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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34개월 아들이 한글을 닥치는 대로 막 읽어요.

오잉 조회수 : 5,955
작성일 : 2020-01-22 23:55:51
말이 엄청 느린 아이였어요.
두 돌 지날때까지 엄마 아빠 소리만 겨우 했고 물, 맘마 이런 단어도 못하고 필요하면 제 손만 잡아끌어 해결하고 떼도 엄청 쓰고해서 정말 걱정이 많았지요.

27개월에 처음으로 뱉은 단어가 싱크대위에 숨겨놓은 '새우깡' 이구요. 새우깡 소리를 듣고 제 귀를 의심하다 새우깡봉지를 보고 엉엉 울면서 엄마랑 통화했어요. 드디어 입이 트인거같다고 ㅜㅜ

그 뒤에도 한참 더디게 한마디씩 하다가
어느 날, 제가 아이 전집을 검색하는데 어느새 옆에 와서 봤는지
갑자기 '차일드애플' 이러고 가는겁니다. 이때가 29개월 즈음이고 발음이 정말 안되는 시기였는지라 제가 헛걸 들었나 싶기도 했어요.

키우면서 특이하다고 느낀적도 많았어요.
촛점책, 촉감책 시절부터 책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었고
돌 이전부터 책에 글자를 가리키며 궁금해했어요.

혼자 책보는 시간도 길었고
책을 30권씩.깔고.앉아서 보곤했어요.
그런걸보며 자폐 걱정이.슬슬 올라오던 무렵엔
제가 겁이나서 책을.다 치워버리기도 했고요.

어느날은 소파위에 책 두권을 펼쳐놓고 번갈아 가며 보는데
뭔가 하고 보니 프뢰벨책이랑 자연관찰 책의 개구리알 부분을 펼쳐놓고 보고있기도 했고
놀이터에 나가서도 미끄럼타기 보단
바닥의.동그라미나 색깔에 집착해서 그것만 가리키고 놀고요. 이맘때 정신적으로.너무.힘들어.대상포진도 앓았었네요.

암튼
이런 시기를 지나고
아는.단어가 많아지면서 단어를 그림처럼 통으로 외웠구나 그런데 참 많이 아네. 정도로 생각하다가
어느날은 책한권을 다 외웠나? 아니 글을 읽나 싶다가
얼마전부턴 아 스스로 터득했구나 하고 확신했어요.

밖에 나가면 간판 안내문 메뉴판 등등
닥치는대로. 집에서도 달력에 광고판 티비자막 등등 다
읽어버려요.

한글을 따로 가르쳐 준 적은 없는데..
어떻게 스스로 깨치는건지
말도 못해서 2차병원 대기하던 녀석이 글을 술술 읽네요.

얼마전에는 할머니집에서 할머니가 드라마보려고 티비채널을 돌리다 앤서니브라운 전시회 광고가 2초정도 지나갔는데 그걸 보더니 "내가 좋아 하는 것" 이러는거에요. 엥? 무슨말이지 하는 순간 집에 있는 앤서니브라운 책 제목을 말한거더라구요. 좋아하는 책이라 자주 보긴 했지만 작가 이름까지 알고 그걸 떠올리다니^^ 신기한거맞지요?헤헤

결혼7년만에 오만고생 다 하고 낳고 혼자 돌보느라 폭삭 늙어버리긴 했지만 요즘엔 정말 이 녀석 때문에 많이 웃어요. 정말 잘 키우고 싶어요.
IP : 211.36.xxx.215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1.22 11:59 PM (106.102.xxx.149) - 삭제된댓글

    저도 혼자 글 깨우쳤어요 남이 읽는거 보고 이렇게 생긴 건 이렇게 읽는구나 규칙을 파악한 거겠죠 ㅎㅎ

  • 2. ...
    '20.1.23 12:01 AM (108.41.xxx.160) - 삭제된댓글

    똑똑한 아가, 귀엽네요. 잘 키우세요.^^

  • 3. ...
    '20.1.23 12:02 AM (108.41.xxx.160)

    똑똑한 아기, 귀엽네요. 잘 키우세요.^^

  • 4. ...
    '20.1.23 12:06 AM (221.157.xxx.127)

    한창 이쁘고 귀여울때네요 ~~~아들도 그랬어요 ㅎㅎ 혼자규칙파악한듯 하더라구요 기역니은도 모르는데 글자는 받침있어도 다 읽더라구요 한글이 위대하구나 싶었어요

  • 5. 멋져요!
    '20.1.23 12:07 AM (223.38.xxx.13)

    애기가 혼자 얼마나 집중과 노력을 했을지..
    저도 알파벳 그런 식으로 혼자 익혔는데 어린 마음에도 뭔가 기분이 너무 좋았던거 기억해요. 눈이 막 떠지는 느낌, 세상에 가속도가 붙어 어질어질한 느낌도 있었고요.

