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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런 학생이 있어요.

.. 조회수 : 3,730
작성일 : 2021-10-23 00:52:00
학생들 가르치는 일 하는데
두 달쯤 전에 들어온 고등 남학생이 있어요.
길지 않은 동안 정말 여러 모습을 보여서… 오늘도 내적 갈등에 휩싸여 있다가 그냥 적어 봅니다.

처음 들어올 때 너무 바닥은 아닌지 테스트를 하는데
이 학생은 20점 나왔어요.
시험이 코 앞인데 기본도 안 돼 있다는 건데
이런 학생이 오게 되면 대개
난 하나도 모르니 이제 나를 잘 가르쳐서 시험 잘 나오게 해 달라, 는 태도를 보입니다.
안 받거나, 시험 끝나면 오라고 하는 게 맞기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해야겠다는 마음의 결정을 하고 말하려는데
저 정말 열심히 하겠대요. 너무 진실한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해서, 그래 잘 해 보자 하고 받았어요.

기초가 없어서, 정말 기역 니은도 모르는 수준이라
따로 시간을 내서 (비용 없이) 보충을 두 번 해 줬습니다.
그랬더니 쌤 진짜 잘 가르친대요. 그러더니 한다는 말이
- 쌤 시급이 얼마예요?
너무 기가 막혀서 웃으며
- 야 너는 실례되는 말을 막 하는구나. 시간 내서 너 가르쳐 주는 사람에게 할 질문이 그거밖에 없니?
왜, 내 노동력이 얼만지 궁금해?
했어요. 보통 이러면 아, 그런가 내가 뭔가 실수했나
긁적긁적 하는데 얘는
- 왜요? 난 이거 쌤들한테 다 물어보는데??

그리고 정식 수업을 시작했는데
숙제를 절, 대, 안 해 옵니다.
네! 저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씩씩하게 말하고 가서
전~혀 안 하고 옵니다.
믿었던 게 너무 기가 막혀서
이러면 안 된다고 했더니 세상 미안한 표정으로 다음엔 진짜 잘 해 오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안 해 와요.

왜 그런지 자세히 물어봤더니 집에만 가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대요.
그래서, 좋다, 그럼 교실에 나와서 해라,
너 수업 있는 요일이 아니어도 와서 해라, 봐 주겠다 했어요.
그래서 온 게 한 3주 됐나…
일 주일에 한 번씩 더 왔어요.
와서 시키면 숙제를 하기는 하는데 5분에 한 번씩 물어봅니다.
저 집중 안 되는데 집에 가면 안 되나요?

이거 다 해야 가지. 라고 하면
아 그렇구나.
그리고 3분 있다 또 물어봅니다. 저 집중 안 되는데 집에 가면 안 돼요? 진짜 해 올게요.

벽에 대고 말하는 거 같았어요.
너 집에서 안 해서 불려온 거잖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다 해야지 가지.
아 네…
그런데 진짜 안 되는데 집에 가서 해오면 안 되나요?

아 진짜 머리에서 스팀이…!

그리고 중간중간 물어봅니다.
선생님은 어느 대학교 나왔어요?
돈 많이 벌려면 어떡해야 돼요?
자기 또래 학생이 근처에 있으면 아예 돌아앉아서 말을 겁니다.
아 저 너는 이름이 어떻게 돼?
학교가 어디야?
너 공부 잘 해?
우와 몇 등급이야??



초딩이면 이해해요. 산만하면 골치인 건 똑같지만 최소한 초딩은 귀엽기라도 하죠.

그런데 이건 명문대 가고 싶다는 고등학생이 할 태도는 아니잖아요?

무단결석도 했어요.
전화하니 안 받아요.
나~~ 중에 전화해서는, 잤대요.
너 숙제 안 해서 자 버린 거니, 그랬더니 한참 아무 말 안 하다가 맞대요.
와…

한번은 그, 숙제 때문에 더 나오라고 한 날
제가 스케줄상 봐 줄 수가 없어서 보조교사에게 봐 달라고 했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책 꺼내놓고 엎드려 자다가 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제가 가르치는 과목을 말하며
자기가 그쪽으로 진로를 바꾸기로 했대요.
기가 차서 - 너는 이게 쉬워 보이니?
공부를 이렇게 하면서 어떻게 그 전공을 할 거라는 거야.
그랬더니
손등을 입에 대고 손가락으로 나불나불하는 제스처 있죠, 그걸 하면서
- 쌤 보니까 멋있어요, 말도 잘 하고.
이러는 거 있죠.

