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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명언 글 보고 써요.

조회수 : 6,182
작성일 : 2021-06-22 17:17:20
아래 시어머니의 명언 글 보고 글 씁니다.
이 글을 울 시어머니에게 보내드려야 하는데, 보시고 깨달으시는 거나 있으실련지.

울 시어머니는 정말 정말 시골분이시고 시집와 평생 한 동네서 사신 분인데요.
아버님이 시골서 이장도 하시고 나름 공부도 하셔서 지금도 동네서 어려운 일 있으면 다른 분들이 조언 구하고 그러신 분이에요. 면 단위 공공기관 감사도 하시고, 배우신 분이시지요.

그런데 울 시어머님은 한 동네서 60년 이상 사셨으면서 동네분들과 머리채 잡고 싸움을 간혹 하시는 분이에요.
성격이 얼마나 유별난지 지고는 못살고 남 잘난 꼴은 죽어도 못보는 성격이라면 이해 가실라나요?
머리채 잡고 싸운신건요 80넘어서도 그러신거구요. 작년 재작년만 해도 동네 노인분들 중 아내가 먼저 돌아가셔서 재혼하신 분이 있는데, 세상에 울 어머니가 얼마나 말씀을 별로로 하셨는지, 그 재혼하신 분이 동네 적응이 힘들다 토로하셨는지, 자식들이 울 시댁에 몰려와 제발 울 새어머니 잘 살게 잘 대해달라 부탁하시러 오기도 했다더군요.

대강 이 정도면 성격이 유별나겠구나 짐작가시지요?
그럼 셋 둔 며늘에게 어떻게 하셨는지 써볼까요?
명절에 며늘 셋이 전국 각지에 모여 살아 일 년에 잠깐 얼굴보는 건데, 일단 저희 셋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꼴을 못보십니다. 아마 시댁, 남편 흉본다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셋이 앉아서 음식을 하는데 시간이 좀 지체된다 싶으면 어찌나 성질을 내고 소리를 지르시는지, 저희가 막 결혼해 새색시일때는 진짜 넘 놀래서 말대꾸도 못했어요. 

그리고 시댁에 오면 밖에 못나가게 하십니다. 밖에 당숙네도 인사드리고 인사도 하고 올 수 있는데, 이걸 또 싫어하세요. 물론 당숙네에서도 울 시어머니 싫어하시죠. 친척이니 대놓고 표현 못할 뿐 ㅠ 

저도 나름 모범생 스탈이라 이 평생 살면서 남한테 쓴소리, 야단, 별로 들어본 적 없고, 눈치도 빨라 직장에서 상사인 본부장님 예쁨 많이 받았어요. 시댁서도 어머님 싫어하는 건 잔소리 한 번 들으면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어머님 싫어하시는 일 안할려고 노력했죠. 어머님 6시면 기상하는데, 아무리 10시간 넘게 차타고 밤늦게 도착해도 6시면 일어나려고 노력하구요. 어머님 일하시면 제가 주도는 못해도 말씀하시는 대로 요리 다 돕구요.

그런데 어느날 6시 즈음에 또 일어나야지.. 하는데 울 어머님 거실서 아버님에게 '난 쟤만 오면 너무 힘들어요. 쟤가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시는 거 있죠. 기껏해야 밥하고 반찬 만드는건데. 그거 제가 다 돕거든요. 힘든일 제가 다 한다고 하구요. 심지어 남자 팔뚝만한 돼지고기를 덩어리째 얼려놓으셔도 썰라면 낑낑때며 다 썰었어요. 그런데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정내미 뚝 떨어지더라구요. 그 말 듣고선 아버님도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시켜라'고 말씀하시는데, 진짜 속상했어요 ㅠ 

그나마 전 남편보다 가방끈도 길구요, 돈도 남편만큼 또는 이상 벌어요. 그거 아니 아버님이 저한테 함부러 못하고 울 어머님도 제가 이것 저것 알뜰히 챙기니 (과일 , 음식, 등등 택배로, 택시 배달로 많이 챙겨드려요) 그렇게 막 대하시지는 않으시죠.

근데 울 형님한테는 진짜 함부러 하세요.
형님이 여름에 치마를 입고 왔는데요. 그 치마 한 끝을 손으로 기분 나쁘게 잡아 들고 탁 내팽게 치며 '너 치마 좋은거 입었다' 이렇게 비꼬듯이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ㅠ

하튼 요전 시제때도 시골 식당서 점심 먹으러 갔는데, 그 식당에서 텃밭을 조그맣게 마련하셨더라구요. 제가 참 예쁘다 했더니 여든 하고도 다섯 먹으신 울 어머님이 텃밭 보더니 바로 '내 껏만 못하네' 하고 픽 웃으시는거에요.