  • 6. 진짜 오잉~입니다
    '20.1.23 12:08 AM (121.125.xxx.100)

    제 보기엔 영재 같은데요!!ㅎㅎㅎ
    그 월령에 혼자 글을 떼고,
    작가 이름을 보고 책제목을 떠올리다니요..
    이런 아이들은 더 잘 키워야 하는데!!
    영재성을 키워주지 못하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영재성이 사그러들기도 한다고 했어요
    영재 검사 한 번 받아보세요~ ㅎㅎㅎ

  • 7.
    '20.1.23 12:14 AM (110.70.xxx.248)

    저희애랑 비슷한데.. 혹시 지금은 말하나요?
    울애는 두돌때 숫자 1-10한글 영어 알파벳 세돌넘은 지금 한글도 읽고 1-100 영어로 다하는데 말은 안트여서 자폐걱정 저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가르쳐주지않아도 학습을 혼자 하고..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진짜 그속 아무도 몰라요 ㅠ

  • 8. 울아들
    '20.1.23 12:19 AM (112.154.xxx.39)

    똑같네요 우리아이도 말 느렸는데 어느날 봇물 쏟듯 확 터지고 28개월때 한글 줄줄 읽었어요
    초등까진 영재소리 듣다 중딩 사춘기오고는 ㅠㅠ
    고등1때까지 폭망이다 고2되는 지금 조금 정신 차리고 있긴 한데 가능성은 그냥 그래요
    초6때 과학고 보내야 되는 아이라고 수학학원서 특목과학반 들어가서 수학선행 엄청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어요

  • 9. ㆍㆍ
    '20.1.23 12:19 AM (122.35.xxx.170)

    으아 너무 기특해요ㅋㅋ 혼자서 곰곰히 터득하는 스타일인가봐요.

  • 10. 오잉
    '20.1.23 12:21 AM (211.36.xxx.215)

    음님, 저희 아이는 지금 유창하게 말해요. 어느정도 시기가 되니 하루 하루 달라지는게 보이더니 한달 만에 확 늘었어요. 엄마 엄마 사랑사는 우리 엄마 이러면서 애교부리는데 살살 녹지요. 음님 아이는 영어까지^^대단하네요.

  • 11. 건강
    '20.1.23 12:24 AM (121.139.xxx.74)

    앤서니브라운 돼지책....
    요즘 공연하는것 같더라구요
    잘 키워보세요
    일단 책 좋아하는 아이들은 뭐든 잘합니다

  • 12. 저도 가끔
    '20.1.23 12:37 AM (61.101.xxx.195)

    원글님 아이는 확실하게 글 읽는거 같아서 일단 축하드리고
    영재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34개월인데 =)
    똘똘한 아기 가능성을 잘 키워주셔요~

    저희 애는 32개월인데 가끔가다 얘가 글을 읽나 싶은 느낌이 들어요ㅎ
    예를 들어서 뽀로로 과학 교구 이런 장난감을 사줬다 쳐요
    아무도 뽀로로를 안읽고 과학 교구 과학 교구만 읽었어요
    왜냐면 그 장난감이 과학 교구 자체가 일종의 고유 명사 같은 거여서요
    (맥포머* 같은 거예요 예를 들자면)

    근데 애가 그거 주고 나서 1시간 동안 상자 뜯고 갖고 놀고 하더니
    엄마 뽀로로 과학 교구 사줘서 고마워 이러는 거에요

    아무도 뽀로로라는 말을 안했고 계속 저랑 같이 있었거든요 1시간 동안
    놀라서 물어보면 또 배실배실 웃고 말도 안하고

    얼마전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박물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려는데
    저더러 출구는 저쪽이야 이러는 거에요 갑자기
    차를 대던 중이니까 출구의 ㅊ 얘기도 안꺼내던 상황이었고
    잉? 싶어서 앞을 보니까 벽에 출구 이렇게 써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자잘하게 뭔가 한글을 아는걸까 싶으면서도
    막상 물어보면 배실 배실
    모르는거 같기도 아는거 같기도 해서 좀 웃겨요 ㅎㅎ