이건 뭐…
밉거나 화가 나는 게 아니고 그냥 너무…
집에서 뭐 이렇게 애를 가르쳐 내놓았는가, 싶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하…
무엇보다, 한 10명 분의 에너지를 빼앗아 가니 너무 피곤합니다.

얼마 전에 시험이었어요.
시험 한 일 주일 전쯤에
수업 요일이 아닌데 나타나서 기출문제 달라고 하더군요.
숙제나 하지??? 너 아직 교재도 다 안 풀었잖아?
했는데 그 특유의 벽 화법으로
아 네 그렇긴 하죠. 그런데 기출문제 주시면 안 돼요? 를 열 번쯤 하다가 갔어요.
교재 다 풀면 그 즉시 뭐든 준다고 하니까
오늘 밤 새고! 제가 다 풀어서! 인증하겠습니다!
하고 갔어요. 물론 아무 연락 없었죠. 인증은 무슨.
밤샐 것까지 없고, 그냥 이삼 일 내로만 풀어서 보여 달라고 했으나 물론 전~혀 하지 않았어요.

시험 전날. 그 때까지도 안 풀었어요.
원래는 시험 전날 스케줄을 빼서 봐 주지만 이 학생은 문제부터 풀어야 했기 때문에 따로 만나지 않았어요.
만나도 제가 해 줄 게 없고 지켜만 봐야 하니…
오후 4시쯤 제가 연락 하면서
10시 전에는 문제 다 풀어서 연락 하라고 했는데 11시 반쯤 연락 와서는 다 했대요.
아 그래, 사진 찍어서 보여 줘, 했더니
한참 있다가
거짓말했다고… 사실은 그냥 오후에 잠 잤다고
죄송합니다 하더군요.
하나도 안 한 거예요.

12시부터는 진짜 할 거래요.
너무 죄송하대요.
그래서 지금 11시 반인데 왜 12시부터 해? 그랬더니
잘 거래요. 그때까지.

진짜…
보다보다 이렇게 입만 살아서 말만 앞서고
실천을 1그램도 안 하는 학생은 처음 봐서ㅜㅜ
진짜 게으르고 숙제 싫어하고 이런 아이들 많이 봤지만 얘는 역대급이랄까요.
그래 너는 내가 보기에 공부엔 적성이 없는데
그걸 하려니 참 고생이구나, 싶기도 하지만
저에게 한 약속을 족족 헌신짝처럼 버리는 걸 보면 가슴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래요.
더 어린 학생들도
공부에 재능이 없어도,
약속 지키려고
자기가 뱉은 말을 조금은 지켜 보려고
단 몇 문제라도 끄적여 보기는 한단 말이에요.

결국 그 때 새벽 5시까지 닦달해 가면서 문제 풀이 시키고
채점해 주고 설명해 주고…
그 얼어죽을 기출문제 주고 풀라고 하고 채점 설명
그러고 자서 다음날 제대로 일도 못 하고 떡실신했습니다.
점수는 83점 나왔대요. 노베이스였는데 인간승리죠.

본인은 기말 때 더 열심히 할 거라고 하지만
저는 이 학생 내보낼 겁니다. 오늘 내내 생각했는데 안 되겠어요. 밉지는 않지만, 그런데,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요. 말짱한 얼굴로
옙! 열심히! 하겠씀다!!!
하고 가서는
숙제를 펴 보지도 않고 와서는
뒤돌아 앉아서 다른 학생에게 와, 너 공부 잘 해? 물어보고

2등급이면 경희대 갈 수 있어요???
갈 수 없어요?
하고 계속… 이런 질문만 하는 그 모습이.
노력은 전혀 안 한 상태로 계속해서 이 사람 저 사람의 레벨을 따지고
노력한 아이들의 열매를 넘보거나 평가하고 있어요.


