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사이 날이 다르게
바뀌어지는 날씨들이
봄으로 가는중이라 참 변화무쌍해요.
수학,국어들을 보니까.
제 유년시절이 떠올라요.
허기지고 가난하고 허름한
눈내리는 겨울과함께 왜소하게
걸어오는 손등터진 아이.
그아이는 늘
나머지공부를 하다가 오죠.
선생님한테 분노에 섞인 욕설과함께
무릎꿇은채로 출석부를 얻어맞으면서
수학을 못하는 나머지들이라고
학년이 올라감과 동시에
늘 어둡고 조용한 교실에서
고개를 들지못해요.
눈이 나빠서 칠판글씨가 보이지않는
아이에게
수학시간은 늘 불안한 시간이에요.
그런아이가
그나마 마음편안해 하는건
국어시간,
쉼표와 마침표와 띄어읽기로 이뤄진
문장들을 읽으면서 아이는
쉴때 쉬고 띄어읽을때 마음을 가다듬고
동그란 마침표를 눈에 담아요..
그시절 읽었던
알퐁소도데의
단편집중에서
어떤 젊은이가 두 노부부가 사는집에
방문했더니, 과자와 우유를 대접한 테이블에서
몇개 먹고있는데 새장속의 노란 카나리아가
일주일치 간식을 다 먹고있다고 쳐다보는듯하다는
그런 글들과
오헨리의 비눗방울처럼 보들보들한 묘사들.
지금도
가끔 생각해요.
그 알퐁소도데와 오헨리의 단편집속 구절들을 읽으면서
구름을 밟듯 편안해하던 그 유년시절들.
그 구절들이 있어서,
아마도 전 나머지공부를 한다는 명목아래
저녁나절, 바람부는 빈교실 한구석에 무릎꿇고
그 바짓단아래 묻어나는 나무가시를 뽑아내면서
출석부에 머리를 내맡기면서도 짐짓 아무렇지않게
공부못한 초등시절을 보낸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