  • 13. ...
    '20.1.23 12:51 AM (103.77.xxx.229)

    제 아이도 4살때 혼자 한글 읽었어요. 책 별로 안좋아하고 말도 느린애가 한글을 읽어서 놀랐고 기대도 했었는데...지금은 그냥 평범하네요. 제가 잘못키운걸지도..ㅠㅠ

  • 14. happy
    '20.1.23 12:56 AM (115.161.xxx.24)

    이뻐라 얼마나 귀엽고 이쁠지 눈에 선하네요 ㅎㅎ

  • 15. ...
    '20.1.23 1:03 AM (125.129.xxx.199)

    쓰신 글로만으로도 아이의 예쁜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 이제는 대학 졸업반이 된 딸아이도 어릴 때 차타고 지나가면서 보이는 간판들을 보고 열심히 읽고 친구 00의 0자가 저기 있네라며 한글을 익혔어요 원글님 글 덕분에 울 딸아이의 옛모습도 떠올리며 혼자 엄마 미소 짓고 있네요 ^^

  • 16. ㅇㅇ
    '20.1.23 1:29 AM (220.119.xxx.137) - 삭제된댓글

    차일드애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너무 귀여워여어어어어어.........

  • 17. 이야
    '20.1.23 1:37 AM (182.218.xxx.45)

    진짜 기특해요. 신기하고

  • 18. 저희아이도
    '20.1.23 1:52 AM (175.223.xxx.202)

    30개월무렵 한글 읽더니 41개월인지금은
    책읽어줄까 해도 혼자 읽겠대서 조금 서운해요ㅠ
    이젠 영어도 읽고싶은지 pretty balloon을 party balloon으로 읽는척..ㅎㅎ
    얼마전엔 백화점 놀이방에서
    주인없는 풍선이 돌아다니길래
    임자없으니까 가져가자하니
    그러면 잃어버린아이가 슬퍼할것같아요 라고해서
    말을잇지못했어요ㅠ 천천히크면좋겠어요

  • 19. 음음님
    '20.1.23 4:45 AM (45.64.xxx.125)

    혹시 17년생인가요?
    같은또래 좀 더 어린 월령키우는데요
    천재맞는데요? 오아..
    우리애는 아직 자동차에만 홀릭이라..가능성이
    안보이는데...
    대단합니당..엄지척!!

  • 20. 칭찬해 아기야~
    '20.1.23 5:09 AM (116.45.xxx.163)

    넘 기특하고 이쁘네요
    이쁘게 잘 키우세요
    그동안 말하고 싶어서 어떻게 견뎠을까요
    아기도 없는 제가 다 뭉클

  • 21. 00
    '20.1.23 9:04 AM (1.235.xxx.96)

    30개월무렵 한글 읽더니 41개월인지금은
    책읽어줄까 해도 혼자 읽겠대서 조금 서운해요ㅠ
    이젠 영어도 읽고싶은지 pretty balloon을 party balloon으로 읽는척..ㅎㅎ
    얼마전엔 백화점 놀이방에서
    주인없는 풍선이 돌아다니길래
    임자없으니까 가져가자하니
    그러면 잃어버린아이가 슬퍼할것같아요 라고해서
    말을잇지못했어요ㅠ 천천히크면좋겠어요
    222222222

    감동이에요 ㅠㅠ 우엉
    올바른 인성은 타고나는 건가봐요 ㅠ ㅠ ㅠ

  • 22. ...
    '20.1.23 11:34 AM (223.38.xxx.157)

    제가 보기에도 영재성 있는듯요
    글자를 잘 읽거나 빨리 읽거나 이런거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데
    (원글님에게 하는 말은 아니구요, 글자나 말을 몇 개월에 빨리 했다는거로 자부심 가지는 엄마들은 진짜 무식해 보여요)
    프뢰벨책과 자연관찰책 두고 봤다는데서 영재 또는 똘똘한 아이 느낌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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