오늘 쭉 생각해 보다가 이 천불을 가라앉히고자 적어 봅니다.
내일 해맑은 모습에 이 결심이 흔들리지 않기를.
IP : 223.38.xxx.14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죄송한데
    '21.10.23 12:56 AM (180.228.xxx.218) - 삭제된댓글

    글 읽으면서 그 엄마는 얼마나 속이 터질까 싶네요.
    내 자식이 입만 나불나불 안되는걸 감사해야 겠어요.
    극한 직업이군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건.....

  • 2.
    '21.10.23 12:56 AM (121.165.xxx.96)

    속썩지말고 문제점 숙제안해오고 무단 결석 방자한 질문등등 엄마에게 얘기하세요 테스트 결과도 기초가 안되어있어 성적올리기쉽지않고 그아이만 봐줄수가 없으니 과외를 권하세요. 아이가 그럼 부모도 비슷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나중에 결과로 말들을수도 있으니

  • 3. ㅋㅋ
    '21.10.23 12:58 AM (121.135.xxx.24)

    아..반전을 기대했건만 그딴건 없었네요

  • 4. ....
    '21.10.23 1:01 AM (218.159.xxx.228) - 삭제된댓글

    새벽 5시까지에서 기함합니다. 혹시 강사 시작한지 얼마 안되신 분인가요? 저 열정을 저 아이에게 투자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쏟아주세요. 왜 저 아이 하나에 온갖 에너지를 쏟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윗분 말대로 엄마에게 팩트 그대로 전달하세요.

  • 5. .....
    '21.10.23 1:08 AM (211.206.xxx.204)

    83점 나왔으니
    학생이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 같네요.
    속터지는것은 이해되는데 ...

  • 6. 꼬마버스타요
    '21.10.23 1:10 AM (180.70.xxx.65)

    읽기만 했는데...기가 빨리네요 ㅠㅠ
    너무 애쓰지 마세요.
    고마움 1도 모를거에요.

  • 7. 원글
    '21.10.23 1:14 AM (223.38.xxx.14) - 삭제된댓글

    그러게요, 새벽 5시라니 미쳤죠. ㅎ

    그런데 ㅋㅋ 저는 초짜가 아니라 경력 20년 가까운 베태랑입니다 ㅎ
    이게 반전이겠네요. ㅋ 제가 뭘 몰라서 애한테 약하게 끌려다닌 게 아니라는 거.
    다만… 제가 약한 게 있다면, 하겠다는 학생을 버리지는 못한다는 것, 그 점인 것 같아요.
    정말 머리 나쁘고 효율 떨어지는 학생이
    다른 학생 같으면 하지도 않을 기초 질문을 새벽까지 해도… 그래 너도 오죽 답답하면 물어보겠니, 하고 다 대답해 줍니다.
    생각해 보니 베테랑 강사가 일반적으로 할 행동에서는 조금 머네요 ㅎㅎ

    이 학생은 심지어 ‘열심히 하는’ 케이스도 아니었는데.
    그냥, 시험 전날이라, 얘를 버릴 순 없었어요.

    그리고 어머님께는 긴 말 안 하려고요.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누나를 키워서(누나 소개로 온 케이스)
    아마 어머님은 아들의 유별남이나 공부에 관한 태도를 잘 아실 거예요.
    처음 통화할 때, 정말 기대도 무엇도 없는 목소리로
    아… 걔가 등록을 한대요? 걔가 그런데 숙제를 안 해요.
    라고, ‘수업 하려면 하든지’ 이런 태도를 보이시더군요.
    아마 아들에 대해 알고 계신 거 같았어요.

    천불 나는 제 속을 생각하면,
    애를 어떻게 저 지경으로 키워서 내놨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
    독한 말빨로 ㅎ 아들이 지금까지 저지른 짓을 현란하게 읊어 드릴 수도 있지만
    안 그럴 거예요. 아마 저 아이는 그냥 원래 그런 산만함을 타고난 거지, 엄마가 그렇게 키운 것도 아닐 거고… 엄마는 제가 말 안 해도 잘 아실 거고, 속상할 테니까.
    굳이 그걸 후벼파서 더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아마 ‘내보내기로 했다’ 한 마디면 다 아시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모르는 말씀 하시면, 그때 말해도 늦지 않겠죠.

    에혀…

    저도 그 생각 많이 했어요.
    느그 어머니는 얼마나 속이 터지실꼬.

