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리를 잘 해요
뭐든 뚝딱 쉽게 만들고
골목식당 보고 있으면 맛 평가하기 전부터
어떻다 할지 감이와요.
스물일곱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40대)
아버지가 혼자 시골로 내려가셔서
주말이면 일주일치 반찬 만들어놓고
서울로 왔거든요
그 때 실력이 늘었나봐요
그 전에는 먹는것만 좋아했지
엄마 계실 땐 밥 한 번 제대로 차린 적이 없었어요.
저희엄마 직업이 요리사였어요.
아카시 잎도 얇고 파삭하게 예술로 튀기고
해삼탕 냉채 유산슬 깐풍기 낙지볶음 뒤에는 항상 미소된장
뭐 이런 게 집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인지
어릴 땐 몰랐어요.
특히 잡채는 예술이었어요
문득 게시판에 잡채 어떻게 하면 맛있냐 글을 보니
엄마는 어떻게 했을까
엄마가 내 잡채 맛보면 뭐라고 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참 그래요
소고기 찹쌀가루에 묻혀서 안에 깻잎채랑 무순이 넣어
겨자간장에 찍어먹던 것도 기억나고
곶감 안에 호두 넣어 간식으로 먹던 기억도 나고
소풍갈 때면 담임선생님 도시락으로
5단 찬합에 과일과 안주까지 싸주시던 생각도 나고요
아빠 사업 부도로 취미로 배운 요리가 우리집의 생계수단이었는데
요리사 엄마 덕분에 항상 먹는 건 잘 먹었어요.
출장요리 가기 전날 해물 손질을 하고 나면
새우대가리랑 갑오징어 짜투리가 들어간
해물탕이 집에 있었어요
엄마가 요리하러 가서 집에 엄마가 없는 날은
친구불러서 집에서 밥을 같이 먹었어요
중학교 때인데
우리집서 밥먹는 거 좋아한 친구가 새우대가리 쭉쭉 빨아 먹으며
"우리는 언제 새우 한마리 다 먹을 수 있어?" 물으면
"못먹을걸? 원래 새우 머리만 들어가"
아무렇지 않게 신나게 먹던 기억도 있고요.
잡채보다가 생각나서 써봐요.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는 요리사
엄마생각 조회수 : 1,643
작성일 : 2021-02-21 23:53:43
IP : 109.38.xxx.21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새우머리
'21.2.21 11:57 PM (121.165.xxx.46)새우머리 추억이 짠하면서도 흥겹네요
어릴때 추억은 다 아름다워요2. 아..
'21.2.22 12:06 AM (39.118.xxx.160)안그래도 매일 밥해먹는게 스트레스기도 하고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던 차에 원글님 글을 읽었어요^^
친정어머니의 요리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으셨나봐요.너무나 부럽네요.저는 반찬 한가지 할라치면 골머리가 먼더 아픈 사람이라서요...
그나저나 원글님 어머니의 잡채비법은 뭔지 몹시 궁금합니다^^3. 배워둘 걸
'21.2.22 12:09 AM (109.38.xxx.217)음식을 할 때마다 잘 봐둘 걸 그때는 어째 그리 관심이 없었는지. 하다못해 옆에 앉아서 재료라도 같이 다듬을걸. 그렇게 철이 없었어요.
4. ...
'21.2.22 1:01 AM (58.231.xxx.213)아카시 잎도 튀김을 하나 봐요?
5. 저도
'21.2.22 1:15 AM (109.38.xxx.217)저도 어릴 때 먹어본 기억만 있어요.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채식을 하셔서 깨끗한 기름에 제일 먼저 채소부터 튀겼거든요. 봄이면 두릅이나 아카시잎을 튀겨주셨어요. 저는 어릴 땐 오징어나 새우튀김만 골라 먹어서 얇고 바삭한 아카시가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제 친구는 아직도 그 얘길해요. 너희집에서 처음먹어봤는데 그 향이 잊히지 않는다고요.
6. ...
'21.2.22 1:17 AM (39.112.xxx.218)엄마솜씨 닮으셨나봐요..안배워도 먹은 경험만으로도 학습이 되는거 같아요. 글 읽으며 찡~하네요 행복하세요
7. ....
'21.2.22 3:04 AM (180.68.xxx.100)엄마 닮아 요리 잘하는 원글님 부러워요.
엄나의 잡채 비법은 뭐였을까요?8. ...
'21.2.22 7:53 AM (211.36.xxx.199)글도 참 맛갈나게 잘 쓰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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