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딸은 말이 무척 느렸어요. 아예 말문이 안터지는 수준...
20여년전 두돌쯤 소아정신과를 가보려고 하던중
남편이 개인적으로 소아정신과 선생님께 상담받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지요.
시부모님이 키우셨는데
두분이 아이는 사랑하지만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두분끼리 대화도 없으니 언어 자극이 부족한 상태였어요.
제가 직장 그만두고( 애때문에 그만 둔건 아니고) 진짜 목이 터져러 매일 책을 읽어줬어요.
말터지게 하는 비디오 선별해서 틀어주고 당시 유행하던 방귀대장 뿡뿡이 등등 틀어주고..
저도 말이 없는 편이고 저 역시 찾아오는 사람도 없으니 아이가 말을 배우는건 오로지
책과 비디오뿐,,,
그런데 비디오의 장면중
쪼맨한 애가 부모를 보고 " 땡땡이는 엄마꽃 아빠꽃"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어느날 남편이랑 애랑 저랑 셋이서 저녁을 먹는데..갑자기
뭔가를 말하려고 엄청 낑낑대는 거에요..
대체 왜 이러나 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들어봤어요. 아이가 더듬더듬 발음도 불명확게
" &&이는 엄마꽃 아빠꽃" 라고 겨우 말을 하는거에요..
엄마 아빠도 아무리 가르쳐도 못하고 본인 이름 정도만 불명확하게 말하던 때거든요.
처음으로 말을 길게 한거도 신기했지만 본인도 엄마아빠 앞에서 이 말을 무척 하고 싶었나보다 싶어 너무 기쁘더라구요.
그런데 조만간 시부모님 뵈러 가기로 했거든요. 시부모님도 애가 말을 못하는게 늘 한걱정...
제가 나름 두분에게 깜짝 서프라이즈해준다고..." &&이는 엄마꽃 아빠꽃" 를 계속해서 무한반복을 시켰어요.
발음도 힘들고 문장이 너무 기니까 애가 너무 낑낑대고 힘들어하고..남편은 그만 시키라고 부작용나겠다고 말리는데...
이걸 꼭 시부모님께 들려드리고 싶어서..제가 애를 하드트레이닝을 시킨거죠..하지만 더듬더듬 발전은 별로 없고요....
그리고 드디어 시부모님앞..
제가 비장의 무기를 보여준다고 하면서
자.. &&아...우리 &&는 누구?
그런데 애가 나 보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보다가
다시 나 보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보다가
내가 애간장이 타서 계속 대답해봐..아까 연습많이 했잖아...
애가 드디어 입을 열면서 뭔가를 말을 하려는데 그동안 연습한것보다 더 안 터지는 거에요.
그런데 포기않고 땀 삐질삐질 낑낑...보다 못한 시부모님이 그만시켜라...괜찮다 하시고요.
제가 실망하고 포기하려는 그 순간..
드디어 애가 말을 했어요.
" &&이는 하비꽃 하미꽃" 를 떠듬떠듬
그 짧은 순간에 말도 못 떼던 애가
지금은 엄마 아빠가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의 꽃으로 바꾸어야 말해야 한다는걸
그 짧은 순간 판단을 한거에요.
그리고 발음이 어려운 하비 하미를 떠듬떠듬떠듬 포기않고 말하는거 있죠..
그때 시부모님 그리고 저희까지 아이를 품에 안고 어화둥둥 난리도 아니었지요..
그때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