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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겨울 점퍼 하나 없이 살던 딸 많나요?

겨울 조회수 : 4,246
작성일 : 2021-09-06 20:19:19
저는 79년생 시골 출신이고요
대학교를 광역시로 오면서 알바하면서 옷 사입었어요
근데 겨울 잠바는 비싸니까 큰 돈이 들어가니까 못 사입다가
20대 중반쯤에 처음 산 기억이 나네요
보세 가게에서 10만원주고 산 야상인데 지퍼 부분에만 토끼털이 있는 솜으로 된 야상. 그거 사고 얼마나 좋았던지.
그 옷 입고 극장에서 왕의남자 봤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어릴 때 아무도 겨을 잠바를
안 사줬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고등학교때 아빠는 그당시 100만원 넘는 토스카나?
토스카니? 뭐 그런 이름의 털로 된 코트 사입었고
오빠가 중학교, 내가 국민학교 때 찍은 사진 보면
오빠는 노란색의 빵빵한 패딩을 입고 있고요
엄마도 겨울 롱코트 입고 있는데
왜 저만 겨울 잠바가 없었는지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엄마 친구 딸이 입던 모직 반코트 물려받아서
처음으로 그거 입고 다녔어요.
그전에는 걍 교복 동복만 입었고요.
그때는 지금처럼 (어쩌면 제가 몰랐을 수도) 기모로 된 내복이나
레깅스 이런 거 없어서 내복 하나 없이 교복 동복 블라우스. 조끼. 자켓. 검정스타킹에 양말 이게 전부였어요
학교 의자에 방석도 없었고 다리에 두르는 담요도 없었고.

그냥 없이 지내는 게 어릴 때부터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해서
불평 불만 가져본 적도 없고 그냥 그렇게 살았어요
맨날 콧물 흘리고 때마다 감기 걸리는 게 당연한 일상이어서
약 지어 먹으 적도 없고. 걍 참으면서 살았어요.

봄가을 간절기 아우터도 30대가 되어서 처음 샀어요
간절기용 면으로 된야상.
그런데 그걸 본 오빠가 저한테 대단하다고 하더라구요
"이야~ 넌 이런 옷도 있어? (or 샀어?) 대단한데~" 이러대요
저는 30대에 처음 샀거든요. 간절기 점퍼를..

나보다 어린 새언니가 옷이 훨씬 더 많은 것 보고
나도 충격먹어서 생전 처음 샀는데.. 깐죽거리더군요죠
"이 나이되도록 처음 사 본 거야. 언니 옷이 나보다 더 많아."
그랬더니 아무 말 안 하던데.

가족들 모두 나의 빈곤을 의식조차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더 한 일들도 많지만 오늘은 겨울 옷이 문득 생각나서 적어 보았어요. 사실은 이걸 깨달은 것도 얼마 안되어요.
IP : 119.203.xxx.224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앞으로
    '21.9.6 8:22 PM (116.125.xxx.188)

    본인스스로 본인을 귀하게 여기시고 예쁜옷 많이 사 입으세요
    나를 내가 아껴야 남도 남을 귀하게 여깁니다

  • 2. 아 이런..
    '21.9.6 8:22 PM (223.62.xxx.176)

    학대받은거죠 ㅠㅠ
    오죽하면 이게 이상하단걸 나이 마흔되어서야 깨닫고 ㅠㅠ

  • 3. ....
    '21.9.6 8:26 PM (122.36.xxx.223)

    글로만 봐도 속상하네요.
    가족이 어찌 저러는지.

  • 4. ..
    '21.9.6 8:29 PM (14.63.xxx.11)

    원글님이 성격도 대단히 무던하셨나보네요.
    어릴때 반찬투정도 안하고 부모님 속도 안썩였죠?
    학대까진 아니어도 무던하고 요구 안하는 자식이라
    너무 편하게 키우셨네요 부모님이.물론 형편 좋고
    여유있으면야 알아서 맥이고 입히고 키웠겠지만
    그 나이에 시골분이면 뭐 많이들 그렇게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 5.
    '21.9.6 8:31 PM (58.224.xxx.153)

    부모님이 대체 ㅜ 엄마는 더 대체 ㅜ

  • 6. ㅇㅇ
    '21.9.6 8:32 PM (110.12.xxx.167)

    정말 너무 하네요 제가 다 화가납니다

    한겨울에 코트 파카없이 교복만 입고 살았다고요?
    대학생이 된 딸한테 새옷 한벌 안사줬다고요
    데려온 자식한테도 그러면 안되는거에요
    자식을 학대하고 키운거네요
    나쁜부모 나쁜가족

  • 7. 원글님
    '21.9.6 8:35 PM (119.64.xxx.75) - 삭제된댓글

    제발 저 오빠란 놈은 하는 일 마다 잘 안되고, 원글님은 엄청 잘살고 있다고 얘기해주세요.
    부모랑도 인연 끊었다고 해주세요.

