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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늦었지만 도시락 반찬 추억

ㅇㅇ 조회수 : 2,013
작성일 : 2021-02-04 18:31:34
엄마가 진짜 부지런하고 똑소리나게 살림한다고 주변에 소문에 자자하셨어요.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이셨는데 엄마가 그 월급 쪼개서 항목별로 봉투 만들고 매일 저녁 가계부 쓰고 그 가계부들이 년도별로 책장에 꽂혀 있었어요.

초등때부터 도시락 싸서 고3 때까지 매일 아침 엄마가 새벽 출근하는 아빠 아침시간 맞춰 새 밥 하고, 압력솥 추소리에 밥 냄새 국 냄새에 일어나 온 가족 새벽밥 먹고 울 남매도 일찍 등교했고요. 1등으로 등교해서 책 읽고 있으면 애들 하나둘 오고...

도시락은 진짜 애들 사이에서도 좀 유명했어요. 타파 도시락통에 콩밥 밤밥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도 가끔 섞여 있고 반찬은 늘 3가지. 김치랑 김은 또 따로고요. 점심 저녁 싸가면 반찬이 죄다 달라서 6개인 거에요. 엄마 진짜 대단...

특히 인기있던게 김이었어요. 주말마다 참기름콩기름 섞고 맛소금 구운소금 섞어 뿌리시고 석쇠에 굽고. 김 굽는 시간엔 찬밥 한공기 퍼서 한입씩 싸먹고... 배불러서 애들 저녁 안 먹을까봐 또 걱정하시고ㅋ 학교서 애들이 하도 잘 먹는다고 하니 제가 못 먹을까봐 호일에 두툼하게 싸서 왕창 넣으시곤 했어요.

두번째는 좀 특이한데 김치전이었어요. 어쩌다 한번 아침 반찬에 남은 걸 제가 싸달래서 가져간 건데 얇고 바삭하고 식어도 맛있어서 애들한테 인기폭발. 오징어 다져서 넣고 간은 김치로만 하는데 전 아직도 그 맛이 엄마처럼 잘 안 나요. 계란말이 호박전 동그랑땡 깻잎전도 자주 싸주셨는데 간장 없이 맛이 심심하다고 고추양파장아찌도 넣어주시고...

세번째는 뱅어포구이. 양념 고추장 발라 팬에 굽는건데 뱅어포 안 먹던 애들도 이건 너무 맛있다고 다들 잘 먹었어요. 양념에 마늘양파 다진 거 들어가고 물엿도 들어가고. 고기나 소세지도 자주 싸갔지만 이상하게 애들이 뱅어포구이에 환장ㅋㅋㅋ

돈까스도 고기 두드려 만들어주시고 어찌 다 그걸 하셨는지 진짜 신기해요. 원래도 부지런한 양반인데 그때는 특히 더 그러셨던 거 같아요.

그렇게 도시락 4-5개씩 싸다가 저 졸업하니 엄마가 이상하게 허전하다고ㅋㅋ 반전은 엄마가 뒤늦게 공부하시며 또 도시락을 싸기 시작;;;; 엄마 것만 싸는게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몫도 싸가시고 심지어 과일도시락도 싸가고요. 그러고도 시험에 붙으셨으니 대단대단.

갑자기 엄마 보고 싶네요. 전화라도 드려야겠어요.




IP : 222.101.xxx.16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uliana7
    '21.2.4 6:41 PM (121.165.xxx.46)

    정말 좋은 추억이네요.
    저는 일하는 언니가 늘 거의 오징어볶음만 넣어줘서
    친구들이 놀렸던 기억이 있네요.
    진짜 그러지말아야해요. 그래도 추억을 생각하니 마음이 따스해지네요.