  • 8. 원글
    '21.10.23 1:19 AM (223.38.xxx.14)

    그러게요, 새벽 5시라니 미쳤죠. ㅎ

    그런데 ㅋㅋ 저는 초짜가 아니라 경력 20년 가까운 베테랑입니다 ㅎ
    이게 반전이겠네요. ㅋ 제가 뭘 몰라서 애한테 약하게 끌려다닌 게 아니라는 거.
    다만… 제가 약한 게 있다면, 하겠다는 학생을 버리지는 못한다는 것, 그 점인 것 같아요.
    정말 머리 나쁘고 효율 떨어지는 학생이
    다른 학생 같으면 하지도 않을 기초 질문을 새벽까지 해도… 그래 너도 오죽 답답하면 물어보겠니, 하고 다 대답해 줍니다.
    생각해 보니 베테랑 강사가 일반적으로 할 행동에서는 조금 머네요 ㅎㅎ

    이 학생은 심지어 ‘열심히 하는’ 케이스도 아니었는데.
    그냥, 시험 전날이라, 얘를 버릴 순 없었어요.

    그리고 어머님께는 긴 말 안 하려고요.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누나를 키워서(누나 소개로 온 케이스)
    아마 어머님은 아들의 유별남이나 공부에 관한 태도를 잘 아실 거예요.
    처음 통화할 때, 정말 기대도 무엇도 없는 목소리로
    아… 걔가 등록을 한대요? 걔가 그런데 숙제를 안 해요.
    라고, ‘수업 하려면 하든지’ 이런 태도를 보이시더군요.
    아마 아들에 대해 알고 계신 거 같았어요.

    천불 나는 제 속을 생각하면,
    애를 어떻게 저 지경으로 키워서 내놨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
    독한 말빨로 ㅎ 아들이 지금까지 저지른 짓을 현란하게 읊어 드릴 수도 있지만
    안 그럴 거예요. 아마 저 아이는 그냥 원래 그런 산만함을 타고난 거지, 엄마가 그렇게 키운 것도 아닐 거고… 엄마는 제가 말 안 해도 잘 아실 거고, 속상할 테니까.
    굳이 그걸 후벼파서 더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아마 ‘내보내기로 했다’ 한 마디면 다 아시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모르는 말씀 하시면, 그때 말해도 늦지 않겠죠.

    에혀…

    저도 그 생각 많이 했어요.
    느그 어머니는 얼마나 속이 터지실꼬.

  • 9. 혹시
    '21.10.23 1:21 AM (112.154.xxx.39)

    예전에 제가 가르쳤던 초등 저학년 아이 아닌가 싶네요
    초등4학년짜리가 저한테 샘 돈 얼마 받고 일해요? 이러면서 히죽히죽
    중간에 그만둔 강사 대신해 들어가 몇일간 아이들 파악하느라 고생 좀 했었는데 이상한 질문해서 딴지걸고
    큰소리로 질문을 어찌나 해대는지
    남의 성적 엄청 궁금해하고 과제 하나도 안해오고
    딱 저랬어요
    죄송해요 다음 수업시간에 잘해올께요
    이러곤 하나도 안하고
    엄마랑 통화 몇번 하며 문제점 지적했더니 혼내겠다
    과제챙기겠다 엄마도 똑같이 말만 되풀이하고 ㅠㅠ
    결국 나는 더 이상 너랑 입씨름 하기 싫다고 싸늘하게 대했더니 그만뒀는데
    글쎄 이녀석이 어느날 강의실 앞에 찾아왔더라구요
    인사 해맑게 하더니만 한다는 소리가
    다른 학원 다니는데 거기선 점수 엄청 올려젔다고
    거기 샘은 실력 좋던데요 이러고는 우리반 학생에게
    야 너도 옮겨 이러곤 가더라구요
    제가 옆에 서 있는데 이소리 하는데 ..힘빠지고 영악한 아이 상대 그만하고 싶어 관두고 그냥 직장 다녔어요

    .

  • 10. 혹시
    '21.10.23 1:28 AM (118.235.xxx.31)

    ADHD 아닐까요.

  • 11. 누구냐
    '21.10.23 1:47 AM (221.140.xxx.139)

    저런 캐릭터 은근 사회에 많습니다.

