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꿈이 없으면 리얼리스트도 아니다 / 조형근 사회학자
많은 이들이 정의당이 쇠락한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과 협력하지 않아서 문제였다고도 하고, 민주당에 독립적이지 못해서 문제였다고도 한다. 페미니즘에 몰두한 탓이라고도 하고, 노동 의제에 집착한 탓이라고도 한다. 수권 정당이 되기엔 너무 급진적이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변혁성을 상실하고 개량화됐다는 시선도 있다. 아예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목표 자체의 생명력이 다했다는 비관적 진단도 있다.
손쉬운 해답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체제 안에서 체제 너머를 지향하는 진보좌파 정당에 이런 정견 대립은 숙명에 가깝다. 현실에 밀착하면서 그 너머 불가능한 세상도 꿈꾸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치열하게 다투되 공존할 수 있는 절차와 양식이 진보정당에 더욱 절실했던 이유다. 고단한 정당정치에 발 담근 적 없는 서생이 할 소리가 못 되지만, 우리 진보정당들에 가장 부족했던 능력일 것도 같다.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일 것이다.
내 처지에서는 진보정당의 쇠락 원인보다는 내 삶에 진보정당이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이 더 절실하다. 진보정당조차 내게는 늘 비판적 지지의 대상이었다. 당원이었던 적도 없다. 지식인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명분이었지만, 현실의 누추함과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상처받으며 현장을 지킨 이들 덕에 좀 더 평등하고 인간적인 세상이 지식인의 몽상만은 아니라고 믿을 수 있었다. 그러니 오늘 그들에게 묻은 오욕의 일부는 본디 내게 와야 했을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