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한번 전화오면 3시간을 상회하는 정도가 아니라, 3시간을 웃도는 예전 직장동료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던 글을 쓴적이 있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만 구구절절 유장한 강물처럼 생각의 흐름대로 말을 끊지않고 계속 계속..
학창시절 눈동자한번 굴려보지못하고 수업내용을 잘듣던게 너무 습관이 잘들어서
마침표가 끝나지않고서는 끝까지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그말도 자주 듣고 주로 들어야 하는 "을"의 입장에서 오랜세월동안
비롯된 성격도 한몫한것같아요.
제가 거의 20년가까이 그렇게 듣고보니,대충 사람들이 1시간만 가지고는 만족할줄 모르고
앞서 한 이야기를 되새김질하고, 확인을 받아가고, 또 다음 이야기를 끌어가는 시간이 2시간도 아니고
3시간은 되어야 어느정도 만족스러워하더라구요.
언젠가 야생초편지의 저자분께서 고맙다 잡초야 라는 책을 오래전에 내셨던데, 저는 그책을 이제야 읽어보았더니
경청은 제일 좋은 수행이라고 써있던데, 그건 동의 못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작 나자신의 외로움은 더 빛난다는것만 깨달았어요,
전화를 잘 안받으면 계속 받을때까지 벨이 울리고, 여지없이 무슨일 있느냐, 왜 안받냐
통화가 되면 볼멘음성으로 왜 안받느냐고 묻고,
그 예전의 직장동료에게 저도 하소연좀 했습니다.
원래 그런 하소연 잘 못하는데, 그분의 역량엔 못미치는 실력이겠지만 어쨌든 흉내는 내봤습니다.
남편의 가게가 어려워져서 일주일내내 손님이 한명도 오지않았다고말이에요.
월세및, 관리비랑,기타 등등의 지출을 포함해서 사들였던 장비들값도 고스란히 큰 빚이 되었다,,
역시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독일제 건조기를 홈쇼핑에서 방송하는걸 봤고, 구매버튼을 누른상황이고.
그 건조기를 혹시 써봤거나 아느냐고 하더라구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건조기 이름이라고 하니까, 그 건조기에 대해 상세하게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다음
다시 전화를 달라는거에요.
맥이 빠지더라구요, 저도 돌아서면 아이가 불러대느라 정신없고 이런저런 바쁜데.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니 그걸 볼상황이 못된다고 말을 했더니, 많이 서운해하는 모습이
꼭 아기같기도 보여서 한편으론 살짝 웃음도 나는거에요..
이런 분들께는 내가 어렵다고, 돈이 막혀서 한 오천은 일단 확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을 했더니,
바로 그다음날부터 전화가 안오더라구요.
예전에도 그런 분위기는 이 분에게 유난히 더 심하게 있었어요.
결혼하고 얼마안있어서 제가 남편과 약간 사소한 말다툼을 하고 서운해서 그걸 말했더니, 그후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금은 남편 사람 되었냐고 무척 불쌍하다는 어조로 말하곤 했었는데, 보따리좀 던져달라는 그 방법이 정통으로 통했네요.
이제 그 분과의 외로운듯한 인연도 서서히 마침표를 찍는것 같아 홀가분합니다.
혹시나
감정의 쓰레기통역할을 하게되는 상황이 끝나지않으시면
오천만원만 땡겨달라는 말은 일단 넣어두시고, 오천만원정도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면
깔끔한 마무리를 만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