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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선미네 비디오가게-신해철을 보고

정말속상해 조회수 : 1,383
작성일 : 2020-09-28 16:25:12
사실 선미가 누군지도 잘 몰라요
연예인에 빠져본 적도 별로 없고
그 흔한 고스트 스테이션도 한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신해철
그와의 만남은 고1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고 학교에 갔더니
다들 “그대에게”를 듣느라 난리가 났었죠
그게 신해철과의 첫만남이었어요
저는 그다지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대에게”는 엄청 많이 부르고 들었었죠
수학여행 체육대회 등에서도 주구장창 많이도 불렀구요
중간에 뭔가 행진가처럼 진행할 때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이~~~ 나는 그대숨결을 느끼일 수 있쒀요~~~~ 이부분이요!^^) 를 눈감고 헤드벵잉을 하면서 불러제끼다가, 마지막 부분에 아리아처럼 바뀌는 그 부분까지 다 부르고 나면 뭔가 알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다시 처음부터 부르고 싶어서 무한반복 다시 다시 부르곤 했었죠~

그 이후로도 내가 신해철을 좋아한다 팬이다 이런 자각은 없었고
그의 노래들도 히트한 노래들만 아는 정도였어요
나중에 N.E.X.T 때의 하드코어 음악들은 아예 잘 모르구요
그래도 그당시 제 나이또래는 정말 음반을 많이 듣고 사고 하던 시절이었기에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듣게 되는 노래들 중에
가슴 철렁하게 만드는 노래들이 있었죠

날아라 병아리”
어린 시절 학교 앞 라면박스에 병아리를 파는 장사가 오곤 했죠
전 엄마가 절대 반대하셔서 못샀지만
진짜 꼭 한번 사보고 싶었죠
엄마는 어릴 때 삼촌들이 사가지고 왔는데
그 병아리가 커다란 닭으로 다 자라서 할머니가 요리를 하셨는데
아무도 못먹고 닭고기만 보면 다들 울어서
이리저리 굴리다가 결국 버렸다고 하시면서
절대 못사게 하셨어요
아무튼 엄마의 기억, 어린시절 사고 싶었던 내 마음,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샀는데 얼마 못키우고 죽어버렸다는 이야기 등등이 짬뽕되고, 또 오래된 기억에 대한 추억(20대에 바라보던 10대의 기억은 아주 오래된 옛날이었어요 이제는 10년 전이 어제같지만~^^;;) 이 모든걸 신해철은 불과 몇분 안되던 이 노래에 가득 담아냈었죠~ 또한 요새애들한테야 90년대나 80년대나 똑같이 아주 오래된 옛날이겠지만, 90년대에 느끼던 80년대는 정말이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아주 낙후된 ㅋ 옛날이었거든요 그때의 기억을 뭔가 아주 아련하고 따뜻하게 꺼내어준게 잊혀지지 않아요 마치 90년대에 나 혼자 오롯이 80년대로 돌아가 동심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 아무튼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느낌이예요~

“나에게 쓰는 편지”
재수시절에 무한반복 듣고 또 듣고 부르던 노래였어요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마음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걸”

부모님 밑에서 모든 서포트를 받으면서 하는 재수가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ㅋ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또 다시 생각하면 그때의 힘듬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젊음이란 청춘이란 무언가 다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또 이무것도 안될 수도 있디는 말이었기에
그때는 그렇게 불안하고 순간순간 그렇게 울렁울렁했나봐요
지금은 그때의 불안정함 불안함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걸
지금은 아무리 붙붙이려고 해도 불이 붙지 않는 열정이었다는걸 알지만
그땐 정말 참기 힘든 불안함,불안정감이엏거든요
그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렇게 위로를 받았어요
정말이지 대학가서 훨훨 날라다닐거 같은 친구들(나중에 막상 대학 가보니 별거는 없드만 ㅋ)을 보면서 뭔가 불안한 내 마음을 어루만져줬어요

“돈,큰집,빠른 차,여자,명성,사회적 지위,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에게 행복이 있을까?”
살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부정할 수 없게 저런 것들이 행복에 엄청난 변수인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저것들만으로는 분명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되었죠
어린시절 분명 저기에 행복이 있지않다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신있게 항변하던 그 때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행복은 저기에 있다는걸 스스로 인정하고 가치를 두고 그렇게 살다가; 다시 나이를 먹고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다시 인생을 생각하며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이 노래가 생각났어요
20대 초반에 이미 이런 깨달음을 얻은 신해철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감탄을 합니다
또 자신의 인생으로 이 노래에 담긴 자기 생각을 보여준 그를 보면서
성공한 인생이란 뭔지를 이 프로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했어요
돈 명성 등을 따랐다다면 신해철은 지금의 신해철이 아니였겠죠~