  • 8. 겨울
    '21.9.6 8:46 PM (119.203.xxx.224)

    맞아요. 제 성격이 엄청 둔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멍청했죠. 말대꾸 한 번 안 했고
    요구나 불만은 당연히 가져 본 적 없어요.

    고 3때까지 라면만 먹었어요.
    점심 땐 컵라면 육개장. 저녁엔 우리집 라면
    우리집 라면이 제일 싸서 그것만 먹었는데
    친구가 한 번은 신라면 사준 적도 있어요
    소풍 때 김밥도 친구가 싸다줘서 처음 먹었었죠
    지금도 너무 고마워요. 제 인생 최고의 친구였어요

    중학교 때는 하루에 1번 라면도 못 먹은 적도 많아요.
    라면 1개 사서 물 많이 넣고 불려 먹고.
    그것도 2일. 3일에 한 번 먹었어요.

    그런데도 이게 차별이라거나 학대라거나 불공정 하다거나 처참하다거나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못 해봤아요
    그냥 너무 당연한 것이기도 했고. 제 성격이 둔하기도 햇구.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희한하죠.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제가 굶는 것에 신경을 안 썼어요.
    어떻게 지내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심이 없어사 그랬던 것 같아요.

    아빠는 며칠에 한 번씩 들어오는데...
    3.000원으로 한 달 버티곤 햇어요
    그러니 맨날 굶었죠
    겨울에 연탄 보일러도 안 돌아가고 전기장판 하나로.

    엄마는 따로 살았는데 돈 벌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왜인지 저는 용돈 받아봌 적 없고..
    아마 오빠 학비 때문이었을 거예요
    오빤 공부 잘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서 하숙하며 살았고

    그랬어요

  • 9. ...
    '21.9.6 8:49 PM (106.101.xxx.18)

    그냥 방치된거네요
    딸이라서?

  • 10. ㅁㅁㅁㅁ
    '21.9.6 8:52 PM (125.178.xxx.53)

    진짜 무던한 성격이셨네요 신기..
    우리집 남자들이랑 비슷하신것도 같구..

  • 11. ㅇㅇ
    '21.9.6 8:57 PM (110.12.xxx.167)

    부모가 해준게 뭐죠
    보육시설에 있는게 훨 풍족하고 나았겠어요
    원글님 지금 건강은 괜찮은가요
    본인을 아끼고 귀하게 여기세요
    맘이 쓰리네요

  • 12. 없는 존재였네
    '21.9.6 8:59 PM (112.167.xxx.92)

    방치정도가 아니라 걍 없는 존재잖아요 그러니 님이 먹든지 굶든지 아에 먼지가 떠다니나 보다 한듯ㅉ 부모라는 단어가 시발로 들리는구만ㅉ 개만도 못한 것들

  • 13. 음..
    '21.9.6 9:00 PM (121.141.xxx.68)

    아이고 원글님 이제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면
    마음속에 가족에 대한 어마어마한 분노와 소용돌이가 일어날꺼예요.

    정신 단단히 챙기셔야하고
    내자신을 절대로 비하하시면 안됩니다. 원글님이 잘못해서 그런거 아니라는거
    명심 또 명심해야합니다.

    그래도 내 자신은 내가 아껴야하고 사랑해야한다~이걸 결론삼으세요.

