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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같이 소리지르고 맞대응한게 잊혀지질 않고 괴로워요.

자전거와 다리 조회수 : 6,007
작성일 : 2020-10-13 16:37:29
어제는 인근 쇼핑몰에 구입할 물건이 있어 운동도 할겸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으로 나갔습니다. 쇼핑몰에 자전거로 가기는 처음이라 지도로 확인한 경로로 가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 다리를 건너는데 가는 방향으로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자전거 끌고 걷다가 올라탔습니다.  페달을 두 세바퀴 굴렀을까 진행방향쪽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자전거를 끄는 60대 후반~70대 초중반 남자분이 보이는데 갑자기 그 멀리서부터 소리를 지르더군요.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도 안들리고, 저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건지도 몰라서 뒤를 돌아보았어요.  

그리고는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무렵 저한테 소리지르는 것이라는 걸 알았죠.
"내가 여기 관리하는 사람인데 말이야.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야지 왜 타고 가는 거야? 응? 저거 안보여? 대체 뭐하는 인간인데 이러고 다녀? 인간말종 같으니라고.." (그 뒤에 한 소리는 맞대응하느라 저도 같이 소리를 질러서 기억이 안나네요.)

정말 수년 만에 심장이 벌렁거리더군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제가 온 만큼의 거리를 다시 뒤돌아보았는데 그 공간에는 어떤 안내문이나 표식도 없어서 몰랐습니다. 안내문을 보았더라면 사람이 없었어도 내려서 끌고 갔겠지요.   그런데 이런 상식의 옳고 그름 보다 그 남자분의 화난 표정과 제게 쌍욕을 하며 소리지르는게 저에겐 과거 시어머니, 시아버지, 남편의 언어폭력과 순간 오버랩 되며 참을 수 없었어요.

"초행길인데 안내문을 못봤어요."  
"못보긴 뭘 못봐?"
(뒤돌아보며) " 왜 사람말을 못 믿어요? 저기 봐요. 뭐가 붙어있나?"
"다 붙어있어. 알면서 그러는 거지? 씨*"
"좋은 말로 알려줄 수도 있는데 왜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요?"
(계속 소리를 지른다)"  불라불라~"

이러면서 잠깐 멈칫하고 같이 소리지르다 제가 굽히지 않고 또박또박 똑같이 대응하니 지나쳐 가더라구요.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었습니다. 예전 남편, 시어머니가 소리지를 때 생각이 계속 났어요. 가만히 있거나, 아무 말 않고 조용히 지나가면 남편이나 시어머니의 부당함에 아무 소리 못했던 과거의 나 자신처럼 보일까봐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같이 소리 질렀어요. 그리고 50년 살아오는 인생동안 '남자'들에게 당했던 수많은 부당함, 폭력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같이 소리질렀던 것 같아요. 

그 태극기 할배 느낌의 남자는 지나가고, 제 뒤에서 비슷한 연배의 인상 좋은 실버그레이 어르신이 제 옆으로 오는데 서글한 눈매에 웃음을 짓고 계시더군요. 아마도 소리가 커서 다 들으셨나봐요. 너무 창피해서...저도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좋은 말로 알려주시지, 초행길이어서 몰랐어요." 하고 말했답니다.

볼 일을 보는 내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자려고 누운 밤까지 계속 그 장면이 잊혀지질 않아요.
하루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늘도 그 소리지르는 장면이 계속 떠오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같이 대응한 게 잘한 일이야.'   하는 생각과
'애효...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같이 소리질러서 똑같은 인간이 되었을까..'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네요.

딸이 아마 옆에서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았으면 기겁했을 거예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니까요.
조용히, 우아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은 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을 쌈닭처럼 만드는 것일까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 82쿡에라도 털어놓으면 쉽게 잊혀질까 하여 장문의 글 올립니다. 








IP : 1.228.xxx.192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10.13 4:40 PM (14.35.xxx.21) - 삭제된댓글

    사십 중반이후 소리 안 지르고 삽니다. 님처럼 괴로운 밤을 보내야 가라앉으니까 심리적 비용이 너무 너무 크더라구요. 걍 손해보고 맙니다. ㅠㅠ

    기왕에 질렀다면 속히 잊으세요. 잘 하셨어요. 그 양반, 맘 같아서는 한 대 쳐주고 싶네요.

  • 2. ㅇㅇ
    '20.10.13 4:42 PM (211.193.xxx.134)

    자전거 금지 길에 자전거 많이 타서 그 분도 님같이
    트라우마가 있는겁니다

  • 3. .....
    '20.10.13 4:44 PM (211.46.xxx.253)

    정말 나이든 막무가내로 소리지르는 무례한 사람들이 요즘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어요.