그렇게 나이를 먹고 내인생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노래고 뭐고 들을 정신도 없이 살다가
내게 들어온 노래가 있었어요
“일상으로의 초대”

세상에 이렇게 스윗하고도 세련된 프로포즈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싶게
멋지더라구요
“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

정말이지 산책하고 차마시고 책보고 생각하고
그런 소소한 일상인데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이런 일상이 너랑 같이하면 모든게 달라진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을 당시 남편이랑 권태기로
뒷통수만 봐도 꼴뵈기 싫을 정도로 미웠는데
신기하게도 처음 연애하면서
둘이 손잡고 산책만 해도 너무 좋고
내 생일에 3분미역국 끓여준 것도 감동스럽고 하던
연애시절의 그 벅찬 감동이 그대로 밀려왔어요(물론 그렇다고 남편이 갑자기 예뻐지진 않았지만ㅋ)
그땐 그 옛날엔 정말 매일 똑같은 일상이 그가 내 삶에 들어오면서
정말 모든게 다 달라졌었다는게 기억났거든요
이젠 서로 불쌍히 여기며 형제애로 자매애로(이사람도 늙는지 요새 그렇게 아줌마 같네요~) 살아가지만 가끔 이 노래를 들으면 연애하던 시기 그때의 그 연애세포가 좀 건드려직긴 해요~~~^^

백분토론에 나오든,불후의 명곡에 나오든
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엇인지 기대가 되었고
그는 그 기대에 늘 부응했고
너무도 대단한 사람인데
그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사람도 나와같은 고민과 갈등을 똑같이 느끼지만
묵묵히 힘들지만 한발 한발 안주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맞서서 싸우면서
앞으로 앞으로 어렵게 어렵게 나간 거더라구요
그리고 어제 그 방송을 보면서 그렇게 살아나간 그가 너무 그립더라구요

6년 전에 그가 그렇게 황망하게 가고 나서
한동안 일이 손에 안잡힐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것도 잠깐
그냥 또 잊고 살아졌는데
어제 선미네 비디오가게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나는 그의 찐팬이었더라구요
그의 노래,그의 말, 그의 일생 모두에 관심이 있고 사랑하더라구요
그리고 그의 노래가 내 삶에 구비구비 녹아있구요

“어휴~ 죽을 뻔 했잖아요~”라고 하면서
천연덕스럽게 갑자기 티비에 나올거 같은 생각이 아직도 들지만
그도 나도 같이 늙어가면서
그의 노래가 , 그의 말이, 그의 인생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그러면서 그것들이 매 삶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은데
참 속상하고 안타깝네요~

잘가요 ~ 나의 마왕
IP : 223.62.xxx.4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P
    '20.9.28 4:33 PM (221.149.xxx.207)

    그 마왕이 명절만 되면 우리아파트 현관에 있는 벤치에서 그의 아버지와 마주앉아 담배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명절을 기다리곤 했었죠... 명절되면 생각나는 사람이에요.. ㅠㅠ

  • 2. 윗님
    '20.9.28 4:37 PM (223.39.xxx.14)

    댓글읽으니 눈물이 울컥ㅠㅠ
    넘 아까운 사람...

  • 3. SP님
    '20.9.28 4:39 PM (223.62.xxx.41)

    SP님 정말요?????
    진짜 지인같으시겠어요 ㅠㅠ
    와우 ㅠ 너무 슬퍼요

  • 4. ...........
    '20.9.28 4:42 PM (222.69.xxx.150)

    부모님도 훌륭한 분이셨나봐요.
    저 연세에 그런 오픈 마인드가 쉽지 않잖아요.

  • 5. 윗님 그러게요
    '20.9.28 7:01 PM (119.198.xxx.6)

    서양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자간의 맞담배라니...
    해철씨 아버님 엄한 분이신줄 알았는데 놀라운데요.
    그 담배를 아드님 잃고 끊으셨다더군요.
    어린 두 손주들 지켜야 한다고...
    그의 부모님 아내분 두 자녀 누나분까지 어떻게들 지내시는지 모르지만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참 아깝고도 아까운 사람이죠.

  • 6. ㅇㅇ
    '20.9.28 7:21 PM (223.38.xxx.196)

    예전에 성내역 앞에 장미아파트인가에 살지않았던가요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거 같아요
    최근에 많이 성장한 아이들 사진봤는데 딸이 너무 해철오빠랑 판박이었어요 ㅠㅠ

  • 7. 에휴
    '20.9.28 7:45 PM (116.36.xxx.231)

    가슴이 먹먹하네요..
    원글님 잔잔하게 글 너무 잘 쓰셨어요. 잘 읽었습니다~

  • 8. ㅇㅈ
    '20.9.28 8:44 PM (125.189.xxx.41)

    잘 읽었습니다..
    전 가끔 연주곡 '움직임'이란 곡 들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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