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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년전에 글 썼었는데.. 기억하실까요? ^^

장애인엄마 조회수 : 13,447
작성일 : 2020-07-06 01:39:55
마지막 글을 쓴 지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종종 소식 남겨달라고 하신 분들 계셨는데.. 시간가는 줄을 몰라 너무 늦게 근황글을 적어보네요 

저는 올해1월 2일부터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관공서에서 하는 일인데 하루에 3~4시간정도지만 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름 열심히 하고 있네요 
재미있기도 하구요 ^^
하루 8시간 실습할 땐 불만이 많던 아이들도 3~4시간 정도는 괜찮나봐요 ㅋㅋ
월급날마다 맛난 거 사주는 데 아주 좋아한답니다 

요즘 들어 예전엔 하루종일 우울해하며 아프게 들렸던 다른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들이 
좀 다르게 들리기 시작해요.
저번주에 아들과 부식가게 들렀다가 들었던 "XX마을(장애인분들 모여서 사시는 마을이 저희동네에 있어요)에 사는 언니 맞지? 같은 말 이라던가 동네 할아버지께서 저희 아이들을 볼때마다 하시는 "너희들이 엄마한테 잘 해야 한다~ 많이 도와드려라" 같은 말들, 어디 가서 서명하거나 정보를 기입해야 할 일이 있을 떄마다 듣는 " 제가 써 드릴까요? " 같은 말들요.

저는 올초에 올 리모델링 해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고 
자식이 엄마말씀 잘 듣고 잘 해야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지만 
유독 저희 아이들만 엄마한테 더 잘하고 도와줘야 하는 이유는 뭔지
열손가락 다 잘 움직이고 글씨도 생각보다 잘 쓰는데 왜 항상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건지
예전엔 이런 말들이 다 우울하고 아팠거든요.

아무리 노력하고 몸부림쳐도 똑같아 보일 수는 없구나.. 난 항상 달라 보이는구나.. 싶기도 하고
이런 내가 너희들 엄마라 너희들까지 이런 편견을 어린 나이부터 일부 나눠지고 가야하는구나 하는 생각들로요.

최근에는 이런 제 자신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시원하게 인정해버리기로 했어요.

그래 나는 장애인이야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건 당연하지 
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 그만이야
이제 이런 걸로 그만 힘들자 하구요

그냥 지겹잖아요 40년 가까이 내 자신을 인정 못하고 저런 말들 들을 때마다 화들짝 놀라는 게...
왜 그 동안 그리 '장애인처럼 안 보이는' 데에 급급하고 힘들게 살았는 지 몰라요
이렇게 인정하고나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어요 

xx마을 안 살아요 거기 저랑 비슷하게 생기신 분이 사시나보네요?
저희 아이들은 좋아하는 공부하고 놀기에도 바쁘네요 그래도 잘 도와줘서 기특해요
괜찮습니다 저 글씨 잘 써요^^

인정하고 나니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처럼 웃으며 맞받아치는 멘탈이 생겼어요.
왜 진작 이렇게 안 살았을까요

근데 또 요즘 코로나로 마스크를 하고 다니니 제 입모양과 근육들이 잘 안 보이잖아요
80%정도는 장애인인걸 잘 모르세요
그러니 그게 또 한편으론 내심 좋은 게... 웃기죠? ^^;;;;;
(물론 이 시국은 하루빨리 끝나길 바랍니다 ㅠㅠ)

새로 이사 온 집이 베란다가 넓어서 베란다 텃밭을 시작했어요. 
꽃상추, 케일 정도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그 외에도 깻잎, 대파, 여름상추, 양상추,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바질 등과 함께 하고 있어요 
앞베란다에 작은 수납소파 하나 갖다놓고 아침에 멍 때릴 때나 퇴근하고 잠시 쉴 때 
그냥 앉아서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고 힐링되네요.
이래서 식물을 키우나봐요.
이렇게 좋은 건 줄 모르고 선인장도 죽이는 똥손이라고 그 동안 시도도 안 해봤네요ㅜㅜ다
남편이 12년 키웠더니 (서로를 키워줬다고 말 하는 우리 부부.. 서로의 멘탈을 키웠답니다 아하핫)
농사도 짓고 돈도 벌어 온다고 기특하다네요 ㅋㅋ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왠지모를 용심이 들어 때려줬어요.....

2년 전 
82에 글 올리고 위로받았던 글들을 잊을 수가 없어
아직도 가끔 힘들때마다 읽으면서 위로받고 있어요.
그 때 아들 생일파티를 시작으로 덕분에 제 삶에 많은 변화가 온 것 같아요.
어떤 모습이건 상관없으니 영원헸으면 좋겠네요. 우리 82님들 ^^
고맙고 감사합니다.
IP : 222.238.xxx.218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0.7.6 1:42 AM (211.231.xxx.229)

    행복하세요.. 원글님!