    그런 애들은 원글님 같은 이들을 양분으로 컸겠네요

  • 12. 글 읽으면
    '21.10.23 1:54 AM (217.149.xxx.226)

    답답해져요.
    원글님 태생이 호구시네요.
    저 놈이 호구 냄새를 잘 맡은거죠.
    님 이상하고 답답해요.

  • 13. ...
    '21.10.23 2:33 AM (219.255.xxx.153)

    ADHD예요. 제 조카와 똑같음.

  • 14. 원글
    '21.10.23 2:36 AM (223.38.xxx.14) - 삭제된댓글

    저 왜 강제 호구행 ㅋㅋ
    저 그렇게 만만한 캐릭터 아니에요.
    만만한데 아니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카리스마 작렬하는 무서운 쌤입니다. 쟤도 분위기 파악하고 있고 제 앞에 꼬리 내리고 있고요.
    못된 애가 아니에요, 그냥 좀 모자란 애지.

    제가 이상하고 답답하다고 하신 분은 왜 그렇게 생각하신 건지 모르겠는데…
    학생 가르친다는 건 일반적인 직장 생활과는 달라요. 한 사람의 인생에 어느 정도 개입하게 되는 일이에요.
    저는 저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하는 걸 희망으로 삼고 사명감 가지고 학생들 대하고 있고
    이걸 호구라거나 답답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될 거고
    그 전에, 어른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말랑할 때 누군가 더 나은 길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죠.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학생의 손을 놔야겠다고 결정하느라 고민이 많아서
    그 고민을 정리하고 속 털어놓느라 쓴 글이에요.

    저 애는 미성년자고 학생이고
    그 점 하나만으로도,
    애가 모자라게 군다 해도, 제가 성인인 사람들에게 휘두르는 것 같은 무서운 칼날을 함부로 써서 잘라 버리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이 됐어요.

    어쨌든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건…
    이건 사명감으로 고쳐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저 아이는 공부 적성도 아니고,
    제 에너지를 쏟아 고쳐질 것도 아닌 거지요.

    아, 타 학생들에게 갈 에너지가 이 아이에게 간 건 아니에요. 저는… 한 명 한 명 신경쓰는 타입이라, 다른 학생들에겐 다른 방식으로 또 신경 썼죠.
    하지만 앞으로는 에너지의 고갈이 예상되어 내보내려는 겁니다.
    적절한 판단,
    했다고 생각합니다.

  • 15. 원글
    '21.10.23 2:38 AM (223.38.xxx.14)

    저 왜 강제 호구행 ㅋㅋ
    저 그렇게 만만한 캐릭터 아니에요.
    만만한데 아니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카리스마 작렬하는 무서운 쌤입니다. 쟤도 분위기 파악하고 있고 제 앞에 꼬리 내리고 있고요.
    못된 애가 아니에요, 그냥 좀 모자란 애지.

    제가 이상하고 답답하다고 하신 분은 왜 그렇게 생각하신 건지 모르겠는데…
    학생 가르친다는 건 일반적인 직장 생활과는 달라요. 한 사람의 인생에 어느 정도 개입하게 되는 일이에요.
    저는 저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하는 걸 희망으로 삼고 사명감 가지고 학생들 대하고 있고
    이걸 호구라거나 답답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될 거고
    그 전에, 어른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말랑할 때 누군가 더 나은 길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죠.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학생의 손을 놔야겠다고 결정하느라 고민이 많아서
    그 고민을 정리하고 속 털어놓느라 쓴 글이에요.

    저 애는 미성년자고 학생이고
    그 점 하나만으로도,
    애가 모자라게 군다 해도, 제가 성인인 사람들에게 휘두르는 것 같은 무서운 칼날을 함부로 써서 잘라 버리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이 됐어요.

    어쨌든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건…
    이건 사명감으로 고쳐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저 아이는 공부 적성도 아니고,
    제 에너지를 쏟아 고쳐질 것도 아닌 거지요.

    아, 타 학생들에게 갈 에너지가 이 아이에게 간 건 아니에요. 저는… 한 명 한 명 신경쓰는 타입이라, 다른 학생들에겐 다른 방식으로 또 신경 썼죠.
    하지만 앞으로는 에너지의 고갈이 예상되어 내보내려는 겁니다.

