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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치적 인간에 대하여 (펌)

조제프 푸셰 조회수 : 1,067
작성일 : 2021-01-16 22:16:31
어떤 시대에도 살아남는 정치인들이 있다.
한명회나 왕후닝 같은 브레인들도 있지만 가장 흥미 있는 인물은 프랑스의 조제프 푸셰다.
그는 무신념 무성격의 숨은 2인자로 여러 정권에서 살아남았다.
신념도 없고 이상도 없이 오직 권력만을 쫓는 이런 유형은 현대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정치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조제프 푸셰(Joseph Fouche, 1759년 ~ 1820년)는 프랑스의 정치인이다.
그의 별칭은 ‘선천적인 배신자’ ‘타산적 변절자’ 등이다.
그에게 목숨을 걸고 모셔야 할 주군이나 사상도 없다.
자기 자신의 안위가 절대목표인 사람이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도 조제프 푸셰였고 입문 후에도 조제프 푸셰였다.
그의 사후 모든 사람이 그를 징글징글한 파충류로 비난할 때 오직 한사람 발자크만이 그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내가 아는 한 가장 강한 두뇌’이며 ‘그 세기에 가장 흥미로운 심리를 소유한 자’라고 평했다.
조제프 푸셰는 정보가 권력임을 아는 인물이었다.
나폴레옹도 두려워했던 인물로 그는 권력자에게 유익한 조언과 값진 정보를 주었다.
프랑스 혁명 정부 로베스피에르의 친구였지만 그를 파멸시켰고
나폴레옹의 권력 밑으로 들어가 나폴레옹도 파멸시켰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배후의 인물이었다.
음지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겸손했고 무표정했으며 비밀스러웠다.
그의 행보를 보면 정보 정치로 대통령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미국 FBI 후버국장의 전생이 아니었나 싶다.
그의 가장 놀라운 재능은 변신이었다.
정의감과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다혈질이었던 로베스피에르나 나폴레옹은 결코 이런 유형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는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변신이 가능한 액체인간 같았다.
발자크는 ‘인간에게 권력을 휘두른 점에서는 나폴레옹조차도 능가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명예나 인기를 바라지 않고 숨어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이 흥미로운 인간 조세프 푸셰는 1759년에 장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았고 스무 살에 수도원학교의 수학과 물리교사가 되었다.
1790년 서른 살 무렵 푸셰는 자주 다니던 술집에서 로베스피에르를 만났다.
로베스피에르가 누구인가,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했던 혁신적 인물이 아닌가.
푸셰는 자기에게 이익이 될 인간으로 점찍으면 최선을 다했다.
그의 겸손과 과묵함과 진지한 태도와 명석한 두뇌에 반한 로베스피에르는 그를 신뢰했다.
원래 사람은 자신에게 겸손한 인간을 신뢰하는 맹점이 있는데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푸셰는 로베스피에르의 여동생과 약혼까지 했으니 신뢰가 가히 하늘을 찔렀다.
푸셰는 급진적 좌파인 자코뱅당에 가입하여 고향의 당지부에서 대표를 맡았다.
그는 특유의 겸손한 자세와 온건한 태도로 주민들의 신뢰를 받아 구의원으로 당선되었다.
그의 자세보다 놀라운 것은 잔인한 결단력과 동물적 후각이었다.
자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급진적 좌파인 로베스피에르에게서 희미한 실패의 냄새를 맡은 그는
우파인 지롱드파로 옮겨 앉았다.
루이 16세 처형 후 자코뱅당이 우세하자 얼른 그쪽으로 다시 옮겨 앉았다.
좌파였다 우파로 우파에서 좌파로 번개 같은 변신이었다.
변절의 경험이 있는 그는 리옹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충성도를 증명하기 위해 리옹 주민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대포로 처형하고 도시를 박살냈다.
당시 그의 행위는 너무나 잔인해서 별명이 ‘리옹의 도살자’였다.
비록 정적을 제거하는데 공포정치를 펼쳤지만 도덕적으로 청렴하고 민중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로베스피에르는 큰 충격을 받고 푸셰에게 이 도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로베스피에르에게 자기변명과 읍소의 편지를 보내어 간신히 처형을 면했다.
그를 살려둔 것은 로베스피에르의 큰 실책이었다.
그는 반란에 가담하여 로베스피에르를 단두대로 보냈다.
평등세상을 꿈꾸었던 로베스피에르는 자기가 만든 단두대에서 죽음을 맞았다.
푸셰는 마키아벨리의 추종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기 주군을 확실하게 끝장냈다.
그의 변절을 요약한 츠바이크의 표현을 빌리면 ‘1790년에 수도원 교사였고 1792년에 교회의 겁탈자였고 1793년에는 공산주의자였다가 1798년에 백만장자가가 되고 10년 후에는 오트란토 공작’이 되었으니 실로 변화무쌍한 인물이었다.
혁명정부가 몰락하고 부르주아가 정권을 잡았을 때 또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는 정보를 만들어 팔았고 부자가 되어 경찰장관에 임명되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정보원과 밀고자와 비밀경찰을 깔아서 혼자 정보를 거머쥐었다.
나폴레옹 때에는 경찰장관으로 권력의 2인자가 되었으나 또 실패의 냄새를 맡자 퇴위를 주도하는 뒤통수를 쳤다.
다음 정권에 루이 18세를 추대하고 또 경찰장관직을 얻었지만 그를 아는 왕당파의 반발로
해임되자 오스트리아로 가서 잘살다가 죽었다.
상황을 움직이지만 결코 책임을 지지 않는 자,
언제나 1인자의 뒤에 숨어서 방패로 삼고 1인자가 실수하거나 튀거나 하면 거침없이 등을 돌리는 자.
선동가를 눈 여겨 보며 갈아 탈 주군을 고르고 겸손한 태도와 힘없는 목소리로 야심을 숨기는 자. 명예와 인기를 타인에게 양보하지만 권력은 쥐고 있는 자.
다른 사람이 이념과 신념으로 웅변을 토하며 대중의 시선에 묶여 있을 때 숨어서 자유롭게 권력을 즐기는 자.
지롱드당이 무너져도 푸셰는 살았고 자코뱅당이 무너져도 푸셰는 살았으며 5인 내각, 집정, 제국, 왕국, 다시 제국은 사라졌지만 그는 언제나 살아남았다.
세련된 사양심과 겸손한 태도, 철저한 무성격, 확고한 무신념, 그러면서 결정적 순간에 목을 내리치는 대담한 용기로 언제나 살아남았다.
목소리 큰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에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무신념과 무성격으로 그들의 뒤에 숨어서 상황을 조정하는 푸셰 같은 인간들이다.
이상주의자들이 자신의 사상과 이념으로 목숨을 건 투쟁을 할 때 뒤에서 갈등을 조장하다
승세가 기울면 몸을 옮겨가는 무신념의 정치적 인간들이 나는 제일 무섭다.
IP : 191.97.xxx.14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1.16 10:18 PM (106.101.xxx.129)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 2. ..
    '21.1.16 10:25 PM (191.97.xxx.143)

    조선일보 생각납니다. 좌우 드나들며 살아 남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기회주의자가 되려면 철저히 나르시스트,, 소시오패스가 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 3. ㅇㅇ
    '21.1.16 10:28 PM (124.111.xxx.162)

    직장생활 오래 하신분들은 다들 아시지않나요?
    이런류의 인간들이 정말 무서운 인간입니다.

  • 4. 00
    '21.1.17 1:51 AM (125.142.xxx.9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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