  • 14. 부모가
    '21.9.6 9:01 PM (116.126.xxx.138)

    늙고 병들연 원글님께 기댈까 무섭네요ㅠ
    제발 연 끊으시길 빌께요

  • 15. 너무하네요
    '21.9.6 9:02 PM (210.106.xxx.136)

    저두 시골에 버스 하루에3번 들어오는곳에 살았어요 76년생 근데 그정도는 아니었는데..너무 속상하네요 왜 자식이 굶는지 밥은먹었는지..세상에 겨울에 동복 그때동복은 나이롱 자켓이었어요 블라우스에 조끼에 자켓 ~~ 그땐 모직 자켓도 아니었을텐데... 너무안쓰럽네요 다 소용없습니다 내가 잘사는게 최고에요

  • 16. 없는 존재였네
    '21.9.6 9:03 PM (112.167.xxx.92)

    님이 무던한 성격이 아니라 아주 어릴때부터 님에 요구 투정이 무시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니 무기력해진거죠 어떤 요구를 해봐야 들어줄 인간이 없단걸 반복학습이 되놔서 감히 뭘 해달라 소리를 못한거 아주 불쌍한 님 혼자만에 외로움 속에서 웅크리고 큰거

  • 17. 무던?
    '21.9.6 9:05 PM (223.62.xxx.176)

    125.178님, 댁네 남자들 학대 방임 중인가요? 무던?
    너무 무디다 진짜 어떻게 저런 댓이 나올까?

  • 18. 없는 존재였네
    '21.9.6 9:15 PM (112.167.xxx.92)

    철저한 방임 방치 속에 아동학대로 이웃 누군가가 신고 했다면 미국정서였다면 그부모란 것들과 님은 분리되 컷을거에요

    지금에 와서 반전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적어도 그것들에게 님이 반격을 했는지 그것들이 개과천선을 해 증여라도 하나 해줬는지에 반전말이죠 없다면 슬픈거죠

  • 19. 닉네임안됨
    '21.9.6 9:27 PM (119.69.xxx.42)

    원글님 학생때 쯤 더플코트 엄청나게 유행해서 개나소나 다들 입을 시기였는데 그것조차 없었나요?
    부모들이 너무 무심했네요.

    이제라도 따뜻하고 이쁜옷 많이 입으세요.

  • 20. ㆍㆍㆍ
    '21.9.6 10:04 PM (59.9.xxx.69)

    77년생인 저도 코트는 안사줘서 못입어 봤지만(엄마가 옷 잘 안사줌. 단 본인옷은 가끔 잘사입음) 최소한 솜잠바는 입었어요. 옛날 겨울이 정말 추웠는데 어찌 잠바도 없이 그 언린애가 한겨울을 버텼을지ㅠㅠ 아 진짜 너무들하네요.지금부터 가족들 챙기지 마세요.

  • 21. ㆍㆍㆍ
    '21.9.6 10:06 PM (59.9.xxx.69)

    아 보육원 애들도 여기저기서 지원받아서 최소한 겨울옷은 입었겠네요. 남보다 못한 인간들이 가족이라고 허 참.

  • 22. 79년생요?
    '21.9.6 10:13 PM (223.38.xxx.184) - 삭제된댓글

    너무 놀랐어요. 6.25겪은 50년대 생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일이. 부모가 아닌데요…
    아무리 애가 무던하고 말이 없다고 해도 부모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러죠. 배고파서 입에 밥 들어 가는 순간 추운 날 옷에 손 가는 순간 나보다는 새끼 먼저 돌아보는 게 인간 본성입니다.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자식을 낳았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네요.
    상종하지 마세요. 오빠라는 인간도 글러 먹었네요.
    님 스스로 많이 아껴 주시며 사시길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과 따뜻하게 사시길 기도 드려요.

  • 23. 그런데
    '21.9.6 11:04 PM (219.250.xxx.76) - 삭제된댓글

    이런분위기면 부모가 나이들면 딸차지 하게 될걸요 사실 이건 자녀학대인데 학대받은사람은 판단능력이 결여되서 지시에 따르는경향이 있거든요
    원글님
    비정상적인 부모이고 형제라는걸 각성하셔서 내가 잘 살아야해요
    꼭 명심하시길바랍니다

  • 24. ..
    '21.9.7 12:05 AM (211.209.xxx.171) - 삭제된댓글

    제가 74년생인데 어렸을때도 겨울잠바, 봄 잠바 다 있었는데..
    우리집 잘 사는 집도 아니고 엄마도 엄청 절약하는 분이셨어요

    원글님 춥다고 안하셨어여?
    사달라고 조르고 투정도 부리고 하시지.
    착하고 순하고 무던 하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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