  • 2. ....
    '20.7.6 1:44 AM (106.245.xxx.234)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가짐 잃지 마시고 쭉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3.
    '20.7.6 1:46 AM (210.99.xxx.244)

    행복하세요. 긍정마인드 배우고 싶네요 ^^

  • 4. ㅇㅇ
    '20.7.6 1:54 AM (175.223.xxx.90)

    글도 예쁘게 쓰시네요
    따뜻한 풍경이 막 그려져요
    그 때 글은 못 봤지만 쭉~ 행복하세요

  • 5. ......
    '20.7.6 2:04 AM (67.180.xxx.159)

    원글님. 늘지금처럼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6.
    '20.7.6 2:26 AM (122.36.xxx.160)

    2년 전의 글은 못봤지만 이 글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곱고 이쁘게 사시는 행복한 분이시네요‥따뜻한 가족과 이쁜 정원도 가지셨네요‥
    바꾸신 생각이 옳다고 여겨지네요‥ 겪어낸 과정이 아프셨겠지만 올바른 교정을 하신것 같아요‥마치 치아 교합이 안맞아 힘들던 치아를 교정하듯이요‥
    또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봐 주는 그 마음들이 사랑인데 그런 사랑을 많이 받으신 것 같아 부러운 마음도 살짝 스쳤어요‥핀트가 다르다고 할수도 있지만 본질은 같아요‥몸의 불편함이든 마음의 불편함이든‥본질은 같은것 같아요‥
    저에게도 누가 괜찮냐고‥도와줄까요? 라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누가 도와줄까요?라고 물어 준다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어디 하소연 할데도 없고 따뜻하게 웃어주는 자식도 없고 ‥그저 많이 지치고 외롭던 요즈음이라 원글님의 이 글이 마음에 닿네요‥ 저도 힘을 내고 마음을 다시 추스려 보렵니다‥ 다시 살아봐야지요‥원글님도 내내 행복하시기를 바래요~^----^

  • 7.
    '20.7.6 2:30 AM (97.70.xxx.21)

    저도 2년전 글은 못봤지만 원글님 멋진분이에요!
    님의 삶을 응원해요..저보다 나으실것같지만ㅎ

  • 8. 같은 마음
    '20.7.6 2:53 AM (98.14.xxx.19)

    제겐 두 딸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장애가 있어요.
    아이 데리고 나갈 때마다 아이 한 번 나 한 번 바라보는 멈춘 시선들이 참 싫었어요. 그런데 한 20 여년 겪다보니 보든지 말든지 입니다^^
    물론 사람 많은 곳에 갈때는 아이를 주의시키느라 긴장하기는 하지만요.
    나와 아이를 바라보는 아련한 (?) 시선과 직접적으로 마주칠 때는 오히려 담담하게 되었어요.
    그래요 조금 특별해요, 조금 달라요. 라고 속으로 말해요.
    원글님!
    남의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니 삶이 더 풍요해지는 느낌이예요
    인생 잘 사시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화이팅!!!!!!!!

  • 9. 으흐
    '20.7.6 3:09 AM (175.223.xxx.156)

    글 못 봐 억울하단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글

    2년이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인생의 소중한 지혜를 한웅큼 쥐고 살아주셨네요

    세상의 본질은 우리가 다 바꿀 수 없어도
    세상이 우리를 대하는 가치는 바꿀 수 있다
    요즘 제가 좋 아하는 말이에요
    마음이 아픈 저를 오늘 도와주셨네요 이 소중한 글로요
    자주 글 보고 싶어요 자주 뵈어요 자주 도와주세요

  • 10. 기억하구말구요
    '20.7.6 3:46 AM (99.199.xxx.189)

    원글님 뇌병변 장애가 있다고 글쓰셨던 분 맞으시죠? 저번 글에서 은은하게 묻어나던 꽃향기가 더 향기로워진 기분이 듭니다. 여전히 맛있는 것도 잘하시나요? 코로나때문에 아이들 맛있는 집밥 해주시느라 더 좋은 솜씨 뽐내셨겠어요. 그때도 참 고우셨는데 2년새에 더더 고와지신 모습 너무 보기좋고 아름답습니다. 잘 지내고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 11. 넉넉해
    '20.7.6 4:29 AM (116.41.xxx.141)

    지시고 세상의 모든 불편함을 이젠 한바탕농담이라고 털어버리는 멘탈도 확득하시고 ~~
    세월과 정원의 흔적들인가봅니다
    근데 글솜씨가 그냥 베리 아주 나이스 ~~~

  • 12. 쭉 행복하세요
    '20.7.6 5:17 AM (121.100.xxx.184)

