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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직도 멍한 상태

.. 조회수 : 1,909
작성일 : 2020-07-12 00:50:06

박원순 이라는 이름은 시민운동가로 먼저 알았다
시민운동가로 책도 내고 방송에도 나왔다
소셜 디자이너라는 말을 본인이 쓰기도 했다
하튼 별난 사람이었다
경기고에 서울대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약력을 보고
이런 사람이 시민운동을 하다니 좀 신기했다
법조계하면 떠오르는 날카로운 인상이 아닌 뭔가 순한 외모에
말씨도 고향 말씨도 아닌 서울 말씨도 아닌
뭔가 이상한 말씨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면서 그의 이름이 많이 나왔다
나는 시민운동가는 커녕 그냥 평범하게 애 둘 키우는 엄마이고
비싼 아이옷을 살 돈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지나다니는 길에 아름다운 재단이 보이면 들어가 아이들 옷을 득템해 오기도 하고 또 내 아이들이 잘 입었던 옷이나 장난감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 땐 전화로 기부 의사를 밝히면 택배처럼 바로 그날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며칠이 지난 뒤에 가져 갔기 때문애 박스를 며칠 집에 두는 것이 솔직히 좀 귀찮기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기부는 그 정도 밖에 안되어서 이 정도는 참아야지 했다

몇년이 지난 후 안철수 광풍이 불었고
서울 시장 보궐 선거가 있으면서 안철수는 나가기만 하면 당선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박원순을 추천하는 것이다
솔직히 김이 샜다
내가 본 박원순은 서울시장에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만인이 우러러보고 정치적 스펙도 빵빵한 사람이 서울 시장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재단의 박원순은 떠오르지만 서울 시장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산행 중에 서울 시장 추천을 받았는지 아니면 서울 시장 추천을 받고 생각 정리를 하느라 산에 간 것인지 하튼 오랜 산행에서 내려온 박원순은 헝클어진 머리에 수염으로 뒤덮여있어서 뭔가 지저분해 보였다
저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라고?
박원순은 어쨌든 서울 시장이 되었다
서울은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내 집은 마당 한 평 없이 작지만 여기 저기 크고 작은 공원이 생겨서 마치 날 위한 정원 같았고 서울에 이런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 뿅뿅 생기면서
이래서 서울 서울 하나 하고 괜히 으쓱하고 좋았다

9일 저녁 뭘 좀 확인 하느라 핸드폰을 봤더니
정말 1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기사가 뜨고 삭제 되었다가 조금 후엔 또 오보라고 나오고 정말 뭐가 맞는 건지 무섭기만 했다
가슴이 막 쿵쾅거리고 계속 네이버와 82쿡을 왔다 갔다 하면서 기사를 확인했다

처음 시장 선거에 나갈 것을 결심하고 산에서 내려왔을 때의 모습으로
나타날 거라고 믿고 싶었다
시장 답지 않은 등산복에 머리가 헝클어지고 수염이 덥수룩 하더라도 그저 무사히 내려오기를 간절히 빌었다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시장님은 모두 안녕..하고 홀연히 떠났지만
나는 아직 안녕..하고 인사를 못하겠다




IP : 58.234.xxx.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마도
    '20.7.12 12:53 AM (61.102.xxx.144)

    집밖을 나서면
    매일매일
    시장님이 생각날 거 같네요.
    일을 너무 열심히 하셨어요.
    너무 많이 하셨어요.
    사방에 시장님 자취가 있어요.

    천천히 안녕....해야죠...

  • 2. ㅡㅡㅡ
    '20.7.12 12:53 AM (222.109.xxx.38)

    아, 그 동네마다 있는 공원이 박원순 시장 아이디어였나보네요.. 어느순간 눈에 보여 참 좋다 그랬었는데

  • 3. ...
    '20.7.12 12:54 AM (125.181.xxx.240)

    저도 사망 소식 나오면서부터 일부러
    기사 안봤어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ㅠㅠ
    마음 아프지만
    이 아픔 그대로
    애도의 시간을 갖기로 해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 4. ..
    '20.7.12 12:56 AM (1.227.xxx.210)

    저는 시장님 가셨다는게 너무 안믿어집니다
    시장님 제발 돌아오세요ㅜㅜ

  • 5. 나무
    '20.7.12 1:00 AM (223.62.xxx.147)

    모두 안녕... 이라니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 뭐 이런 일이 다있나... 싶어요.

  • 6. ㅇㅇ
    '20.7.12 1:22 AM (101.235.xxx.148)

    이런식으로 가신걸 생각하면 너무 분통터지고 억울해요......

    시장님 살아오신 인생이 일부사람들에겐 송두리째 부정당하는걸 생각하면 정말 눈물나네요.



    시장님 정말 존경하고 감사했습니다.
    저한테는 정말 아름다운 삶은 사신분으로 기억될거예요.

  • 7. ..
    '20.7.12 1:33 AM (118.235.xxx.237)

    아무일 없는 듯이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머릿속 마음한구석에는 계속 어른 거려요 그러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돌아오면 한없이 슬퍼집니다 믿기지도 않고..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ㅠㅡ

  • 8. ㅠㅠ
    '20.7.12 1:41 AM (175.223.xxx.211) - 삭제된댓글

    서울 곳곳에 박시장님 흔적이 너무 많아서 괴롭네요.
    원글님 말이 맞아요.
    박원순이라는 사람 덕분에 서울이 훨씬 인간적인 도시가 됐어요.
    따릉이도, 공원들도, 볼 때마다 박시장님 생각날 거 같아요.

  • 9. 그 분이 한 일들
    '20.7.12 2:50 AM (39.125.xxx.28)

    서울 곳곳에 박시장님 흔적이 너무 많아서 괴롭네요222222222222222

  • 10. 녜~
    '20.7.12 3:27 AM (175.223.xxx.233) - 삭제된댓글

    그러네요
    여기저기흔적이 많이남기셨네요
    하나하나 볼때마다 콧날이 시큰~~~

  • 11. 물론
    '20.7.12 5:21 AM (218.153.xxx.49)

    본인 잘못도 있지만 적폐세력들의 음모로 자살당한거
    같아 가슴 아파요.

  • 12. ㅇ ㅇ
    '20.7.12 10:21 AM (175.195.xxx.154)

    그러게요. .
    그분의 살아오신 길들이 새삼스럽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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