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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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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 트라우나

직장힘들어 조회수 : 2,714
작성일 : 2020-09-30 10:27:23
시골 가난한 홀어머니의 장녀예요.
엄마는 33세에 남편을 병으로 잃고 청상과부가 되어
1남 3녀를 시어머니 모시면서 키우셨어요.
저는 장녀라 동생들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여상을 졸업하자마자 만18세에 모 금융기관에 취직했어요.
처음엔 동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상처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대부분 제 주위에 계신분들은
저를 좋게 봐주고 남자직원들 몇몇은 사귀자,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고등학생인 동생 둘 데리고
생활비, 학비 모두 책임지며
살자니 힘들었어요.
출근은 8시전까지 회사도착이라 아침은 굶고 출근하고요.
요리도 잘 못하니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하고 사먹을 돈은 없구요.

무엇보다 내가 힘들때
나를 지지하고 도와줄 어른이 한명도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입사초기 동료들이 끼리 끼리 모여 퇴근후 어딜가는데 저한텐 아무도 같이 가자는 사람도 없고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잦았어요.
자존감이 낮고 사회적 기술이나 인간관계 대처 능력이 없으니
그냥 가만 있는게 다였어요.
그러니 어떤 사람은 저를 무시하는 말도 했고요.
이런게 25년이 지난 지금 떠올라 엉엉 울었네요.
저를 좋아해주는 동료들도 상당수 있었고
저를 이뻐해주는 직장상사도 있었지만
저를 싫어하는 여자선배, 직장상사도 몇 있었어요.

객관적으로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는 사람보가 더 많았지만
저는 어린아이에 큰 상처가 되었어요.
아마 만18세~19세 이때는 또래관계가 엄청 중요해서 그런것 같기도 해요.

암튼 직장생활 5년 정도 했는 데 2명을 제외하고 모든 직장사람들과 뭐 아주 친하진 않아도 서로 좋게 지내거나 비교적 원만하게 지냈는데요.
아마 제가 우울증이었던 거 같아요. 표정이 밝지를 못하고 우울한 표정이나 무표정이었을 거예요.
새로 부임한 직장상사가 절 안좋게 보더니
(이분이 우리 지점의 지점장)
다른지역으로 가는게 어떻겠냐며
타지 발령을 냈어요.
한마디로 회사 짤린거예요.
경북에서 인천 발령이니까요.

그래도 마무리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지점장에게 작은 선물도 해줬어요.
그러니까 옮기는 곳의 장에게 전화 걸어서
출근일을 하루 조정해서
출근하도록 배려해줬어요. (그때가 추석연휴 전이었는데 추석연휴 이후에 출근하도록)

해당 지점으로 이동했는데 직원들이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여기서 근무할까 라는 생각도 했으나
3일 뒤 사표썼어요.

사표내고 화창한 날씨에 하늘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 가볍더라고요.
몸의 긴장된 근육들이 편안하게 풀리고요.

진작 사표 쓸것을...
동생들 고등학교 졸업은 시켜야지 하는 생각에
힘들어도 악을 쓰고 직장다녔더니
저는 직장트라우마가 생겨 버렸어요.

그래서 직장을 못다니고
사회봉사단체나 종교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그러나 제가 속한 곳의 사람들이 추천해서
국가에서 하는 교육기관에 1년 취직했는데
웬걸 너무 재밌는 거예요.
1년되고 제가 그만둔다니
더 다니면 안되겠냐는 상사의 말을 들었어요.

저는 제가 능력도 없고 사람들이 절 알게 되면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1년 직장생활로 약간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허나 어린나이 입사초기에 겪은 상처가 떠오르면
제가 너무 부족한 사람 같고 아파요.

그 사람들 미워했지만 지금은 그 사람들 입장 이해해요.
제가 그들에게 의도하지 않았으나 상처줬고
그들이 오해 하는 부분을 제가 해명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도 했고요.

남편에게도 이 얘기는 못하겠고
2틀내내 유투브에 마음 다스리는 치유 영상 보면서
울고 있습니다.

몇달뒤 아마도 취직가능성이 높은 곳이 있는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미리 걱정하고 있고요.

저 혼자 맘이 힘들어 익명게시판에 털어놓아요.
왜냐하면 이곳엔 지혜로운 분들이 계시니까
한마디 말씀이라도 듣고 싶어서요.

이 글보고 기분나쁘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고
악플러분들은 댓글 다는 수고 하지 마시고
그냥 지나가시면 좋겠습니다
IP : 59.9.xxx.8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설마
    '20.9.30 10:33 AM (211.187.xxx.172)

    트라우나.........오타죠??????