  • 16. 그런데
    '21.10.23 2:50 AM (222.236.xxx.99) - 삭제된댓글

    학생의 말 이외에 83점은 확인된 사실이예요?

  • 17. 원글
    '21.10.23 2:58 AM (223.38.xxx.14)

    네,
    성적 관리는 철저히.
    학생 말만 듣지 않죠.
    시험지 저에게 제출 + 가채점표 다 확인합니다.

  • 18. 어딜봐서
    '21.10.23 4:44 AM (180.70.xxx.213) - 삭제된댓글

    답답하고 이상하단건지 저도 이해가 안되네요. 베테랑이신데 아직 열정을 갖고 일하시는게 대단하시기만 힌데..
    그런 학원쌤 전 잘 본적이 없어서.....근데 누구인생 하나 건져주는것 참 대단한건데 그러다 원글님 건강해쳐요. 결정대로 밀고나가시길요. 할만큼 하신것 같아요. 우애 초등때 막 성질 부리며 수학 가르치던 히법수학쌤 갑상선암 걸리더라구요. 원글님처럼 차분하지 않고 같은 질문 반복하면 막 성질나고 하는 성격이신듯한데 그런분운 아무리 실력 좋아도 본인 위해 안하는게 나은것 같아요. 물론 애들한테도 안좋은 영향이구요.

  • 19. ....
    '21.10.23 7:04 AM (122.61.xxx.236)

    지능이 좀 안되는 아이같은데요.
    거기다 adhd 도 있는거같고
    타고나길 ...
    원글님 너무 좋으신 분이시네요.
    엄마는 다 알아요.
    집에서는 더 할걸요.

  • 20. 에효
    '21.10.23 7:10 AM (211.212.xxx.169)

    쓰신 글만 봐도 떡 떨어지게 선명하신 원글님, 얼마나 고민을 하셨을까,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개 그 아이 복이지요.

    그 아이가 모쪼록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 생각하며 비단 성적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모습에서 더많이 깨우치기만을 기원합니다.
    애쓰셨어요. 토닥토닥

  • 21. 83점?
    '21.10.23 7:13 AM (124.54.xxx.37)

    말이 되나요? 뭔과목인지 모르나 고등이 두달만에 20점에서 80점대라니..원글님이 쪽집게 과외를 해주신건가? 국수영은 아니겠고..

  • 22. 아이고...
    '21.10.23 7:48 AM (112.152.xxx.92)

    원글님 정말 고생 많으세요.
    그 아이는 지능이 낮고 adhd입니다.
    그걸 아시고 대처하시길요!

  • 23.
    '21.10.23 9:02 AM (122.37.xxx.67)

    지능낮으면 뭔짓을해도 20에서 83까지 단기에 못올립니다

  • 24.
    '21.10.23 9:08 AM (122.37.xxx.67)

    아이는 지금까지 자기를 이해못하고 한심해하는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만났겠죠 잘하고싶은 마음만은 진짜로 보입니다 단 집에가면 게임을하든 퍼질러있든 원래 하던대로 몸이 돌아가기에 행동변화는 없어요(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상태)
    간곡한 호소를 들을때는 머리에 입력이 되는거같고 본인도 맘을 다잡으나 그때뿐... 금새 휘발됩니다

    원글님을 좋아하고 관심과 인정을 받고싶어하네요
    이번 결과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으로 칭찬과 격려는해주셨죠?

    아마 나가게하면 자기성찰은 안되니까 또 한번 버려졌다고 느낄거같아요 원글님도 어렴풋이 그게 안타까워서 고민하고 여기 올리신건 아닐까요?

  • 25. adhd
    '21.10.23 10:42 AM (118.235.xxx.238)

    adhd'치료받고 와야죠 본인 인생에도 천지차인일겁니다

  • 26. 원글
    '21.10.24 12:45 AM (223.33.xxx.127)

    오늘 그만두라고 얘기하고 왔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이 더 아프네요. 오늘까지도 해맑게
    중간고사 아~ 이거 실수만 안 했으면 93은 나오는 건데!
    제가요 기말 목표는 백점이에요!
    하는 아이를, 내친다는 게.

