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지적수준이 그닥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요즘은 책 한권 끝까지 읽는 것도 쉽지 않아 남편보다 우월하다 느끼는 건 아니지만... 살면 살수록 대화가 너무 안 되고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다는 생각만 듭니다.
작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기피 부서에 발령을 받았어요. 제 역량부족이라기보다는 같은 직급 내에서 서열이 아래다 보니 동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광분할 정도로 부당한 면이 있는 인사였어요. 퇴근 후 남편에게 이러저래해서 인사발령이 났는데 너무 열받는다며 평소와 다르게 흥분해서 막 얘기했더니 처음에는 그냥 들어주며 간간이 리액션해주다 직장 선배와 통화하고 다시 인사 얘기를 했더니 질리고 괴롭단 표정을 지어서 그만 얘기해야겠다 싶더라구요. 예전에 진상고객 상대한 얘기하며 힘들고 지친다 했더니 ‘그게 네 일이잖아’ 이러더라구요.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일 얘기했을 때 편들어주는 경우도 있는데 어제는 뭐랄까 그냥 이 사람한테는 기대를 말아야겠구나, 일 얘기는 동료하고만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티비에서 의인 이수현 20주년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어 저는 식사하다 뉴스를 보고 남편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무심히 보던 중 이수현씨 어머니의 ‘아들이 가족의 작은 사랑보다는 더 큰 사랑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라는 인터뷰 내용이 가슴에 와닿아 울컥했어요. 사고 당시 28세였다고 하니 남편과 동갑이라 같은 세대인 우리가 그때 그 상황에 놓여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 남편에게 ‘이수현씨 당신하고 나이가 같네’라고 했더니 핸드폰 보던 남편이 몇초 뒤에 ‘어? 흐흐’ 그러더라구요. 남편은 처음부터 그 뉴스를 보지 않았으니 저와 감정선이 같지 않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사건이니 배경지식이 없지 않은데 반응을 그렇게 밖에 못할까 실망스러웠어요.. 말주변이 없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툰 사람인걸 뻔히 알면서도 역시 그런 사람이구나 싶어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고픈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배우자와 이런 정도의 감정공유도 안되고 그냥 아이나 집안 일 관련 일상대화만 하면서 살자니 외롭고 공허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남편과 대화가 잘 통하는 분들은 삶이 만족스러우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