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규 / 시사인 기자
2017년 5월1일 <경향신문>은 ‘[단독]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시절 안종범에 인사 청탁 의혹’을 보도했다.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유 후보는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2014년 6월부터 1년간 평소 알고 지냈거나 지인에게 소개받은 사람 10여명을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대표 또는 감사 등에 앉혀달라고 안 전 수석에게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중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유 후보와 안 전 수석이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의 취재원은 ‘사정당국’.
나도 그랬지만 법조 기자들이 ‘사정당국’으로 쓰는 경우는 두가지다.
취재원이 너무 명확해서 그대로 쓰면 정보 출처가 드러나는 경우다.
팩트는 명확하고 취재원은 보호해야 되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사정당국~ 전해졌다’로 처리한다.
둘째는 국정원 IO가 취재원인 경우다. 통상 이럴 때도 ‘사정당국’으로 처리했다.
2017년 5월1일이면 촛불 대선 정국으로 국정원이 취재원일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면 저 경우는 취재원을 그대로 쓰면 특정 되기에 일부러 ‘사정당국’으로 가린 경우다.
물론 기사 가치는 충분했고 보도할만 했다.
대선 기간에 보도된 저 기사로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해명 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대선 때라 거의 모든 언론이 저 단독 기사를 받아썼다.
유승민 입장에선 억울할만 한 게 특검에 의해 기소조차 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어제 유승민-윤석열 국민의힘 토론 중에 윤석열 후보가 느닷없이 저 내용을 언급했다.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제주도 발언을 문제삼으면서다.
“‘2년을 털어도 나온게 없다. 다른 후보는 터는데 일주일도 안걸린다’ 했는데 모욕이다”라고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따졌다.
유승민 후보가 “22년 정치하면서 먼지 하나 나온 게 없다”라고 하자,
대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기분 안 나쁘게 하나 말씀드려볼게요. 그 옛날에 왜 안종범 문자 있었잖아요. 그게 사실은 특검에서 나왔습니다. 저희도 그 당시에 그거 보고 아니 이럴수도 있는 거지 생각을 했거든요.
(유승민: 아니 그거는 불법이 아니었어요. 사람을 추천했죠)
그런데 추천 하셨다고 하시는데, 유 후보님 입장에서 십분 해석합니다만은 선거 앞뒀으니 어떻습니까. 이거 보세요. 제 말씀이 이걸 떨어서 사법처리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거 저런거 뽑아가지고 (후보가) 선거에 나서면 지지율 떨어지고 표가 안 나오게 막 공격한다 이거에요.”
토론 중에 부지불식간에 나온 저 발언.
나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결국 <경향신문> 단독 보도의 소스는 특검이었다는 고백으로 들렸다.
언론에 다 난 기사를 언급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저 고백대로라면 2017년 5월 당시 기소조차 되지 않을 사항을 언론에 리크한 게 특검이었다는 소리다.
그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2021년 본인이 직접 후보가 되어 당시 기소조차 하지 않은 수사 내용을 가지고 마치 봐준 것처럼 상대 후보 주장을 반박한다.
본인 말을 그대로 빌면, ‘선거에 나서면 막 공격을’ 본인이 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세금으로 얻은 공적인 수사 정보를 손에 쥔 자가 현직에서 그대로 정치권으로 뛰어들었을 때 병폐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정치 보복은 아니더라도, 재직 시절 수사 정보를 활용한 ‘정보 보복’으로 보는 건 지나친 해석일까?
정치 누구나 할 수 있다.
정치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