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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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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시장님과의 일화 (펌글)

... 조회수 : 3,257
작성일 : 2020-07-12 18:20:00

이 이야기를 쓸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묻지 않으셨지만, 고인의 선행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메일을 드립니다.


이제 저는 입주자대표회장의 임기도 끝나서 권한도 없는 사람이 지난 일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고인이 행했던 선의를 기억하고 그 이면의 과정을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2017년 9월의 일입니다. 저는 그 해에 감시단속직 근로자, 흔히 공동주택에서 경비원이라고 부르는 분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일련의 업무를 실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문을 얻기 위해서 서울시청의 공동주택과에 수없이 연락을 하였습니다. 마침 그해에 서울시청에서는 경비원의 처우 개선에 관한 책자를 발간하면서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고인과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공동주택과에서 경비원 처우 개선에 관해 마을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를 원했던 당시 시장님에게 저를 추천하였고 그 결과로 짧지 않은 시간을 면담할 수 있었습니다.


면담을 앞두고 시장님이 담당 직원을 통해서 요청한 것은 마을 활동가인 저만이 아니라, 실제로 경비원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꼭 함께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경비원 두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면담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혹시나 미팅에서 말문이 막혀서 중요한 내용 전달을 못할까 싶어서 장문의 리포트를 준비하여 미팅에 참석을 했습니다. 


면담 당일 주어진 시간은 약 20분 가량이었습니다. 질문을 주고 받다보니 주어진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제가 준비했던 서류는 전해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제 앞자리에 두고 미팅이 끝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시장님은 제 자리의 문서가 무엇인지를 물었고 저는 경비원의 처우 개선에 관한 사항과 마을의 현안 몇가지를 정리해서 가지고 왔다는 답을 드렸습니다. 아직도 저는 그 당시 시장님 뒷편에 앉아 있던 실무자분들의 놀라는 표정을 기억합니다. 사전에 약속도 하지 않은 문서를 가지고 가서 시장님에게 직접 전해드리는 상황이 되었으니 제가 생각해도 놀랄 일이었습니다. 문서는 끝나고 나올 때 실무자분에게 드릴 생각으로 가져갔었지만, 시장님은 그 자리에서 그 많은 문서를 밑줄을 치면서 읽었습니다. 


그렇게 면담 일정이 길어졌고, 그 뒤에 이어지는 분들에게는 죄송하게도 꽤 긴 시간동안 마을의 현안에 관하여 토론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제 뒤에 면담을 하실 팀은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도 좋을 소위 기득권을 가진 분들과의 면담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럼에도 경비원의 처우 개선에 관한 저의 문서를 한줄도 빠뜨리지 않고 읽고 실행 조치를 각각의 실무부서에서 결과 보고를 저에게 직접 해주도록 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그 시점에는 회장도 아니고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로서 특별한 사회적 실권이 없는 소시민입니다. 그럼에도 긴 시간을 할애해 준 것이 그 당시에는 참 궁금하였습니다.


나중에서야 시장님이 이야기를 해주셔서 알았지만, 그 면담일에 제가 세월호 뱃지를 착용하고 참석을 했었습니다. 세월호 뱃지를 착용하고 올 정도의 사람이라면 문서에 담은 내용들이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봐야 할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2017년도의 면담이 있는 뒤로 몇 차례 소통이 문자나 전화로 이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3선에 도전하는 선거 기간의 통화였습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평소에 늦은 오후 시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시장님이었습니다. 본인의 개인 번호이니 기억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 뒤로 경비원의 처우 개선에 관한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물어보는 연락이었습니다.


면담 이후로 힘을 얻어서, 경비실에는 여름철 혹서기를 피하기 위해서 냉방 시설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 주민동의로 설치가 되었고, 하복, 동복 등의 개선도 진행되었으며, 계약도 단기 계약이 아닌 장기 계약으로 전환되어서 상당히 성과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전화기 넘어도 정말 기뻐하는 목소리로 '축하한다, 수고하셨다' 라는 말과 함께 그간의 과정을 책으로 서울시에서 발간하여 기억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도 좋겠다고 이야기를 드렸지만, 절차를 모르는 저로서는 그냥 덕담정도로만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2018년이 지나가고 2019년 어느날 서울시청의 한 부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책으로 만드는 이야기를 잊고 있었지만, 시장님은 잊지 않고 계셨더군요. 약 6개월 정도의 논의와 경비원 분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서 작은 소책자가 나왔는데 그것이 올초에 파일로 공유해드렸던 <우리동네 S히어로 제7권> 입니다.