    건강 조심하시고,늘 요즘처럼 지내시길 빌어요^^

  • 13.
    '20.7.6 5:21 AM (125.132.xxx.103) - 삭제된댓글

    예전 글은 못봤지만 세월의 흔적들이 느껴지네요.
    그렇게 극복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평탄한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나한테 그런 시간들도 있었지..
    편안해지신것 같아 제가 다 좋아요
    하루가 또 밝아왔어요
    전 시골 살아서 새소리로 아침이 열리네요
    싫어했던 산비둘기 우는 소리 지금은 정겨워요.
    세상은 생각하는 만큼만 보여요
    원글님 예쁘고 넓은 시선을 축복합니다.
    오늘 평온한 하루 만드시기 바랍니다^^

  • 14. ㅇㅇ
    '20.7.6 6:17 AM (1.239.xxx.164)

    삶이란 생각하는대로 살게 되는 거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해요..

  • 15. ㅇㅇ
    '20.7.6 6:42 AM (49.142.xxx.116)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에요. 각자의 삶에 다 고충이 있다는거죠. 원글님만 나만 장애인 이런거 아니고.. 다들 어디 한군데는 장애가 있습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요.. 그러니 배려받는것도 마음 편히 받으시길..

  • 16. 힘!!
    '20.7.6 8:01 AM (218.145.xxx.80)

    저도 82죽순이지만, 2년전 글은 못 읽어봤네요.
    힘내시고, 아이들과 행복하세요!

  • 17. ..
    '20.7.6 8:12 AM (211.49.xxx.122)

    응원합니다. 저도 장애가 있는데, 받아들이는데 몇 십년이 걸렸네요. 지나고 보니 남들보다 자신을 속이는 게 너무 힘든 일이었더라구요. 저보다 한참 먼저 받아들이고 내려놓으신 원글님의 빠른 성취에 박수를 보냅니다.

  • 18. 고마워요
    '20.7.6 8:35 AM (61.82.xxx.129)

    이글이 저를 편안하게 해주네요

  • 19. 서로를
    '20.7.6 10:49 AM (1.229.xxx.164)

    키워주는 부부... 참 이상적입니다.
    앞으로도 서로를 훌륭하게 키워주며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20. ..
    '20.7.6 11:40 AM (221.161.xxx.3)

    저도 2년전의 글은 못 봤지만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네요
    원글님 정말 좋은분 이실것 같아요.
    남편분과 아이들과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 21. ...
    '20.7.6 9:41 PM (118.36.xxx.236)

    단란한 가정이 그려지네요
    주체적인 삶을 잘 살고 계시는 군요
    밝고 명랑한 엄마일것 같아요
    남편도 좋은분 같고요~~

  • 22. ...
    '20.7.6 9:44 PM (101.235.xxx.32)

    저도 2년전 글은 못봤지만 원글님 멋지게 사시네요 ㅎ

  • 23. 혜와진
    '20.7.6 10:00 PM (222.232.xxx.55)

    2년전 글은 못봤는데.. 너무 좋은 글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네요~ 원글님 그런 긍정 마인드로 행복하세요~!^^

  • 24. 나옹
    '20.7.6 10:16 PM (39.117.xxx.119)

    원글님 글이 참 아름다워요
    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돌아오신 거 환영합니다. 내내 이렇게 헹복하세요.

  • 25. 음....
    '20.7.6 10:41 PM (122.42.xxx.138)

    원글님 덕에 저도 마음의 짐이 내려놔지네요.감사해요.그리고 누구보다 행복하실거에요

  • 26. oo
    '20.7.6 10:54 PM (39.7.xxx.115)

    멋있어요. 아름다우세요.

  • 27. 감사
    '20.7.6 11:07 PM (119.197.xxx.80)

    따뜻한 수필 한편 읽은 것 같아요^^ 원글님의 밝고 건강한 정신이 참 부럽기도 하고요,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네요. 저도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28. 1038473727
    '20.7.6 11:51 PM (1.245.xxx.24)

    아름다운 글이라..저장합니다
    늘 지금만큼만 행복하시길..

  • 29. ㅁㅁㅁ
    '20.7.7 12:45 AM (121.148.xxx.109)

    소곤소곤 편하게 쓰신 글이 재밌어서 2년 전 글도 궁금해지네요
    12년 키웠더니 농사도 짓고 돈도 벌어 온다고 기특하다는 남편분 말씀에 사랑이 퐁퐁 솟아나네요.

  • 30. ㅠㅠ
    '20.7.7 1:52 AM (188.149.xxx.254)

    제가 왜 이리 뭉클할까요.
    원글님같은 분들이 올바르게 살아줘서 우리나라가 건강한겁니다...
    울나라 많이 배운 것들이 돈많은것들이 잘나서가 아니에요.
    밑에서 개미처럼 열심히 부지런히 올곧게 사는 대다수 분들이 있기에 나라가 부강하고 안전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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