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수입이 늘어나니 저절로 마음의 여유가 생기네요

.. 조회수 : 4,425
작성일 : 2020-07-03 12:37:38
학비가 없고 밥을 못먹고 하는 정도의 가난은 아니었지만
넉넉치 못한 살림으로 어릴적 한번도 새옷과 장난감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늘 오빠 옷을 물려입었는데 그미저도 엄마가 여기저기 친척들한테 얻어온 옷들이었어요.

엄마는 지금도 오빠랑 저에게 고맙게 생각한데요.
4,5살 먹은 꼬맹이들 데리고 한여름에 길거리에서 버스타려고 기다려도 아이스크림 하나 사달라고 조르지를 않았데요 오빠도 저도.
저는 갖고싶은것도 하고싶은것도 없는 아이로 자랐어요.

그리고 대학을 가고 취직을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니 하고싶은게 너무 많더라고요.
첫 연봉이 1600이었거든요. 세금떼면 120만원 조금 넘게 들어왔을거에요.
월세내고 차비 식비만 해도 남는 돈이 별로 없었어요.
엄마는 취직하기전에 월급받으면 무조건 저금부터하라고 얘기했지만 싫었어요.
120만원에서 생활비빼면 용돈으로 쓸돈이 50만원정도 될까말까.

그때 생각했어요. 이 돈에서 십만원씩 매달 모아서 1년에 120을 모으는것보다 몸값을 높여서 한달에 120만원을 더 주는 직장에 가는 게 낫겠다고.
그래서 정말 한푼도 안모으고 다 썼어요.
새옷도 사고 맛있는것도 먹고 배우고 싶은것도 배우고 운동도 해보고.
그렇게 2년후에 저는 정말로 월급 120만원을 더 주는 직장으로 이직을 했어요.

그때도 정신못차리고 돈을 안모았어요.
세상에 재밌는게 너무 많은거에요. 해외여행에 눈떠서 툭하면 여행도 다니고 피부관리실같은거 백만원가까이 하는 회원권같은것도 등록하고.
그래도 무서운건 있어서 빚은 지지 않았지만 월급을 거의 못 모았어요.
그러다 다시 3년후 월급을 두배로 주는 곳으로 이직을 했어요.

돈 안모으고 사는 동안 영어도 배우고 제 분야에 자격증도 수시로 따고 사람들과 어울려놀면서 인맥도 만들고.
그랬던 것들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월급이 400이 넘어가니 실컷 쓰고도 돈이 남더라고요.
이미 그때쯤엔 소위 돈x랄이라는거 해볼만큼 해봤던때라 더 궁금한 게 없었거든요.
의미없는 소비에 싫증이 나기도 했고요.
허리띠 졸라메고 아끼면서 산게 아니고 필요한건 다 썼는데도 100~200 정도의 돈이 항상 남더라고요.

그렇게 모은돈에 대출을 조금 받아서 작은 오피스텔을 샀어요.
저는 전세를 살았었고요. 월세받는거에 재미붙어서 하나를 더 늘렸고요.
지금은 경력이 많이 늘어서 월수입은 700이 조금 넘고 매달 월세가 들어오니
경제적인 고민이 없네요.
갖고싶은것도 별로 없고 가족들에게도 넉넉히 선물도 하고 가끔 맛있는것도 쏘고.
아직 오피스텔말고 내 집은 없어요 몇억씩 되는 큰 돈을 엉덩이에 깔고 살기가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전세를 살기는해요.

그래도.. 예전에는 한달 월급이 안들어오면 카드값에 월세에 걱정되는게 너무너무 많아서 늘 조바심나고 쫓기는 기분이었는데 이젠 당장 잘려도 일년정도는 먹고 살 돈이 있기도 하고..
지금껏 쌓은 내 경력이면 월급을 살짝 낮추어서라도 취직은 충분히 가능하고 아직 10년 이상은 일할 수 있고..
회사 생활하다 좀 짜증나고 힘든 일이 있어도 그냥 적당히 웃어넘기고 잊어버리게 되네요.
내 손에 적당히 돈이 있는게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듯해요.ㅃ
IP : 223.62.xxx.20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7.3 12:43 PM (175.113.xxx.252)

    당연하죠 ... 통장에 돈 늘려가는재미도 넘 즐겁잖아요

  • 2. 우왕
    '20.7.3 12:51 PM (175.223.xxx.75)

    수고하셨어요.
    돈 쓰는 맛도 보셨으니
    모으는 맛도 쭈~ㄱ 보세요.
    행복하시구요.^^

  • 3. 멋진 인생
    '20.7.3 12:59 PM (116.37.xxx.188)

    현재의 여유도 즐기면서
    야무지게 자신의 가치를 올리시는 분
    내 딸도 원글님처럼 야무졌으면...

  • 4. 어우
    '20.7.3 1:06 PM (121.137.xxx.231)

    진짜 똑똑하셨네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몸값 올린다는 생각은 못하고
    그냥 버는 거에서 열심히 저축할 생각만...ㅜ.ㅜ
    그러니 소소하게 모아지긴 해도 큰 돈 모으기 힘들고
    몸값은 별 변동이 없고..

    원글님 진짜 똑똑하셨어요!
    대단합니다. 원글님같이 했어야 하는데...