  • 4. 윗분말대로
    '20.10.13 4:44 PM (118.221.xxx.161)

    자전거 금지 길에 무시하고 다니는 매너없는 분들이 좀 있어요
    저도 가끔 가다가 보면 혈압이 확 올라요
    아마 그분도 담당자 입장에서 오버하신 것 같네요

  • 5. ....
    '20.10.13 4:44 PM (59.19.xxx.170) - 삭제된댓글

    잘 하셨어요
    자책하지 말아요
    잘못한 정도보다 과한 질책이기에 자연스럽게
    반응을 한거에요
    신경쓰지 마시고 잊어버리세요
    스스로를 믿으세요...

  • 6. ㅇㅇ
    '20.10.13 4:45 PM (211.193.xxx.134)

    요즘 공원 산책도 별롭니다

    자전거 빨리 다니죠
    개들도 많죠
    타지마라고 하는 오토바이등도 들어오죠

  • 7. 흠..
    '20.10.13 4:49 PM (211.227.xxx.207)

    반응없이 그냥 지나갔으면 그것도 자책했을걸요.
    소리지르고 반응보이는게 잘못 아니니 그런가보다하세요.

  • 8. ..
    '20.10.13 4:50 PM (49.169.xxx.133)

    황당하셨겠어요.
    X밟았다 하시고 기분푸세요.

  • 9. 같이
    '20.10.13 4:53 PM (180.229.xxx.17)

    같이 소리지르고 싸울수도 있죠 그쪽에서 욕도 했잖아요 마음쓰지마세요 마음쓸일 아니예요 거기서 아무말안했음 더 속터지죠

  • 10. 우리나라여자
    '20.10.13 5:03 PM (211.36.xxx.169)

    우리나라여자들 너무착해서그래요
    저 노친네가 남자한테 저지랄털겠나요?
    님이 여자라서 우습게본거 맞아요
    더 심하게 응징해주지그랬어요
    잘하신거에요 절대 자책하지마세요
    님딸에게도 부당한 상황에선 있는 힘껏 대응해야한다고 가르치세요
    그게 선이에요.

  • 11. 우리나라여자
    '20.10.13 5:06 PM (211.36.xxx.169)

    저는 아파트관리소장한테 민원 요청하다가 저한테 젊은여자가어디서큰소리내냐고 성질부리길래
    너는 니 애미애비가 그렇게가르쳤냐고 덤볐더니 바로 찌그러지더군요.여자라고 우습게보는새끼들은 한참더 당해야합니다.

  • 12. 전재
    '20.10.13 5:07 PM (165.132.xxx.152) - 삭제된댓글

    확대 해석 할 필요가

    있으신지요. 그나 나나 뭔가 전에 꼬인 일에 매여 과잉 가치 부여를 하는구나하고 끝내실수있으면 제일 좋겠죠

  • 13. 관리인에겐
    '20.10.13 5:09 PM (223.38.xxx.128) - 삭제된댓글

    소리지르고 윽박지를 권리를 준 것이 아닌데
    어디서 관리인 운운하며 큰 소릴 냈을까요
    관리주체에 알려서 해고를 당해봐야 예의라는 것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중에 그 자릴 빗대서 갑질하려 한다는 것에 큰 이유예요.
    일정 나이가 되면 지역사회에 융화되어 살아가는 밥을 교육 받게 해야 합니다
    노인혐오자가 되는 것 같아 괴로울 때가 많아요

  • 14. 관리인에겐
    '20.10.13 5:11 PM (223.38.xxx.128)

    소리지르고 윽박지를 권리를 준 것이 아닌데
    어디서 관리인 운운하며 큰 소릴 냈을까요
    관리주체에 알려서 해고를 당해봐야 예의라는 것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중에 그 자릴 빗대서 갑질하려 한다는 것이 큰 이유예요.
    일정 나이가 되면 지역사회에 융화되어 살아가는 법을 교육 받게 해야 합니다
    노인혐오자가 되는 것 같아 괴로울 때가 많아요

  • 15. ㅎㅎㅎ
    '20.10.13 5:14 PM (121.162.xxx.158)

    님 마음이 너무 느껴지네요. 관리인이 처음부터 욕하지 않고 지적만 제대로 했다면 님도 미안해서 몇번이고 사과했겠죠. 너무 괴로워마시고 잊으세요.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발동된 거니까요

  • 16. ......
    '20.10.13 5:22 PM (101.87.xxx.89)

    잘하신거 같은데 왜 괴로워하세요? 제일 좋은건 빨리 잊어버리세요.
    자전거 도로가 아닐것 같아서 자전거 타면 안되는곳 같긴 한데 그 사람이 관리인이라면 그냥 여기 자전거 못타는곳이라고 하면 되죠. 여자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쌍욕하고 소리친거에요. 저 같으면 그 사람 엿먹으라고 그 아저씨 상사나 위쪽에 항의할거 같아요.

