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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이 사십에도 부모가 필요하네요

후룩 조회수 : 6,904
작성일 : 2021-02-11 12:36:33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예쁘디 예쁜 아기 돌보고 있는 내일모레 나이 사십 새댁입니다
누구나 귀한 자식이지만 저희 부모님 정말 각별하게 사랑으로 저 키워주셨어요
해주실 수 있는 최선으로 지원해주시고 독립할 때도 서울 아파트 전세 얻어주셔서
(당시 남친이었던 남편이 많이 놀랐었네요)
그거 기반으로 결혼해서 자리 일찍 잡을 수 있었어요
저도 너무 예뻐해주셨는데 태어난 저희 딸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처럼 예뻐하십니다
예쁜 손녀 고맙다고 남편한테 금일봉도 거하게 주심 걸로 알아요
근데 정작 남편이 아기를 별로 예뻐하지 않더라고요
출근할 때 아기 보지도 않고 가는 거 보고 충격 받았어요
재택하는데 아기가 배앓이 하느라 세 시간을 우는데도 들여다보지도 않더라고요
뭐 아기와 관련된 디테일한 것들 무관심한 건 말 할 것도 없고요
사진 한장 안 찍고 출근해서도 보고 싶다 이런 말 한마디 없어요
아무리 애 낳는 거 기분만 내는 게 남자라도 너무 하죠
여기 82는 아들어머님 많으셔서 남자는 애 커서 정들어야 예뻐한다
아빠아빠 말 해야 부성애 생긴다 편드실 것 같지만
제 주변 애기아빠들은 태어나자마자 너무 잘 돌보고 사랑하고 물고빨고 했어요
그리고 남자라고 육아 왜 제대로 못하는 게 말이 되나요 요즘세상에
저도 처음이고 하나도 모르는데 공부하면서 하고 있는 걸요
제가 아기 관심줘라 목소리 들려줘라 어르고 달래고 해도 그때뿐이고
그저 핸드폰 들여다보고 싶고 빨리 컴퓨터 하고 싶어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저 정말 이렇게 예쁜 아기를 제가 낳을 줄 몰았거든요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런 아기가 태어나서 지 성까지 물려받았는데 시큰둥 한 게 말이 되나요! 이해가 안가요!
제 마음이 아주 서늘해져서 그래 됐다 우리새끼 아니고 내새끼 하면 된다
너 말고 아기 예뻐 죽는 우리 부모한테 가서 키울란다 마음 굳게 먹고
이혼각오로 몇 시간을 일장연설 했더니 심각성을 알았는지 180도 바뀌네요
다른 사람이 됐어요 그렇게 말해도 못알아처먹더니
이제 알아서 척척 잘 하네요 육아테크닉 입력 잘 된 ai 생긴 것 같아요
공부를 할 때도 직장 일을 할 때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밀고나간 적 많아요
그때마다 마음 한편에서 항상 엄마아빠가 믿음이 되어주셨어요
뒤에 있어 주시는 것만으로 든든해요
결혼생활에서도 늘은 아니지만 위기의 순간에 기댈 곳이 되어주셔요
만약 안 계셨다면 제가 이렇게 큰소리 칠 수 있었을까
물러서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싶어 영양제랑 좋은 거 챙겨먹고 홈트도 열심히 해요
우리 딸한테 오래오래 배경이 되어주려고요
참 부모되는 것이 무섭고 힘든 일입니다 저에게 대물림 되네요
IP : 14.7.xxx.43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2.11 12:39 PM (119.149.xxx.248) - 삭제된댓글

    당연하죠 부모님이 얼마나 든든한 존재인데요 힘들때 가장 도움이 되구요

  • 2. 그럼요
    '21.2.11 12:43 PM (14.52.xxx.225)

    저도 가장 큰 행운은 우리 엄마의 딸로 태어난 거.
    재산도 없고 배움도 길지 않은 엄마지만 얼마나 태산같이 든든하게 지금까지 지켜주시는지.
    팔순인 지금도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땐 달려오시는 분.
    그래서 저도 자식한테 엄마같은 존재가 되고 있어요.
    이게 유전인지 저도 자식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네요.

  • 3. ..
    '21.2.11 12:47 PM (222.236.xxx.104) - 삭제된댓글

    부럽네요 .ㅠㅠ 나 마흔인데 부모님들이 결혼도 엄청 늦게 하셨지만.. 두분다 건강도 일찍 잃어서 두분다 돌아가셨어요 .ㅠ 부모님한테 정말 잘해드리세요 ... 자식한테도 그런 부모가 되어 주구요 ... 부모님 두분다 돌아가시니까 ... 부모가 얼마나 든든한 존재인지 알것 같아요 ...

