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은 채소 보면 못 지나치고 사들고 오는 채소마니아예요.
문제는 제가 독신자이면서 잘 먹지 않는 사람이라 사들고 오면 보통 삼분의 2는 냉장고에서 묵히다가
버리게 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사온 채소들을 제가 소비할 자신이 있는 양만 남겨두고
비닐봉투에 소분해서 담은 후 박스에 넣어 경비실 앞에 놓아두곤 했어요.
"식구가 적어서 다 소비 못할 양이라 나누니 필요한 분들 가져가세요."
저녁에 놓아두고, 다음날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이미 다 사라지고 없어서
다행이다 하고 혼자 흐뭇해 하는 중입니다.
근데 전복 봉지 안에 이런 메모가 들어 있었어요.
"그동안 나눠주신 싱싱한 채소들 잘 먹었어요. 전복을 많이 선물받아서 갚음하고 싶어 저도 나눕니다."
음? 어떻게 제가 사는 홋수를 아셨을까요?
채소박스를 일부러 경비 아저씨 없는 구간에다 놓아두곤했는데...
어쨌거나 스프 같은 게 먹고 싶던 참이라 전복죽 끓이려합니다.
이 분도 자기 집 홋수는 안 밝히셨....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