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철학과 인공지능에 분류돼야 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1그룹 {비판적이다, 비과학적이다, 수학적이지 않다, 논리적이지 않다, 예술에 가깝다, 음악에 가깝다, 도덕을 다룬다}
2그룹 {계산적이다, 과학적이다, 수학적이다, 논리적이다, 예술적이지 않다, 음악적이지 않다, 비도덕적이다}
100이면 100 1그룹=철학이라고 생각하실것 같아요. 맞죠?
그런데 사실 현대 인공지능은 통계학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요. 과학은 가설과 검정에 기반한 학문인데, 인공지능은 가설 없이 통계와의 합치성만 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이론적이에요. 따라서 과학에 비해 선험성에 기반하는 논리학도 철학에 비해서는 멀어요. 모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님은 철학적 논리학 중 술어논리학에서 하는 작업, 즉 일상언어를 논리식으로 표현하려는 작업이 인공지능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하셨던게 2000년대 초반이고 지금의 소위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기술들은 그것보다 더 후퇴한 상황으로서, 결국 통계학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게다가 인공지능은 동물의 뇌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 전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창시자 중 하나인 촘스키에 의하면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따라서 현대철학은 과학적이려고 노력하지만, 인공지능관련 분야들은 과학적이기 보다는 실험적이고 통계학적이에요. 그래서 딥러닝의 결과물로써 나오는 결론들은 그 근거를 설명할 수 없어 예술적이고 음악적인 반면, 철학논리학은 완전히 체계를 갖추고 있어 괴델의 불완전성 증명에 의해 그 자체를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을 빼면 온전해요(valid).
그래서 사실 굳이 분류하자면 2그룹이 현대철학 (공자왈 맹자왈 말고, 프레게 이후의 전통을 말하는 것)에 훨씬 가깝고, 1그룹이 인공지능에 가깝습니다. 더군다나 코딩을 인공지능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지금 그룹 1과 2를 혼돈하는 것보다도 훨씬 큰 착각입니다. 코딩이 비교적 저임금 직군인 이유가 있어요. 실리콘밸리에서도 코더들은 대부분 한국 기준으로는 고연봉군이겠지만 그 동네 기준으로는 저임금군입니다. 그 동네에서도 벤처투자하는 사람들이나 창업자들이 돈을 다 갖고 가고 코딩을 하는 사람들이나 인사관리, 재무관리같은 것을 하는 사람들은 돈을 상대적으로 훨씬 덜 법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는 노숙하는 코더도 있을 정도죠. 그 이유는 결국 인공지능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통계학을 하는 사람들이나, 그 반대편에서 이론을 갖고 씨름하는 사람들이, 그 둘의 의사결정을 구현해주는 단계에 불과한 코더들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경제학과 교수나 컴퓨터공학과 교수에게는 연봉 10억 넘게 주면서 데리고 오지만, 코더들은 그 1/5도 못 벌죠. 문제는 이와 같은 아주 고급인력은 되기 굉장히 어렵고(주요대학의 테뉴어 받은 교수만 데리고 오기 때문에; 예를 들면 할 배리안이나 피터 노빅같은 전직 UC버클리 교수들), 코더 되기는 꽤 쉽기 때문에 박리다매가 되는겁니다. 적어도 실업은 면하죠. 그래서 마치 코더=인공지능 전문가, 이렇게 오해가 생기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