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제 아이들 키우며 뭘해볼까 하다가 5년전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 뒤로 담임 몇년 보조 교사 몇년 일을 했죠..
워낙 아기를 이뻐해서 선택했던 직업이었구요.
그런데 첫 직장부터 고난이었어요.
가정 어린이집이었는데 원장이 이미 데리고 있던 교사와 친분이 있던 터라
저와의 차별이 엄청났어요..
대놓고 그 보육교사와 비교 하고 보는데서 큰소리로 저를 혼내고 ㅠㅠ
결국 몇개월 일하고 마무리 짓고 나왔고
두번째 들어간 어린이집엔 나이 60인 옆반교사가 원장보다 더 원장처럼 굴고
자긴 나이가 있어 대우 받아야 한다는 태도여서
뭐든 제가 다 해야 했어요.
그래도 참고 다니다 폐원...
마지막 민간 어린이집 보조교사는 정말 마음이 힘들었어요.
교사 7명이 똘똘 뭉쳐 자기들끼리만 친하고 절 끼워주지도 않았고
보조교사는 저 하나니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몸이 하나라 한교실 가 있으면 저쪽에서 삐지고
명절전에 절 끼워주며 돈 똑같이 걷어 원장 선물 해줬는데
결국 원장은 차별적으로 저만 적은돈을 입금해줘서
그거 불쾌한 티 냈다고 교사들 하는말이 드러우면 정교사 하라고 ㅋㅋ
암튼 이길은 내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다 관두고 쉬다가
베이비 시터를 시작했어요.
12개월 남자 아기였는데 처음에는 낯을 가려서 엄마 찾고 힘들어 했어요.
엄마도 내심 불안해 하며 아기와 떨어질떄마다 맘아파 하셨구요.
그럴떄마다 제가 충분히 대화하며 엄마에게 아기를 믿고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
엄마가 불안해 하면 아기도 힘들어 한다고 이야기 했고 그 엄마도 잘 따라주었어요
어느날 아기가 저에게 웃으며 다가오기 시작했고
자기가 좋아하는 곰인형 냄새를 맡으며 저에게도 맡아보라며 제 코에 대주고 ㅋㅋ
( 이 행동은 엄마한테만 하는 행동이라며 엄마가 놀라더라구요)
제가 낮잠재워도 잘자고 중간에 깨서도 저 보며 미소 지어주고
낮엔 하루종일 제가 온몸을 다 바쳐 놀아주고 ㅋㅋ
공원도 돌며 꽃도 보여주고 나무도 보며 제가 노래도 불러주고
아기 엄마도 정말 너무 좋아하고
아기가 안정을 찾고 이젠 제가 가면 웃으며 뛰어와 안기고
엄마에게 잘 다녀오라고 손까지 흔드네요 ㅋㅋ
아기가 아직 말을 못하니까 어어~하며 요구할떄마다 그 소리로 전 또 다 알아들어요 ㅋㅋ
처음엔 기었고 한발짝 걸었고,,그러다 잘 걷게 되었고,,뛰고,,울던 아기가 표현을 하고
하나씩 말을 배우고,,,내 말을 따라하고,,
요즘엔 꽃, 나무, 까까, 쨱짹, 나비야, 코, 발, 하며 말도 따라하고 얼마나 귀여운지요
아기 엄마가 얼마전엔 조용히 저에게 이런말씀을 하네요
둘째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나 믿고 남편하고 이야기 해봤다며
둘째도 돌봐주실 생각 있으시냐며
정말 보람되고 감사하더라구요..
보육교사보다는 급여는 적지만 너무 만족하게 되네요
아이 하나만 하루종일 이뻐해줄수 있고
원장 눈치 안봐도 되고 서류 없어 좋고
엄마들도 저를 존중해주시고
정기적으로 계약해서 지금 아이 보고 있는데 갈떄마다 기분좋고 기다려 지네요..
지금 문득 핸폰에 아기 사진 보며 흐뭇하게 미소지며 글남기고 있어요~
사족을 달자면...
사실 저같은 경우 불안해 하는 엄마들 맘 충분히 이해해요..
어린이집도 아니고 단지 베이비시터 앱으로 만난 사이라 뭘 믿고 아기를 맡기겠어요.
전 미리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구요..
어머니께 씨씨티비 달으셔도 된다고 이야기도 했어요..
내가 엄마 입장이라면 그게 맘 편할거 같다고 이야기 드렸어요.
이 아기 말고 다른 아기도 몇몇 봤는데
그 엄마들 말로는 별 이상한 시터도 많대요
어떤 시터는 씨씨티비 있는거 알면서 애 엄마 안방에서 자는데
애기 보다가 씨씨티비에 수건 덮어 씌우는 시터도 있었대요 ㅠㅠ
어떤 시터는 애혼자 놀게 하고 옆에서 자는 시터도 있었다네요..
어쨌든 저는 저희 아이들이 우리 엄마 만나는 아기는 행운아라고 할정도로
책임감과 또 아기를 너무 사랑하거든요..
이 일을 단지 알바식으로 시작하는 20대도 많던데...
전 아기 사랑하고 책임감 있다면 해볼만 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아 또하나..
강아지들도 자기 이뻐해주는거 알듯이
아기들도 자기 사랑해주는거 알더라구요..
제가 허투루 놀아주는게 아니라 정말 아기가 좋아하는 놀이 같이 해주고
저도 즐거워 웃게되고
그랬더니 아기가 저를 좋아해주고 믿더라구요.
아기들은 누구나 다 낯가림 해요..그게 당연하구요
낯가림으로 친해지는 시기는 누구나 다 다른데요..
그 기간이 길고 길어져도 아기가 울고 싫어 한다면 엄마도 다시 생각해보시는게 좋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