  • 4. 00
    '21.2.11 12:48 PM (113.198.xxx.42) - 삭제된댓글

    아이와 아빠 사이에 엄마가 존재하면 둘 친해지는걸 방해하더군요
    엄마혼자 끼고 도는게 능사가 아니고
    아이와 아빠만 두고 하루 외출한다든가 해서
    의도적으로 엄마가 육아를 좀 포기하고 하는게 아빠의 육아참여에는 필요한 경우가 있더군요

  • 5. ...
    '21.2.11 12:48 PM (222.236.xxx.104)

    부럽네요 .ㅠㅠ 전 마흔인데 부모님들이 결혼도 엄청 늦게 하셨지만.. 두분다 건강도 일찍 잃어서 두분다 돌아가셨어요 .ㅠ 부모님한테 정말 잘해드리세요 ...전 정말 친한 관계였는데도 .. 돌아가시니까 아쉬움만 남더라구요 ...그리고 자식한테도 그런 부모가 되어 주구요 ... 부모님 두분다 돌아가시니까 ... 부모가 얼마나 든든한 존재인지 알것 같아요 ...

  • 6. 후룩
    '21.2.11 12:51 PM (14.7.xxx.43)

    113님 조언 감사합니다 3월부터 제가 복직 남편이 육휴 예정이라 제가 마음이 더 조급해지는 것도 있었네요 이럴 걸 예상하고 출산 전부터 육휴 쓰기로 한 건데 막상 때가 되니 그냥 일하고 시터 고용하자고 하더라고요^^ 말인지 방군지~

  • 7. 화이팅
    '21.2.11 12:58 PM (175.114.xxx.44)

    유복한 가정에서 금전적 지원을 못받았더라도 사랑받고 어린시절 보낸 게 평생에 걸쳐 얼마나 좋은 자산인지...
    게다가 원글님 부모님은 경제적 지원도 해주시니 진짜 금수저죠~~
    이쁜아기 사랑하며 키우자구요!!

  • 8. 당연
    '21.2.11 12:58 PM (182.222.xxx.116)

    부모그늘이란게 그냥 생존자체만으로도 무시 못해요.
    여자 입장에선 남편도 그렇다고 생각하구요.

    인성좋은 부모라면 더하겠지요?!

  • 9. 남편 모지리
    '21.2.11 1:08 PM (116.41.xxx.141)

    들 많아요
    정작 자기 새끼는 방긋 웃을때 한번 예뻐하고
    부모님이 즐거워한다는 사실에만 뿌듯해하고
    기저귀한번 밤에 일어서 케어 하는거 한번 안하고 키운 남자들 부지기 ㅜㅜ

  • 10. 동동
    '21.2.11 1:11 PM (122.34.xxx.62)

    남편 꼭 육아휴직하시길요~~ 직접 키워봐야 정도 들고 예쁨도 배가되는거 같아요.
    저도 엄마한테 무한사랑 받았는데 돌아가시고나서야 알았어요. 그게 많이 아쉽고 후회가 됩니다.
    부모님 사랑 맘껏 누리시고, 아가한테도 그런 부모가 되어주시길요~~

  • 11. 다떠나서
    '21.2.11 1:19 PM (39.7.xxx.149) - 삭제된댓글

    존재자체만으로도 감사한게 부모님이죠.
    웬수 척지는 부모말구요. 대부분은

  • 12. --
    '21.2.11 1:25 PM (211.43.xxx.140)

    그냥 부모보다는 배경이 되어주는 든든한 부모님은 언제나 필요하죠... 제가 이혼한다고 할때 저희 엄마는 죽어도 시집귀신 되라며 쫒아내셨죠. 부모도 부모 나름 ...
    그래서 뒷배경있는 아내에게 남편이 함부로 못한다는 교훈도 있는 좋은 얘기네요..

  • 13. 남자들
    '21.2.11 1:30 PM (1.228.xxx.58)

    다 커서 손안가니 이뻐하드라구요
    기저귀 한번 갈아준적 없고 조카는 안아줘도 지 새낀 별로 안아준 남편 여기 있네요 아 또 얘기하니 슬슬 올라옴
    부모복이 제일이에요 남편이고 자식이고 부모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이는 없어요

  • 14. ...
    '21.2.11 1:45 PM (223.38.xxx.64) - 삭제된댓글

    부럽다....부럽다....
    나도이런부모가 되고싶네요

    망망대해에 쪽배에 어린두아이 태우고
    이리저리 떠다니는것 같은 느낌들었던 저는
    님이 참 부럽네요...

    비빌언덕이 있다는게......에효

  • 15. 쪽배님
    '21.2.11 2:07 PM (211.38.xxx.74)

    아~~눈물이 핑 도네요
    망망대해란 말에

    누구나 살아 가야 할 이유가 반드시 있어요.

  • 16.
    '21.2.11 2:20 PM (112.149.xxx.149)

    45인데 부모님이 다돌아가시고 형제자매도 없네요ㅠ

    남편이랑 애셋이 있단걸로 위안을 삼아야죠ㅠ

    슬픈글이네요ㅠ 왠지~

  • 17. cross
    '21.2.11 2:29 PM (118.235.xxx.214)

    나이 오십넘어도부모님이계셔주시는게 큰감사합입니다
    이험한세상 버팀목이시죠

  • 18. 나이
    '21.2.11 2:40 PM (1.228.xxx.252)

    오십넘어도 아흔이 넘으신 엄마 돌아가실까봐
    걱정되고 그래요.

  • 19. 낼모레오십
    '21.2.11 3:22 PM (119.192.xxx.84)

    도움 받을 일 없는 노처자이고 점점 수발 들일 많아져 짜증날때도 있지만 두 분 오래 곁에 계시는거 제 인생의 큰 복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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