  • 2. ...
    '21.2.4 7:04 PM (222.112.xxx.123)

    어머니가 정말 부지런하셨네요
    저희집은 반찬이 평범했었네요
    분홍소세지 감자조림 어묵조림 김치볶음
    계란후라이 김은 포장김
    위 반찬에 워낙 익숙해서 길들여져 저는 지금도
    고기반찬 만들줄도 좋아하지도 않아요

  • 3. ..
    '21.2.4 7:27 PM (211.201.xxx.173) - 삭제된댓글

    와~ 진짜 대단한분이네요. 완전 부러운추억이네요.
    저는 초딩 소풍날 오로지 양념한 흰밥만 김에 싸간게 기억.
    시골이라 어디 다리밑으로 소풍을가서 점심시간에 먹는데
    서글펐어요. 가난했어요. 커서보니 지지리도 없는 살림에
    촌구석에서 아빠랑 지겹게 싸워가면서도 엄마가 도망안가고
    억척스레 견뎌내며 여러형제 키워준게 감사해요.
    그리고 반복되는 김치 반찬이(물론 1가지) 너무 신경질이나서 중딩때
    등교길에 패대기치듯 쏟아버린기억이 나요. 가난했거든요.

    깻잎전은 어찌만든건가요?
    도시락반찬 더 풀어주세요. 재취업해서 출근 하는데
    점심에 먹일 반찬거리때문에 흰머리가 늘어요

  • 4. ..
    '21.2.4 7:29 PM (211.201.xxx.173) - 삭제된댓글

    와~ 진짜 대단한분이네요. 완전 부러운추억이네요.
    저는 초딩 소풍날 오로지 양념한 흰밥만 김에 싸간게 기억.
    시골이라 어디 다리밑으로 소풍을가서 점심시간에 먹는데
    서글펐어요. 그리고 반복되는 김치 반찬이(물론 1가지) 너무 신경질이나서 중딩때 등교길에 패대기치듯 쏟아버린기억이 나요. 가난했거든요.. 가난했어요. 많이외진 시골에 살았는데 커서보니 지지리도 없는 살림에 아빠랑 지겹게 싸워가면서도 엄마가 도망안가고
    억척스레 견뎌내며 여러형제 키워준게 감사해요.

    깻잎전은 어찌만든건가요?
    도시락반찬 더 풀어주세요. 재취업해서 출근 하는데
    점심에 먹일 반찬거리때문에 흰머리가 늘어요

  • 5. ㅇㅇ
    '21.2.4 7:52 PM (222.101.xxx.167)

    지금도 손이 빨라 반찬 뚝딱 하시더라고요. 코로나라 못 뵈니 더 그립고....

    깻잎전은 깻잎 사이에 다진고기 넣어서 밀가루 계란물 입혀 구워주세요. 고기 부족하면 두부도 좀 넣으시고... 같은 속으로 피망이나 고추, 표고버섯에도 채워서 굽기도 하고요.

  • 6. ....
    '21.2.4 10:13 PM (175.123.xxx.77)

    어머님이 대체 무슨 시험을 붙으신 건지 궁금해 지네요 ㅎㅎㅎ

  • 7. ㅇㅇ
    '21.2.4 11:42 PM (222.101.xxx.167)

    공인중개사 시험이요. 합격 20년도 넘게 지났네요 벌써. 그 다음에 세무사 시험도 공부해서 보셨는데 불합격; 2년 하고 안 되니 결단력있게 포기하시공ㅋ

    참, 깻잎 양념해서 중멸치 넣고 중탕한 반찬도 좋아했어요. 먹기 편하라고 도시락엔 한입 크기로 자르거나 한장한장 떼어내 넣어주시면 완전 밥도둑. 햄이랑 두부 깍뚝 썰어 굽다가 케찹간장 넣고 조려주시고 볶음고추장에 오이당근양배추도 자주 싸갔네요~

  • 8. 너무 좋네요
    '21.2.5 4:56 AM (58.226.xxx.56)

    잠이 안 와서 들어왔는데 예전 생각이 나서 좋아요.
    원글님 어머니는 정말 부지런하고 센스 있는 멋진 분이에요.
    저는 부모님에게 너무 당연하게 받아온 것 같아 급반성하게 되네요...
    저는 양은도시락통 뚜껑을 열면 나는 반찬 냄새가 참 좋았어요.
    커서는 그런 냄새가 안 나서 참 아쉬워요.
    제가 좋아하는 냄새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도시락반찬 냄새고 또 하나는 다락방에서 나는 냄새였어요. ^^.
    원글님 덕분에 좋은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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