쓰다 보다 길어졌네요.
하지만 사연이 이것만 있겠어요?
울 집에 오셔선 서랍은 있는 대로 다 열어보셔서 울 남편 민망해서 그만하라고 했죠.
'너 이렇게 살면서 우리 집 오면 우습겠구나' 이렇게 말씀하더라구요.
전 그런 생각 한 번도 한 적 없는데, 본인은 남의 집가서 본인하고 비교해 늘 그렇게 생각하나보죠.

하튼 이런 시어머니도 있고, 그래서 늙으셔서 기운 없으셔도 딸들은 안타까워 죽는데, 며늘 셋은 뭐 마음이 동하겠어요? 그간 맺힌게 얼만데요. 작은 어머님들도 일절 저희 시댁엔 발도 안 들여놓으세요. 여자는 아무도 없어요. 순한 며늘들만 그간 버텼을 뿐이죠. 

어머님은 이제 세월이 많이 지나 며늘들한테 맘이 좀 놓여지나 본데, 사실 저흰 마음에 칼이 그대로 있어요.
진짜 저렇게 되진 말자, 늘 마음에 되새기고 있어요. 

 
IP : 182.225.xxx.16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궁금한데
    '21.6.22 5:21 PM (175.199.xxx.119)

    ㅁ남편분은 괜찮으세요? 저런 부모 아래 자란 자녀도 정상 아닐것 같은데

  • 2. 남편은
    '21.6.22 5:24 PM (182.225.xxx.16)

    저한테 잘은 해줘요. 근데 기본적으로 어머님 성향 조금은 있어요. 그래도 본인 어머님이 좀 이상하진 줄은 우리 친정와보고 깨달아서 다행이죠. 제가 가끔 어머님때문에 기분 나빠하는거 있음 이해해줘요. 울 큰 시숙님도 서비스 오래 하신 분이라 본인 엄마 이상한 건 너무 잘 아시구요.

  • 3. ㅋㅋㅋ
    '21.6.22 5:25 PM (14.38.xxx.149)

    충청도분이시죠?

  • 4. 아뇨
    '21.6.22 5:26 PM (182.225.xxx.16)

    그 아래요.

  • 5. ...
    '21.6.22 5:29 PM (118.235.xxx.46)

    우리시어머니같네요
    인성이진짜..

  • 6. ㅇㅇ
    '21.6.22 5:29 PM (14.38.xxx.149)

    하도 비슷해서요
    의외로 아들은 멀쩡한 경우도 있어요
    심뽀가 심술 맞아서 그래요

  • 7. ㅇㅇ
    '21.6.22 5:32 PM (223.38.xxx.62) - 삭제된댓글

    이런 글에 지역을 단정지어 묻는 사람은 인생 참 단순하게 살아서겠죠?

  • 8. ..
    '21.6.22 5:34 PM (118.235.xxx.169)

    오~ 위의 댓글 분.. 저도 읽다가 우리 시어머니랑 비슷해서 충청도분인가 했어요..

  • 9. ...
    '21.6.22 5:34 PM (211.245.xxx.178)

    우연찮게 원글 시모가 충청도분이었으면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지역 묻는분은 어느 지역분이신지 궁금해요..

  • 10. ...
    '21.6.22 5:36 PM (211.245.xxx.178)

    근데 안 까이는 지역이 없는데..타지역 사람들 비웃고 ㅋㅋ 거리는 분들은 지역색없고 진짜 비웃음 안당할 자신있으셔서 타지역을 그리 비방하시나요?
    정말 궁금해서요.