    오늘은 말 끊고 자꾸 끼어들어서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제법 손도 들고 말했는데. 말이죠.



    . 이 아이는 지능은 낮지 않아요. 진짜 지능이 일반인 이하구나 느낀 케이스를 몇몇 대해 봐서 압니다. 이 아이는 보통의 지능과 과도한 산만함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드러나는 건 (방금 알려 준 걸 자꾸 틀리게 말하는 것)
    산만함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 아마 차분해지면 기억력의 성과는 더 좋아질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이 학생이 ADHD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에이, 설마, 했었어요. 어제 댓글 보고 진지하게 찾아 봤는데 95퍼센트는 일치하네요.
    약을 먹으면 분명히 호전되는 면이 있다니, 진심으로, 약을 먹고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학생은 행동이 저럴 뿐, 악의는 전혀 없는 학생이에요. 사실, 착해요.
    다음 주부터 오지 말라고 하니까 놀란 토끼눈으로 절 봤는데… 이유를 쭉 설명하니
    - 아 잘할게요
    - 아니야, 이미 늦었어. 그리고 이젠 너의 그 말이 신뢰가 가지 않아서,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이런 대화가 이어졌는데

    이번 시험 보면서 느꼈다, 내가 너무 힘들다,
    하니까
    고개 숙이고
    - 그럼 그만 올게요.
    라고 했어요. 선생님 힘드시게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애는 착해요…ㅜㅜ ㅜㅜ 아…

    .너무나 무례한 댓글을 쓴 분께.
    본인이 못 본 거면 없는 건가? 우물 안 개구리가 자랑인가? 그렇다고 저렇게 반말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댓글을 찍 던져 놓나? 싶은 마음에
    좀 비꼬아 줄까 생각도 했는데,
    같은 사람 되기 싫으니까 그냥 설명해 줄게요.
    124.54. 37님 말이에요.

    네, 저 잘 가르칩니다. 이런 아이가 83점 받은 게 저에겐 그렇게 희귀한 일은 아닌데 124님에겐 그렇게 놀라운 일이었나 봐요.
    그런데 댓글 보면 완전히 믿을 수 없어하는, 거짓말 아니냐는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어떤 할일없는 인간이 비싼 밥 먹고 익명 게시판에 겨우, 남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고딩이 성적으로 거짓말을 합니까?

    그리고 글 내용을 잘 좀 읽으세요.
    20점은 입학 테스트 점수였어요.
    1학기말 시험은 대략 4-50점대였습니다. 20점 -> 83점이 아니고
    4-50점에서 정확히는 83.6점입니다.

    이 아이는 바보가 아니고, 전 그걸 파악하고 붙잡고 공부시킨 거예요.

    진짜 얘는 안 되겠다 싶은 아이도 그 정도 나오게 시킨 적 있습니다.
    타 주요과목 각각 18점, 21점 나온 학생이 제가 맡은 과목은 85점 나왔어요.(보고 계신가요 ㅇㅇ 어머님? 그만 가르치려는 저를 잡으면서 선생님께 꼭 고맙다는 인사 하고 싶다고 하신 분.
    고맙다고 하긴커녕 나중에 갑자기 얼굴을 바꿔서
    내가 선생님 학벌도 안 물어보지 않았느냐- 하고 무슨 시혜나 베푼 듯 말했었죠. 저 좋은 학교 나왔는데요 ㅎㅎ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하든 심한 말을 할 것 같아서 넘어간 걸 모르시겠죠.)


    저는 잘 가르치고, 대부분의 학생을, 이 선생님 수업을 잘 해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그래서 결과가 좋은 거예요.
    본인이 못 본 일이라고 너무 크게 놀라느라 무례하게 굴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 . .
    이 학생이 나아져서 내년에 제게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미안하다 꼬마야. 손을 놓는 내 마음도 아팠어. 너는 내가 아니라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해…

  • 27. ...
    '21.11.26 6:30 AM (221.138.xxx.139)

    제가 보기에는 가족내에 문재와 원인이 있는 것 같은데...
    아이도 의욕으로 자신을 몰아세우지만 내면은 무기력이 상당히 자리잡은 것 같구요.
    있는 긎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누나-정상, 당연. 동생-비정상, 문제. 이게 너무 오래됐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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