  • 17. 잘하셨어요
    '20.10.13 5:34 PM (58.234.xxx.21)

    쌍욕하며 맞대응 한것도 아니고
    예의를 갖춰 할 말 하신거 같은데요?
    부당한 일을 당했을때 참지 않고 자신을 항변 할 수 있는 모습도 자식에게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딸에게 부끄러운 모습 아니에요
    오히려 그런 부당한 막말을 듣고 항변하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면 더 상처가 될거 같아요

  • 18. ,,,
    '20.10.13 5:37 PM (115.137.xxx.43)

    님이 먼저 소리지른것도 아닌데 그렇게 자책하실 일 아닌것 같아요.
    이런말 하긴싫지만 솔직히 마동석같은 건장한 남자에게도 반말로 인간말종 어쩌구 했을까요?
    그리고 누가 됐든 다른사람에게 반말로 소리지르면 안되는 것 당연한거구요.
    아마 님이 또박또박 큰소리로 대응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그런말 듣고도 대응못한것에 속상하실거예요.

  • 19.
    '20.10.13 5:43 PM (118.235.xxx.43)

    에휴 저도 그래요 대응을 해도 그런 상황 자체가 싫고 제 모습도 싫고 계속 생각나고... 다음 생에는 멘탈 갑으로 태어나고 싶네요.. 맛난거 먹고 재미난 티비라도 보시고 털어버리세요!

  • 20. 새옹
    '20.10.13 5:47 PM (112.152.xxx.4)

    에구 젊은 남자였다면 그리 소리질렀을까요
    여자니 우습게 본게 맞지요

    힘내세요 잘하셨어요

  • 21. 어디서
    '20.10.13 5:58 PM (219.240.xxx.137)

    반말에 소리를 지르고 쌍욕을!
    여자라서 우습게 본 나쁜 새끼네요.
    전 욕을 전혀 안하는데 님 글 읽고 머리에 열이 차오르며 엄청 분노가 일어나요.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 감정이입도 되고 정말 힘든 일 겪으셨어요.
    막 욕해주고 싶었을듯

  • 22. 잘하셨어요
    '20.10.13 6:21 PM (180.70.xxx.144)

    원글님이 잘못했으면 잘못만 지적하고 빨리 내리라고 해야지
    소리 지르면서 c발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되죠.
    C자 들어간 말 들어간 순간 영감님 과잉대응이죠
    지금은 계속 생각나도 소리 안지르고 당하고 왔으면 두고두고 분했을걸요
    잘하셨어요

  • 23.
    '20.10.13 6:24 PM (223.62.xxx.150)

    할배가 욕한 건 백번 잘못했지만,
    님 편을 들어줄순 없네요.
    아무데나 자전거타고 다니는 인간들이 너무 많거든요.

  • 24. 적어도
    '20.10.13 6:30 PM (175.209.xxx.73)

    실수라면 한마디로 끝내야해요
    인간이 저급해서 자기 분노를 표출한 것 맞아요
    잘하셨습니다
    앞으로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는게 줄겠네요
    사람 봐가면서 갑질하는 인간들은 혼나야해요

  • 25.
    '20.10.13 7:16 PM (58.140.xxx.159) - 삭제된댓글

    님 멋져요 잘하셨어요
    님이 가만히 있었으면.다른사람한테도 그랬을거에요

  • 26. ..
    '20.10.13 7:17 PM (218.236.xxx.23)

    아주 잘하셨어요.
    저도 그 장소 가끔 가는 곳입니다.
    붙잡아 세워서 소리지를 만한 일이 절대 아니예요.
    자기의 존재감을 헛점있는 사람한테서 회복하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멱살 잡고 할퀴어서 경찰서 가지 그러셨어요

  • 27. .....
    '20.10.13 8:13 PM (220.76.xxx.197)

    그쪽에서 먼저 욕한 거니 원글님 하신 게 듣는 입장에선 속은 시원하지만 ㅠ
    요새 워낙 미친 사람이 많아서요 ㅠ
    막 흉기라도 들고 있는 이상한 사람이었으면 어떡해요 ㅠ
    조심하세요 ㅠ
    응가가 무서워서 피하나요 ㅠ

  • 28. 일단
    '20.10.13 10:10 PM (149.248.xxx.66)

    맞대응하신거 잘하셨구요. 그래도 세상 또라이들 많으니 조심하시고.
    살다보면 저런 x밟을일이 몇번씩은 있더군요. 조용히 살던 나같은 사람은 한번 저런 테러 당하고나면 일주일은 가슴이 벌렁거리더군요.
    님 잘못 아니니 되씹지마시고 잊으세요. x밟은건 그냥 잊는겁니다.

  • 29. ...
    '20.10.13 10:49 PM (211.36.xxx.119)

    어후 잘하셨어요
    노인네들 소리만 지르고 앞뒤없아 본인 얘기만 하는거 정말 싫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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