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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주혁님 페북

ㄱㄴ 조회수 : 2,269
작성일 : 2020-07-14 22:14:09
서두에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정치인으로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생전에 고인을 뵌 적도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역설적으로 상당히 객관적으로 심경을 토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계에 의한 성추행'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분노한다고 말을 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이건 진상을 싹 다 밝히지 않으면 가만있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피고발인이 죽었다 해도 그냥 못 넘어간다고 씩씩대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첫째 성추행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 나아가 고발자가 어떤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니냐. 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하십니다.

그런데 직장내 성추행 사건을 두 번이나 직접 보아 왔던 저는 의구심을 느낍니다. 첫째. '분노'는 피해자가 괴로워하는 것을 직접 보았을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피해자가 내가 잘 아는 사람이거나, 피해자와 말을 나누면서 그의 고난과 슬픔을 감정이입 받았을 때 비로소 제3자로서 분노가 생기는 것입니다.




과거 저는 직장내(병원내) 성추행을 1차 보고 받은 리더였습니다. 리더로서 보고받을 당시 화가 난다기 보다는 어리벙벙해진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나는 보고한 '피해 여직원'의 말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섣불리 범죄자로 단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 가해자간의 사과와 용서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이 파토 난다면 법에 호소하고 징계로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에게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몇 마디 얘기를 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인가? 그랬다면, 여직원에게 빨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시라. 보상이 필요하다면 아낌없이 하시라." 이런 것이 제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졌고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직장을 떠나고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피해 여직원이 원하는 것은 동일했습니다. 첫째. 진정성이 있는 사과를 받아야 한다. 둘째. 그에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다. 셋째. 가해자와 얼굴 마주치며 일하고 싶지 않다.

두 경우 모두, 피해 여직원은 가해자가 공공에 얼굴이 알려져 온 망신을 당하는 꼴을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죠.
일단 일이 마무리된 다음엔 그 사람이 어디서 뭘 하든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이게 가장 정확한, 피해자들의 심경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해 여직원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기 신상이 털리고 사람들이 자기를 꽃뱀이라느니 이러면서 공공의 가해를 가하는 상황일 것입니다. 누구도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피해자들은 이런 사건을 조용하고 빠르게, 잡음 없이 처리되길 원합니다.




이제 서울시장 성추행의혹 사건으로 돌아와서 보겠습니다.
고인이 된 서울시장을 '악마화'하고 있는 분들의 의견은 그가 죽었다 하더라도 상관 없다.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완전히 노출시키고 피해자가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절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라는 것입니다.



반대쪽에 있으신 분들은 고인을 '위인화'하고 있습니다. 고인은 그런 행동을 했을 리가 없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어떤 음모에 휘말려 있는 것이 아니냐, 고인이야 말로 죽어서까지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다. 라는 것입니다. 이 두 의견 사이에 도무지 끼어들 틈이 보이질 않습니다.




고인이 유명 정치인입니다. 당연히 이 사안은 정치 사안으로 이미 변질돼 있습니다. 일반적인 직장내 성추행 사건과 많이 다릅니다. 고인의 악마화 작업을 하는 분들은 당연히 단 한명도 빠짐없이 반여당 정치 성향을 가진 분들입니다. 반면 이순신 관노 그런 언급에서처럼, 고인의 '위인화'작업을 하는 분들은 친여당 정치 성향을 가진 분들입니다.




이 문제가 이렇게 갈려져 있는 한, 이건 정치 논쟁과 끝도 없이 서로를 물고 뜯는 색깔 논쟁 진영 쟁점으로 갈 것이 분명합니다. 헌데 좀 다른 점이 있어요. "조국 사태 - 검찰의 난" 사건은 법원에서 여러 가지 증거를 놓고 지금 차츰 검찰이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으로 가닥이 잡혀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이번 건은 당사자가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애시당초 완전한 진실 규명이란 게 불가능합니다.



고발인이, 가해자가 너무 강한 힘을 가진 상대라 여성단체나 경찰에 호소를 하는 것은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에 이렇게 (그것도 고인의 발인날에) 떠들썩하게 인터뷰를 하는 것은 절대 고발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진혜원 검사님이 이야기하셨듯, 민사 소송이라는 방법이 있으며 지금 온 나라의 언론이 이 사건을 먹잇감으로 연일 톱 기사로 내는 와중에 한 주 한 주 핸드폰 화면 캡쳐한 거 흘리고 사진 흘리고 이렇게 하면서 "나는 진상을 밝히고 싶었다"라고 하면,
그건 우리나라 작금의 언론의 수준을 볼 때 이렇게 말하는 거랑 똑같아요. "내 신상을 터세요" "내 가족과 내 지금 직장과 내 친구들 SNS까지 전부 터십쇼" 이렇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언론의 수준과 생리를 생각해 보면 흘러갈 길은 뻔합니다.



이분한테 누군가 반드시 말을 전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에 의존해서 "폭로"하고 터뜨리는 것이 용기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지금 굳건히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태산처럼 버티고 있는 상대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용기있는 태도일 수 있고 박수를 쳐드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발의 상대방은 지금 한 줌의 재가 되어 땅 속에 묻혀 있습니다.