  • 11. ..
    '21.6.22 5:52 PM (121.65.xxx.29)

    저도 시골 촌 출신이라 그 연세 어르신들 잘 압니다만 아따 그 노인네 진짜 유별나긴 하네요 ㅋㅋㅋㅋㅋ
    고생하셨어요 ㅎㅎ

  • 12. 고생
    '21.6.22 6:08 PM (182.225.xxx.16)

    많이 했죠. 신혼 초에 어디선가 며늘들이 음식담은 그릇 받아가서 안 가져와 그릇 부족하단 이야길 들었어서 아 그릇 잘 챙겨가야지.. 이런 맘을 먹구 있었구요. 그리고 어머님이 시누형님이 안쓰는 통을 깨끗히 씻어 알뜰히 가져온다고 어찌나 좋아시며 몇 번 말씀하시길래 제가 통들 씻어 가져갔더니 ㅎ 더럽다고 옆으로 던지시던걸요 ? 그땐 어려서 그게 자기 자식 칭찬하고 싶어 하는 말인데, 일반적으로 그러면 좋다 라고 받아들였던거죠. 아무리 그래두요. 며늘아이가 그릇 챙겨왔으면 고맙다 다음에 잘 쓸란다 이렇게 말하시고 저 안 보는데서 안쓰시면 되잖아요. 애써 닦아온, 누가 봐도 깨끗한걸 어디서 왔는지 누가 아냐며 더럽다고 던지시는 걸 보고는.... 아 오늘밤은 승질나서 잠 못자겠어요.

  • 13. 기분 좋은 글도
    '21.6.22 6:11 PM (182.225.xxx.16)

    아닌데요 죄송해요. 하지만, 나중에 어머니 아프실때 혹 울 남편이 집으로 잠시 모실.. 이런 말 꺼낼때 또 바보같이 다 까먹고 또 맘 좋게 행동할까봐 기록차원에 남겨요. 꼭 82에 남긴 내 시댁 고민글 보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길 제 자신에게 주문걸어요.

  • 14. ㅎㅎㅎ
    '21.6.22 8:07 PM (183.108.xxx.159) - 삭제된댓글

    서울출신 우리 엄마가 이래요.
    지역 따지는거 의미 없어요.

  • 15. ㅋㅋㅋ
    '21.6.22 8:38 PM (176.204.xxx.45)

    우리할머니가 딱 저랬는데 충청도 분이셔서 댓글 읽다 깜짝 ㅋㅋ
    무슨 연관이 있는건가요? ㅋㅋㅋ

    원글님 너무 착하네요.
    저같음 난리 났을텐데…
    이상하게 못된 시어머니한테 착한 며느리가 걸려요.


    함부러 아니고 함부로에요. 참고로..

  • 16. 저랑
    '21.6.23 2:33 AM (180.230.xxx.233) - 삭제된댓글

    비슷하시네요. 저희 시어머니도 성격 보통 아니시고
    시댁에 내려가면 새벽 4시에 일어나셔서 밥하는데 저도 졸린 눈 비비며 돕고 (저희 형님은 한 번도 안일어나요.) 제사때도 4시간 차타고 가서 열심히 돕고 감 딸때도 가서 돕고 저희가 돈내가며 팔아 드리는데도 서툴다, 일 잘하는 당신 성에 안찬다시고 잘했다 수고했다 소리 한 번 못들었네요.. 참 생각해보면 서러울 때 많았어요.
    저같으면 일 서툴러도 애쓰는 모습만으로도 좋을 것같은데...조금 실수하면 불같이 성내시니 더 쫄아서 잘 안됐던 것같아요.
    아프실 때마다 가서 수발했는데 그때도 온갖 짜증 다내시고 나이들수록 이젠 제 마음이 식어가는 것같아요. 이제는 가끔 친척들에게 제 칭찬을 하신다는데 그것도 다 싫고 시어머니처럼 늙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드네요.

  • 17. 저랑
    '21.6.23 2:34 AM (180.230.xxx.233)

    비슷하시네요. 저희 시어머니도 성격 보통 아니시고
    시댁에 내려가면 새벽 4시에 일어나셔서 밥하는데 저도 졸린 눈 비비며 돕고 (저희 형님은 한 번도 안일어나요.) 제사때도 4시간 차타고 가서 열심히 돕고 감 딸때도 가서 돕고 저희가 돈내가며 팔아 드리는데도 서툴다, 일 잘하는 당신 성에 안찬다시고 잘했다 수고했다 소리 한 번 못들었네요.. 당신들 고생한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생각하셔서 그런지..참 생각해보면 서러울 때 많았어요.
    저같으면 일 서툴러도 애쓰는 모습만으로도 좋을 것같은데...조금 실수하면 불같이 성내시니 더 쫄아서 잘 안됐던 것같아요.
    아프실 때마다 가서 수발했는데 그때도 온갖 짜증 다내시고 나이들수록 이젠 제 마음이 식어가는 것같아요. 이제는 가끔 친척들에게 제 칭찬을 하신다는데 그것도 다 싫고 시어머니처럼 늙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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