  • 2. 여리신
    '20.9.30 10:35 AM (118.221.xxx.115)

    분이네요.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게 아니라
    직장생활 그 정도는 누구나 다 겪는 일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털어내고 극복하고 사니까요,
    님도 너무 주변인들 의식하지 마시고
    주변 관계보다는 일 성과 그 자체에 집중하며
    일 하시는게 나을거 같아요.
    작은 일들 곱씹고 일희일비 하시는것도 접으시구요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져 가시는거죠.

  • 3. 원글
    '20.9.30 10:36 AM (59.9.xxx.8)

    네 트라우마의 오타예요.

    수정하면 본문글 줄간격이 띄워져서
    글이 길어져서 그대로 뒀습니다.

  • 4. ㅁㅁㅁ
    '20.9.30 10:36 AM (121.152.xxx.127)

    내용보니 적어도 50이상일꺼 같은데
    재취업 성공하셨다니 축하드려요~!

  • 5. 원글
    '20.9.30 10:40 AM (59.9.xxx.8)

    ㅁㅁㅁ님 50 맞아요^^
    재취업 성공가능성이 높은데 최종결과는 좀 기다려야 해요. 1차시험, 2차시험 후 발표라 아직은 모르지만
    그래도 축하해주시는 아름다운 마음씨 너무 고맙습니다^^
    이 나이에 도전한다는 것에 스스로 격려하고 있습니다 ^^

  • 6. ...
    '20.9.30 10:41 AM (211.215.xxx.112)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직장 생활은 어디든 인간관계를 견디는 댓가가
    월급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새로운 직장에서도 텃세부리고
    이유없이 못되게 구는 사람은 있을테지만
    원인을 내게 찾지는 마세요.

  • 7. 원글
    '20.9.30 10:45 AM (59.9.xxx.8)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 해 주시니
    위로 받습니다.

    여린거 맞는 거 같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가난했어도 마음은 순탄하게
    자랐고 누구한테 안좋은 소리를 거의 들어 보지 못했는데
    직장에서는 별일 아닌 거 같은데
    화내고 큰소리 내는 경우가 있어서
    제가 그때 좀 놀랜거 같습니다.

  • 8. 어머
    '20.9.30 10:50 AM (124.197.xxx.72) - 삭제된댓글

    고생 많으셨어요
    재취업 고고. 꼭 되실거에요

    가슴 쭉 펴고 힘내서 행복하게 사세요

  • 9. 원글
    '20.9.30 10:51 AM (59.9.xxx.8)

    댓글보고 너무 위로 되고 감사해서 댓글을 안달수가 없네요..
    점 3개님 어쩜 그렇게 짧은 글로도
    제게 용기를 주시고 힘을 주시는지요...
    하신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

  • 10. ..
    '20.9.30 11:01 AM (210.205.xxx.66) - 삭제된댓글

    저는 직장일을 꽤 오래 했는데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힘든일이 생기면 악몽에 시달리고 주말이면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이 늘 신경쓰입니다
    다만 직장을 오래 다니면서 나아진 것은
    남의 평가에 좀 무뎌진 거예요

    전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민감해하고
    상처받고 걱정했다면
    지금은 배짱이 좀 생겼다고 할까요
    오랜 직장생활이 주는 내공 같은거요

    과거의 상처는 없어지진 않지만
    흐려지더군요
    님도 직장생활 좀 더 하시면
    저절로 강해지실거예요

    피해다니기보다 부딪히다보면
    별거아닌 일이란 걸 알게됩니다

    내가 견딘 시간은
    나중에 자긍심으로 보상이 오니
    도전을 계속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11.
    '20.9.30 11:25 AM (58.123.xxx.199)

    이ㅇ글보고 기분 나쁘다면 죄송하고...

    이런 생각을 하지 마세요.
    모든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야한다는
    부담을 버리시고 내 기분에 맞춰사세요.
    저도 그게 부족해서 마음고생 많은데
    조금씩 고치는 중이예요.

  • 12. 하루
    '20.9.30 11:31 AM (211.49.xxx.250)

    님 글을 참 잘쓰시네요, 저랑 가정 환경ㅇ 비슷하시고 나이도 비슷하시네요, 전 집안형편으로 검정고시를 보고 신촌에 있는 학교 나와 대기업 다녔고 지금도 전문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가 대학 들어가서 참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너무 잘 사는 애들이 많더라구요 ㅎ, 등록금도 벌어서 다녔고 그 이쁜 시절에 엠티한번 가본적이 없어요, 가을이라 그런가 그 이십대 초반의 가난하고 비참했던 기억이 가끔 떠올라요... 우리 나이때가 좀 그런가봐요, 우리 내면의 상처 많은 아이잘 보듬어서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자구요.

