이 찢어 죽였더라고요
너무 놀란 제가 왜 그랬냐고 물으니
"제발 죽여달라고 절규하는 소리를 들었어" 라고 소리쳤어요.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죠

우리 첫째는 떠나기 싫었는데 콧등에 바른 알콜 때문에 떠나게 된 걸까요
저를 원망하고 있는 걸까요

몇일전 우연히 본 유투브 펫타로에 떠난 아이가 가기 싫어서 옆에 남아 있다는데
섭섭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마지막 말이 너무나 생생해요
아니면 저건 그냥 저의 죄책감이 꿈에서조차 남탓하는 걸까요.



IP : 211.112.xxx.11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녕 엄마
    '22.1.19 11:25 PM (106.102.xxx.95)

    술에 취해 나를 안아주지도 못할정도로
    우리엄마가 힘들었단거 알아요
    나 떠나는거 직접보지못해 다행이에요

    엄마 사랑했고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행복했어요
    마지막으로 엄마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술 한방울
    함께 하게 해주셔서 기뻤어요

    어젯밤에 그 꿈은 제 마음이 아니라는거 아시죠?
    다음에 만날때는 재밌게 놀아요
    사랑해요 엄마~ 아들이...

  • 2. 맞아요
    '22.1.19 11:27 PM (125.178.xxx.135)

    윗님 마음을 거예요~
    사랑해주셨으니 아이는 행복했을 겁니다.
    행복했던 시간만 생각해 보세요.
    애쓰셨어요.

  • 3. tranquil
    '22.1.20 12:01 AM (117.111.xxx.94)

    토닥토닥 원글님 위로하고 싶은데 적절한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아요

    고양이는 엄마와 함께해서 행복했데요
    너무나 편안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이었다고
    고맙고 사랑한데요


    저에게도 올해 12년된 고양이가 있어요
    언젠가는 보내주어야겠죠
    그날이 오면 저도 여기에 글 올릴게요
    혹여 지나가다 보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 4. ..
    '22.1.20 12:05 AM (218.157.xxx.61)

    저 세상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나온다는 이야기 참 좋아합니다.

    아이들 무지개 다리 건너 보내고 나면 여러 상념이 들겠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푸시길 바라요.

  • 5. ㅡㅡ
    '22.1.20 12:06 AM (211.52.xxx.227)

    아...오늘 두번째 웁니다.
    아까는 떠나간 반려견의 사연을
    보고 지금은 원글님의 수필 한 편
    같은 사연에 가슴이 또 몽글몽글합니다.
    죄책감도 갖지 마시고 마음껏 애도도 하시고요.
    힘 내세요.

  • 6. ㅇㅇ
    '22.1.20 12:12 AM (211.206.xxx.129)

    저도 6년된 자식같은 강아지가 있는데
    마음이 아파오네요
    먼저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중에 마중나와 있을거예요
    평생을 함께 해서 행복했었고
    마지막까지 옆에 있어서 행복했을거예요..
    마음추스리시길 바래요
    엄마가 너무 슬퍼하면 더 마음아플거예요..

  • 7. ....
    '22.1.20 12:16 AM (49.171.xxx.233)

    아마도 원글님 잠들면서 고양이도 옆에서 같이 바로 잠들었을거에요.
    자다가 편하게 갔을거고요.

    동물들은 너무 착해서 우리가 옆에 있어주는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해요.

    원글님 옆에서 같이 주무셨잖아요.

    자책하지마세요. 고양이와 이쁜 추억만 소중히 가지고 아퍼하지 마시고 행복한 기억만 남겨두세요.

    동물들은 인간에게 사랑을 주러 온 존재들같아요.

    우리 그 사랑만 기억해요. 죄의식 아픔은 기억하지 말자고요.

  • 8. 할배묘집사
    '22.1.20 12:37 AM (124.49.xxx.78)

    몸못가누는 스물한살 병부자 냥집사래요.
    삼년째 투병중이라 집사님의 고단함을 이해합니다.
    아무리 내몸보다 사랑해도 심신 고단한건 고단한건데
    그게 아픈아이한테 죄책이 들었나보네요.
    죽음을 지켰던 못지켰던 어떤모양의 이별도
    다 각각의 이유로 후회스러울것깉아요.
    좋은 글을 봤는데
    아이가 떠나면 하얀 빛이 나와서 그걸 따라가야 좋은곳에 간다네요.
    근데 집사가 너무 아파하면서 아이를 붙잡으면
    아이가 빛따라 못가고 뒤돌아본대요.
    좋은곳 먼저 잘가서 기다리고 그곳에서 다시보자고 편안히 보내주세요.
    그동안 수고 많이하셨어요.

  • 9. 안녕 아들
    '22.1.20 9:13 AM (223.39.xxx.237)

    짧게 만난 남자와 헤어져도 몇달을 짜고다니던 제가
    인생의 가장 소중한 존재를 보냈는데
    슬프지도 않고 너무 덤덤한게 신기했어요
    어제 하루종일 저 꿈에대해 생각했어요
    스스로도 몰랐던 저의 자책감이 맞는것 같고
    깨닫고나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이젠 울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둘째한테 사랑한단 말도 표현도 할 수 있을것 같아요
    많은 분들 좋은 말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사랑 많이 주고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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