그 뒤로도 저는 시장님에게 수시로 문자 등을 통해서 경비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 드렸습니다. 저만 소통한 것이 아니고 더 많은 분들이 현업에서 처우 개선을 위한 일들을 하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불과 얼마전엔 6월 24일에도 경비원 처우 개선과 고용 불안 해소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79196&ref=D


위 내용의 기사가 그 발표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사입니다. 저도 기사를 보고서 이정도까지 노력한 것이 참 감사하다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발표 뿐이 아닙니다. 서울시의 공동주택이라면 당연히 적용해야 하는 서울시의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표준안 올해 발표에도 경비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신설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선거때 경비원 처우 개선 관련해서 연락을 주셨을 때 제가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지금 선거운동 하기도 바쁘신때 아닐까요? 나중에 재임 되신 뒤에 챙겨도 늦지 않을지요?'

제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에 답변이 의외였습니다. 선거때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들과 계획에 집중할 수 있는 때가 또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하면서 경비원 고용과 처우 문제를 꼭 해법을 마련하고자 연락을 한 것이라 하셨습니다. 


제가 아는 박원순이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입니다.

약자를 기억하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 약속한 일을 지키기 위해서 본인의 중요한 일정도 뒤로 미루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

저의 기억속에는 그렇게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166522?type=recommend

-------------------------------
당신이 시장님인 서울에 살아서 행복했습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IP : 203.234.xxx.109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7.12 6:21 PM (203.234.xxx.109)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166522?type=recommend

  • 2. 플럼스카페
    '20.7.12 6:24 PM (220.79.xxx.41)

    감히 말하건대 누가 서울 시장이 되건 앞으로도 박원순 시장님을 능가할 시장이 나올까 싶어요.
    미통당은 없을게 당연하고 민주당도 못 미칠 겁니다.

  • 3. 소피아87
    '20.7.12 6:25 PM (58.143.xxx.160)

    감사합니다.

  • 4. 마중
    '20.7.12 6:27 PM (114.206.xxx.171)

    그 분이 시장이신 서울시민이어서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떤 모욕의 말도 그 분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진 못할 겁니다.

  • 5. 시장님
    '20.7.12 6:27 PM (106.102.xxx.138)

    진정한 시장 정치를 하기 위한 시장이 아닌 시민을 위한 시장이신거죠 앞으로도 미담은 계속 될거고 시장님 부재는 크게 느낄거예요

  • 6. 어휴..
    '20.7.12 6:29 PM (222.102.xxx.237)

    눈물만......

  • 7. 저런 분이
    '20.7.12 6:33 PM (219.255.xxx.149)

    저런 분이 약자의 위치에 있는 비서를 시장이라는 권력을 업고 성추행했다고요?거짓말이죠,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8. ...
    '20.7.12 6:35 PM (203.234.xxx.109) - 삭제된댓글

    누가 뭐래도 약자를 위해 몇십년간 헌신하셨던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도 박시장님을 그런 분으로 기억할 겁니다.

  • 9. ㄷㅈ
    '20.7.12 6:35 PM (221.144.xxx.221)

    좋은 내용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마음이 아픕니다ㅠ

  • 10. 쓸개코
    '20.7.12 6:39 PM (110.70.xxx.163)

    기사는 본듯한데 그런 뒷얘기는 처음 접합니다.
    역시나 진심 다하셨던 분.

  • 11. ㅁㅁ
    '20.7.12 6:56 PM (218.233.xxx.193)

    내 이런 분인 줄 알았다니까...
    그러니 이 아까운 분을 어떻게 보내 드려야 할까요

  • 12. 대단한 시장
    '20.7.12 7:10 PM (121.179.xxx.181) - 삭제된댓글

    이시네요. 이런 시장은 다시 나오기 힘들 듯.

  • 13. 12
    '20.7.12 7:33 PM (39.7.xxx.249)

    아이고...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런 분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다니요..

  • 14. ...
    '20.7.12 8:12 PM (1.231.xxx.37)

    감히 말하건대 누가 서울 시장이 되건 앞으로도 박원순 시장님을 능가할 시장이 나올까 싶어요.
    미통당은 없을게 당연하고 민주당도 못 미칠 겁니다.
    22222222222222222222

  • 15. 앞으로도
    '20.7.12 8:52 PM (211.215.xxx.107)

    이런 미담이 계속 이어지겠죠.
    그때마다 계속 가슴 아플 것 같아요.
    우리 시장님...일만 하시다가..가시다니요.
    이제는 편히 쉬세요.

  • 16. ..
    '20.7.12 9:36 PM (1.234.xxx.84)

    시장님 편히 쉬세요.
    감사했습니다.

  • 17. ...
    '20.7.12 9:58 PM (220.127.xxx.193)

    이분을 능가할 분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듯합니다. 귀하고 아까운 분을 이리 보내다니요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 18. 슬픔
    '20.7.12 10:33 PM (180.224.xxx.19)

    굉장히 일을 열심히 하시는 워커홀릭이셨다고 들었습니다.. ㅠㅠ

  • 19. ...
    '20.7.13 7:32 AM (86.130.xxx.205)

    저런 분이 약자의 위치에 있는 비서를 시장이라는 권력을 업고 성추행했다고요?거짓말이죠,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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