오로지 탐욕스럽게 먹잇감만을 찾는 언론만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언론은 기사거리와 광고주를 모을 떡밥이 필요하지, 피해자의 보호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자꾸 경찰에 신변 보호 이야기를 하는데, 이분을 위험하게 하는 것은 밤길에 벽돌로 뒤에서 칠 인간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유튜버들, 클릭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옐로우 신문 기자들이 그의 신상을 털기 위해 미친 듯이 온 나라 온 온라인 자료를 지금 이 시간도 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말로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신다면, 언론의 탐욕스러운 고깃덩어리가 되지 말기를 진정으로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다리셔야 하고, 세상이 잠잠해질 즈음, 충분한 보상을 얻기 위한 민사 소송을 진행하시고 법원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고인의 명예도, 고발인의 명예도 소중한 것입니다. 화약 냄새가 진동하고 어디서 지뢰가 터질지 모르는 이런 정치 논쟁의 전쟁터에 자신의 몸을 끼워 넣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고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계시는 많은 분들은 단 한 마디의 사실 확인이 안 된 말도 멈추셔야 합니다. 별로 믿고 싶지 않지만 저는 고발인의 주장대로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때든 '가능성'을 닫아 버리면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꼴이 됩니다. 고발인과 고발인의 변호인 등등에 대해 악성 루머를 펼치기 시작하면 고인의 지지자들은 더더욱 고인의 명예를 그럴수록 더 나락으로 끌고 내려갈 수 있습니다.


많은 수의 제 facebook 친구들이 친여 성향 시민들입니다. 저는 왜 이분들이 지금 분노해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절대 지금은 피해자에 대한 언급을 함구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이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IP : 175.214.xxx.205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쓸개코
    '20.7.14 10:24 PM (121.163.xxx.112)

    지금까지 본 중에 객관적인 글 같습니다.

  • 2. 구구절절
    '20.7.14 10:27 PM (39.117.xxx.96)

    옳은 말입니다. 더이상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 3. ...
    '20.7.14 10:31 PM (124.49.xxx.160)

    공감되는 글이네요

  • 4. fujjk
    '20.7.14 10:33 PM (175.114.xxx.153)

    정말 이글을 전해주고 싶네

  • 5. 고소인이
    '20.7.14 10:35 PM (175.117.xxx.127)

    꼭 읽어야 할 글이네요

  • 6. .....
    '20.7.14 10:41 PM (118.220.xxx.209)

    동감입니다...

  • 7. 인생무념
    '20.7.14 10:45 PM (121.133.xxx.99)

    공감되네요.,고소인은 언론의 먹잇감이나 정치에 이용당하지 마시고..민사소송통해 서울시에 보상과 사과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변호인도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저또한 직장내에서 성희롱을 목격한적이 잏어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본인을 위해 가족을 위해 정치와 언론 조심하세요..

  • 8. bluebell
    '20.7.14 10:46 PM (122.32.xxx.159)

    네...동감입니다..

  • 9. ditto
    '20.7.14 10:48 PM (220.81.xxx.38) - 삭제된댓글

    공감합니다
    자꾸 불씨를 키워 보겠다고 펌프질 하는 세력들에게 저도 박자에 맞춰 같이 칼춤 추고 싶은 생각 조금도 없습니다

  • 10. 좋은글이네요
    '20.7.14 10:50 PM (175.223.xxx.218)

    공감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11. ...
    '20.7.14 10:51 PM (180.65.xxx.121)

    동의합니다

  • 12. ...
    '20.7.14 11:10 PM (220.127.xxx.193)

    공감합니다. 고소인이 이글을 봤으면 좋겠네요

  • 13. 진짜
    '20.7.14 11:11 PM (182.215.xxx.225)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네요
    공감합니다

  • 14. misa54
    '20.7.14 11:15 PM (110.47.xxx.188)

    공감합니다

  • 15. ㅇㅇ
    '20.7.14 11:15 PM (210.113.xxx.121)

    좋네요. 추천이 있으면 추천하고 싶네요.
    고소인에게는 가장 좋은 충고네요. 고소인을 보호하는.
    근데 시스템을 생각하면 좀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요.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생각이 필요해요.
    고소인을 보호하면서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할까?

  • 16. 기레기아웃
    '20.7.14 11:24 PM (183.96.xxx.241)

    아.. 공감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17.
    '20.7.14 11:27 PM (220.77.xxx.79)

    공감합니다

  • 18. 진짜
    '20.7.15 1:10 AM (112.170.xxx.111)

    고소인은 지금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고 있을 것 같아요.
    진심어린 사과나 처벌은 안타깝게도 이미 상대가 고인이라 불가능하고
    본인은 일상과 안전을 회복하고 싶다는데 지금 이런 방식이면 오히려 반대니요.
    이렇게 하나까고 둘까고 언론 플레이하면 금방 신상 다 털릴텐데 너무 안타까워요.
    본인이 겪은 일을 알리고 싶다면 탁 털어서 하시고 빨리 진흙탕에서 빠져나오시길.

  • 19. ..,,
    '20.7.15 6:44 AM (1.242.xxx.109)

    가장 객관적인 글 같네요.
    공감되요.
    이 글을 고소인이 봤으면 좋겠어요.

  • 20. ..
    '20.7.15 9:09 AM (180.68.xxx.100)

    객관적인 글이라 끄덕끄덕

  • 21. 인정합니다
    '20.7.15 10:03 AM (110.15.xxx.45)

    지금은 박수치며 네 억울한 마음 다 안다고 나는 네 편이라
    고 말하지만
    알고보면 그들은 오직 돈이 되는 광고와 떡밥과 가쉽이 필요한것 뿐. 그리고 천박한 호기심이 있겠지요


    세상이 다 그렇다는걸 고소인이 아셨으면 .

  • 22. 공감하는데
    '20.7.15 7:52 PM (210.217.xxx.67) - 삭제된댓글

    의문이 있는것은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렇게 터뜨렸냐 이겁니다.
    이 고소인도 사과받고 싶었다고 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밖에 터뜨릴 수 없었는지 그게 의문이어서 이 일은 이 고소인 외에 이걸 주동한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거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아닌가 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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