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가 이세상을 떠나는 것은 누구나 한번은 겪을 일이죠.
가끔 버스창밖에서 앞서서 가버리는 누군가의 운구버스를 보면
누군가의 그 죽음이 울컥 눈물나고 이승에서의 마지막길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가 어떻게 살았든, 누구이든지간에 말이에요.
이렇게 날씨가 좋고 화창한 가을날
횡단보도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커다란 검은 나비 한마리가 훨훨 날아와선 제주변을 맴돌더니
곧 제어깨에 앉아서 한참을 떠나질 않는거에요.
무서워서 움찔 어깨를 한번 움직이고 자리를 옮겼는데도
계속 제어깨에 붙어있다가 횡단보도를 반정도 건너자 곧 날아갔어요.
그렇게 버스에 올라 창밖풍경을 바라보니
산등성이가 지나가고, 코스머스가 피어난 들길이 지나가고
곧 저수지를 건너갈때쯤 상조버스가 지나가버리네요.
그럼 아까 어깨위에 한참을 앉았던 그 나비는 방금전 지나갔던 누군가의 영혼이겠구나..
그런 버스도 누군가의 장례식장도 많이 참석해보았는데
잠시 마음한켠에 슬픔이 머물다가 지나가네요.
그리고, 천천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으니,
초라하고 외로웠던 아빠의 장례식.
제가 태어나기전부터, 이미 아빠는 알콜중독자였어요.
인물도 곱고 피부도 희어서 은근히 사람들이 호감을 갖고 다가왔지만
곧 술만마시면 집기들이 부서지고 집엔 쌀한톨도 굴러다니지못하고
오랫동안 불기가 없어 썰렁했던 우리집.
아주 어릴때부터 친척집을 옮겨다니며 더부살이하고
냉대속에 눈치만 보면서 산 우리들에게 그누구보다도 더 심한 욕설과
저주를 퍼붓고 한밤중에 자주 쫒겨나 남의 집 담벼락아래 떨게 만들고
매일을 엄마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온동네를 다 돌아다녔던 전력이 화려했던 탓에
학교교실문을 열고 나타났던 내게 쏠리던 그 급우들의 눈동자들.
자식들의 버스요금이 너무 아까워서 이빨을 드러내고 아침마다 눈에 불꽃이
피고 술을 마시면 이세상이 전부 내것인양 도끼자루를 찾아 메고 집을 돌아다녔던
아빠가 그렇게 쓸쓸하고 초라한 장례식의 주인공으로 이 세상을 마감하고
드디어 화구속으로 들어갈무렵에도 눈물한방울 안나오더니,
그후로 시간이 지나 가끔 "그 사람은"이란 단어로 머릿속에 떠오를땐
자식이었던 오랜 인연이었던 탓에 불쌍했던 그의 64세의 인생을 혼자
기억속에서 떠올리곤 했어요.
복수가 차서 늘 배가 불러있었던 사람...
그외 여러 기억들이 있고, 굶주려가면서 학대당한 기억들로 어지러운 기억들로
구성되어있는 그사람이고 그로인해 지금도 전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잘 몰라요.
그렇게 제게 힘들었던 사람인데,
마지막 떠나던 그 날도 참 황급하게 가족들모르게 아파하다 갔던 사람이니.
가끔 보게되는 운구버스를 보면 ,한마리 나비처럼
편안한 길 되시라고 마음속으로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