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갑자기 전신이 쓰라리고 화끈거리기 시작
- 류마티스내과 방문
- 때수건으로 세게 밀어서 조금 까졌을 때처럼 얼얼하고 쓰라린 정도의 통증이라 하니
섬유근통으로 의심되나 아직 증상이 경미하니 진단은 내리지 않겠다며
신경계통 쪽 통증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약을 최소량 처방해주고 운동처방을 내렸습니다.
- 왜 검사를 안해주냐고 했더니 이 의사는 자기가 보기엔 아픈데가 없는 것 같답니다.
저는 마음의 병이 생겨서 아픈게 아니라 갑자기 통증이 생겨서 너무 놀라고 무서운 나머지 마음이 아파진 경우예요.
하지만 아픈거 같지 않대요.
- 한달 반이 지나자 통증 강도는 세지지 않았지만 점점 범위가 퍼집니다.
얼굴, 팔다리, 두피, 등, 가슴, 배, 손, 발만 아팠는데 혀, 목구멍, 위, 장, 항문에 생식기까지 쓰라리고 화끈거리기 시작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든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예민해서 통증을 자주 느끼는 편이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염같은거나 쓰라림 같은 건 그냥 그러려니 하는 면도 있었는데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아픈거예요.
김치를 하얗게 씻어도 뱃속에 식초를 들이부은 것 같이 쓰라리고 화끈거려 먹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한달 반째 설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먹는 통증관련 약의 부작용 중 하나가 변비, 입마름 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몸은 화끈거리다가도 물방울 하나 떨어지거나 찬바람 불면 시려서 죽을 것 같고요.
산부인과에서는 여성호르몬 멀쩡하답니다. 갱년기 아니래요. (44세)
오늘은 기어이 이빨까지 아프네요.
-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 치료도 받기 시작했어요.
몸이 예민해도 너무 예민해서 약 부작용을 무서워하니 친절하게 아주 적은 용량부터 주셨는데
그 약도 먹자마자 두통이 왔고, 오늘은 먹기도 전부터 두통이 오네요.
원래 먹던 통증 관련 약을 먹어도 머리가 아파요.
- 병원에서 운동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해서 하루에 두 번도 걷고 세 번도 걷고
홈트도 하고 등산도 하고 헬스장엔 요즘 못 가니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로 오밤중에 나가서 웨이트까지 하는데요.
제가 워낙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고 예민하다보니 남들이 볼땐 전혀 안 아픈 상황에서도 민감하게 통증을 느끼는 거예요.
요즘엔 걸으면 발바닥 뒷꿈치가 쑤시고 마찰 때문에 피부가 쓰라려요.
그래서 집에서 맨발로 홈트했더니 팔동작 좀 했다고 어깨 인대를 삐끗했어요.
스콰트 했더니 허리가 너무 아파요.
몸 푸는 요가 스트레칭해도 허리나 목이 아프고요.
등산 두 번 했는데 무릎 통증이 느껴져요.
진짜 몸 상태가 노인수준이에요.
그래도 해요.
이 운동해서 아프면 다른 운동하고 그것도 아프면 또 다른거 하고
진짜 다 아파서 못하는 날도 30분이라도 걷고 국민체조라도 해요.
- 분명히 정신적인 문제다, 너무 엄살떨지 마라, 읽기만 해도 질린다, 의사가 그러는 거 이해된다, 아파도 참고 운동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실 분 계시겠지만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아프고 싶을까요?
이 예민한 몸이 미치도록 싫고 힘든 건 저고 아픈 거 정말 싫어해요.
아픈걸 좀 덜 느끼시거나 건강하신 분들은 정말 몰라요.
통증이 내장기관에 치아까지 퍼지는데다 안 그래도 약 먹으면 두통이 심한데 먹기도 전부터 두통이 오니 죽겠네요.
한달 반째 잠도 잘 못 자고 있는데 수면제도 머리만 아프지 듣지는 않아요.
이것 때문에 힘들어했더니 정신과 의사가 다들 몸이 아픈 게 마음의 문제라고 하지만
마음이라는 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의지만으로 아프고 안 아프고를 결정하는게 아니라고.
뇌의 작용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큰 위로는 안됐지만 그래도 저 자신을 위해 그 말을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약 먹으면 좋아지겠지 하고요.
다 내려놓고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약발 좀 남아있을때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잔잔하다가
통증이 강하게 느껴지거나 안 아픈데가 아프기 시작하면 다시 불안하고 우울해요.
- 이렇게 써놓으면 너 원래 애가 좀 어둠침침하고 그랬구나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외향적이거나 환한 성격은 아니어도 조용한 가운데서도 긍정적이고 외로워도 혼자 잘 노는 사람이었어요.
주변 상황 좋을 것 하나 없어도 그냥저냥 밝게 잘 지냈어요.
제가 우울증 올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다만 겁은 좀 많고 소심하긴 하네요.
- 저희 어머니도 섬유근통을 앓고 계시기 때문에 아직 갱년기도 안된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세월을 아플까 너무 막막하기도 하고 그렇게 아프기 전에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말 많이 해요.
- 어머니도 가끔 살이 쓰라릴 때가 있긴 하지만 살을 에는 심한 몸살 같은 근육통과 관절, 디스크 쪽 통증이 심하다며 저처럼 전신이 쓰라리지는 않다고 하세요. 저는 심지어 내장기관까지 아파요.
저처럼 쓰라린 섬유근통도 있나요? 내장기관까지 전부?
그리고 몸의 모든 감각이 활짝 열린 것처럼 이럴수도 있나요?
- 그래서 신경과를 가보려고 하는데 제 몸과 마음은 엉망진창이고 삶의 질은 거의 바닥을 쳤지만
3차 병원 입장에서는 제 통증이 그렇게 대단한건 아닐거예요.
그러니 어렵게 예약해서 가도 뭐가 나오긴 할까, 검사는 해줄까 생각도 들고
어느 병원 누가 잘 보는지 정보도 없어요.
- 이게 어느날 갑자기 생긴 증상인건 아니고 몇 년에 걸쳐 조금씩 팔다리가 좀 쓸리는 느낌이 든다,
양치질하고 나면 치약 때문인지 혀끝이 얼얼하다
호박잎 같은 건 깔깔해서 못 먹겠다 이런 증상이 있었어요.
내가 워낙 예민하니 이제 이런 증상도 생기는구나, 감수해야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전신에 이렇게 통증으로 나타나고, 감각도 심하게 예민해질 줄은 몰랐어요.
이렇다보니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 더 강해지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정말 큽니다.
이것이 저를 끝없이 불안하고 우울하게 하는 요소예요. 너무 고통스러워요.
*** 꼭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제가 미래에 대한 비관으로 우울증과 불안이 좀 강해요.
그러니 그거 무슨 병 같다 많이 아프다더라
누가 그 병으로 스스로 죽었다더라
아는 사람 누구도 평생 아파하더라
그거 못 고친다
너는 진짜 미친거 같다 정신과 약이나 더 먹어라
이런 말씀은 제발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어느 병원 어느 과 누구를 만나보면 좋겠다 등의 정보가 아니라면
무플 주셔도 괜찮습니다.
건방지게 댓글 내용까지 이래라저래라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 제 상황이 그래요...
이렇게 무슨 말 한마디가 무서운 상황에서도 기어이 글을 올리는 건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