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와 같은 아파트 이웃이라는 것이, 이 하늘 아래 같은 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운 날이다.
당신이 남기고 간 쪽지, 두 번의 전화 통화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태연하고 덤덤한 당신의 말을 순진하게 나는 다 믿었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선하게 태어난다고 믿고 싶었기에.
그러나 그 믿음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배신당했다.
이것이 다 간악하고 교활한 당신의 계획임을 알았을 때 난 인간이라는 존재에 회의를 느꼈다.
어쩌면 당신은 일부러 배송 주소를 혼란을 주도록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이미 아무도 모르게 우리집 앞에서 챙겨간 오배송된 당신의 택배를 택배기사에게 거진 한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당신은 그 물건을 받은 적 없다고 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피땀을 흘린 신성한 노동의 대가로 받은 그의 주머니 돈을 노려 이미 당신이 가져간 물건의 택배보상을 받으려 머리를 굴리며 완전범죄라 자신했을 것이다. 마스크도 쓰는데 누가 날 알아보겠어 하고.
그러나 당신은 어리석고 멍청했다.
우선 나의 존재를 기만했다. 당신이 우리 집 앞에서 가져간 수십만원 상당의 가치를 가진, 응당 당신의 물건이 었던 그 물건은, 당신이 택배기사에게 오배송의 실수를 탓하며 배상을 요구하는 순간,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나를 당신의 계획에 개입시켜 잠재적인 절도범으로 취급되게 만들었다.
나의 명예를 실추한 절도범을 잡아야 한다 생각했다.
그리고 곧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씨씨티비 시청을 부탁한 관리실에서 당신이 물건을 당신의 집까지 고이 가져갔다는 얘길 들었을 땐 정말이지 믿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택배도둑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그리고 분노하였다.
택배기사님에게 이 사실을 알린 지금, 부디 경찰의 힘을 빌어 당신을 처벌하고 나이도 헛먹은 당신이 앞으로 남은 인생에 교훈을 얻고 똑바로 살길 간절히 바란다.
적어도 당신의 십원짜리 양심을 남에게 들키지 말아라.
다시는 우리동 근처에 얼씬 조차 하지 말아라.
당신과 마주친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니.
택배기사님이 사과와 감사의 의미로 가져다 주신 감귤 맛이 유난히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