    오피스텔이 두채인데 내집없다 소린 말이 안돼는 거 같고요
    소득이 700이시라니...능력이 부럽습니다

  • 5. 통장
    '20.7.3 1:09 PM (211.236.xxx.51)

    통장에 쓸수있는돈이 있는 달엔
    맘이 괜시리 여유롭더라고요.
    예금이라도 다 넣어서 통장잔고 별로 없음 불안하고. 다 내돈인데도.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진리.

  • 6. 자랑
    '20.7.3 1:20 PM (39.7.xxx.248)

    좋겠네요 돈 쓸데없음 앞으로 가낸한 사람들
    돕고 사세요 자랑만 하지말고 조용히 실천을 권합니다

  • 7. 포에버문
    '20.7.3 1:21 PM (182.211.xxx.196)

    정말 현명하시네요.
    전 허리띠 졸라매고 15만원 남기고 다 저금했건만....
    아버지가 주식으로 다 날리셨고
    남은건 없고... 젊을때 운동화 하나, 패딩 하나 제대로 못사입고 지냈는데...

    축하드려요.
    제가 다 기쁩니다.

  • 8. ...
    '20.7.3 1:22 PM (117.111.xxx.132)

    정말 똑똑하셨고 야무지시네요!!
    자극받고 갑니다!

  • 9. 폴링인82
    '20.7.3 1:57 PM (118.235.xxx.87) - 삭제된댓글

    부럽습니다.
    멋집니다.
    축하드려요.


    자랑
    '20.7.3 1:20 PM (39.7.xxx.248)
    좋겠네요 돈 쓸데없음 앞으로 가낸한 사람들
    돕고 사세요 자랑만 하지말고 조용히 실천을 권합니다

    >>어디가 꼬이셨어요?
    원글 어디가 자랑으로 읽혀요?
    댓글님 본인 혼자서 조용히 돕고 사세요.
    이래라저래라 꼰대질 하지 말아주세요~ 하면 나도 꼰대려나?
    아유 어렵다^^

  • 10. 그럼요
    '20.7.3 2:33 PM (87.236.xxx.2)

    통장에 넉넉히 쌓인 돈만큼 자신감을 주는 게 있을까요? ^^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가끔씩 쓰기도 하고, 모으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사시기를요~~

  • 11. ㅎㅎ
    '20.7.3 4:15 PM (65.197.xxx.41)

    능력이 있으신 분이네요 월급 두배씩 올려가며 이직하는게 어디 보통일인가요? 단순히 인맥이나 뭐 자격증만 갖고 되는게 아니고 기본 능력이 탄탄하신 분이신듯요. 통장이 두둑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죠 ㅎㅎ

  • 12. ..
    '20.7.3 5:19 PM (49.169.xxx.133)

    지혜로운 게 이런 거군요. 원글님께 박수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5213 논문 없이도 석사 학위 가능? 13 늦깍이 2024/04/14 1,736
1585212 50중반 기혼인데 노처녀 같다는 말 32 무지개 2024/04/14 5,791
1585211 탕수육은 어떻게 데우는 게 좋을까요 7 요리 2024/04/14 1,494
1585210 우영우 남친 강태오 snl 진짜 재밌어요!! 2 와우~~~ 2024/04/14 3,175
1585209 개신교 믿는 부모님들, 전도 자주 하시나요 6 .. 2024/04/14 955
1585208 초4 아들과 점심먹은 후기(?) 21 기특 2024/04/14 5,465
1585207 세탁기 있는 베란다벽 곰팡이 어째야할까요? 16 습기 2024/04/14 2,526
1585206 지금 선풍기 돌리고 있어요. 4 .. 2024/04/14 991
1585205 원희룡 prisoner 되지 않을까요? 4 .... 2024/04/14 2,976
1585204 천주교인의 자랑 8 ㅇㅇ 2024/04/14 2,589
1585203 전신마취 수면마취 차이점이 뭔가요? 6 00 2024/04/14 2,128
1585202 망고 또 핫딜하는곳 없나요?? 3 ..... 2024/04/14 1,871
1585201 '빅 6' 로펌, 변호사 1인당 6억 넘게 벌어 2 ... 2024/04/14 2,018
1585200 내 속눈썹까지 관심갖는 사람 14 .... 2024/04/14 3,398
1585199 더러운집 많다면 밖에서만 깨끗한 척하는거예요? 15 ㅁㅇㅁㅇ 2024/04/14 5,337
1585198 냉장고 냉동이 갑자기 이상한데요 11 질문 2024/04/14 907
1585197 선재업고 튀어 잼나요 9 이만 2024/04/14 2,550
1585196 부동산 중개사무실 .. 2024/04/14 690
1585195 50대분들 요즘 뭐 입고 다니세요? 16 .. 2024/04/14 6,538
1585194 공부는 타고난다 했던 변호사 엄마 36 변호사 2024/04/14 11,568
1585193 지금 5시 넘었는데 해 높이가 1 ..... 2024/04/14 946
1585192 종로에 사시는 분들은 주차는 어떻게 하세요? 4 종로 2024/04/14 1,860
1585191 조금 전에 동대문 일요일 시장 11000 원에 득템했어요 웃음은.. 1 하하하 2024/04/14 2,417
1585190 한알육수ㆍ코인육수는 다시다인가요? 9 루비 2024/04/14 3,871
1585189 49년생 자궁에 물혹이 있다는데 시술해야 하는지 5 .. 2024/04/14 1,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