  • 13. 건강
    '20.9.30 11:33 AM (223.39.xxx.175)

    우리 잘 알잖아요
    특히 금융기관은 고객도 별 사람 다 있는거
    직장상사라고 다르겠어요
    그래도 25년이상 잘 버티셨네요
    세상은 넓고 진상인 상사도 많다

  • 14.
    '20.9.30 11:42 AM (210.99.xxx.244)

    50대 재취업이 대단하신데요? 부럽습니다 그정도면 큰 능력자세요. 50대 대졸인 전 취업하고파도 할곳도 없고 식당 이나 도우미뿐이네요 허리가 그닥 좋지않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클꺼같아 맘 비웠어요.살아오신게 조금은 고생 스러우셨을지라도ㅡ 그만큼 세상 보는 눈도 커지셨을꺼고 글쓰신거보니 남을 배려하시거나 포용하시는 맘도 크신분일꺼같아요. 화이팅하세요

  • 15. 원글
    '20.9.30 12:00 PM (59.9.xxx.8)

    하루님
    제가 신촌에서 10여년 살았지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공부 하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까요?

    저도 서울와서 어찌하다보니 봉사단체에서 친구를 몇멸 만나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모두 명문대 나왔거나 전문직 부모를 두고 있더군요.
    저는 너무 가난해서 돈만 있으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을 보고 아니란 걸 알게되었어요.
    물론 경제적 자유는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만
    그들은 저와 다른 아픔을 갖고 있더라고요.

    암튼, 하루님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16. 18살
    '20.9.30 12:08 PM (202.166.xxx.154)

    18살 사회나와서 상처 하나도 안 받고 직장 생활하기 힘들죠. 만만한 막내 괴롭히는 상사들도 있을 거구요.

    전 대학졸업하고 그때 간 사람도 없던 시절 유럽 배낭여행도 하고 오고 직장생활했어도(원글님보다 4-5살 많죠) 진짜 어리버리 지금 생각해보면 지붕킥 할만큼 순진 무지했어요. 남이 상처줘도 잘 모르고 다녔을 수도 있구요 원글님처럼 두 동생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어서 스트레스는 덜 받았을 지 몰라도 그 때는 다 그랬어요.


    지금은 세상 무서울게 없는 50살이네요. 뭐가 무섭나요. 이제는 남편도 있고, 학교 보내야 하는 동생도 없고. 부담될게 없죠. 일하다 보면 힘들때도 있지만 통장에찍힌 돈도 좋고 매일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홧팅! 직장은 직장이므로 개인적인 관계 맺을려고도 하지 말고 일만하고 오시면 감정적으로 덜 힘들수도 있어요.

  • 17. 원글
    '20.9.30 12:26 PM (59.9.xxx.8)

    제가 한분 한분 모두에게 댓글은 못달지만
    댓글 감사하게 꼼꼼히 잘 읽고 있습니다^^

    그냥 공허한 위로나 응원이 아닌
    현실적으로 도움되는 말씀들
    경험에서 나온 말씀들 제겐 너무나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 18. .......
    '20.9.30 12:48 PM (1.222.xxx.142)

    마음이 순수하고 착하신분이라서 상처 받으시고 치유가 안되서 자꾸 생각이 나시는거 같아요
    직장 생활은 거짓말도 잘하고 뻔뻔하고 양심없는 사람들이 잘하고 상처도 안 받더라구요
    그래도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인정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꿈도 있으시자나요. 오늘 잘사셨으니 잘했다 칭찬해주세요
    얼굴도 모르지만 응원할께요!^^

  • 19. 맞아요
    '20.9.30 1:49 PM (180.69.xxx.3) - 삭제된댓글

    너무 미성숙하고 모든게 처음인데 옆에서 그건 그런거고 이건 이런거야 하며 얘기도 해주고 의논할수 있는 어른이 하나도 없었다는거. 정말 상처에요.
    지금은 이해할수 있는 세상 이치지만 18살 어린 아이(요즘 애들 생각하면 아기죠)가 겪기엔 너무 복잡한 사회생활이었을거에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원글님이 그때의 자신에게 얘기해주세요. 너무 힘들었지? 너무 고생많았어. 그래도 잘해왔잖아... 하고요.
    힘내세요. 시작하려는 일도 성실하게 잘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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