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런 인생 ㅡ 내친구 땡이

이런 인생 조회수 : 4,414
작성일 : 2019-12-18 20:41:45
오래된 내친구 땡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졸업할 때까지 한방에서 잠을 자고
같은 밥을 먹고, 수녀님께서 만들어주신 똑같은 옷을 입으면서
같은 학교를 다녔던 아이였었죠.

학년이 같았으니 어울릴 기회가 많아서 더 많이 친했어요.
고무줄도 공기놀이도 땅따먹기도 인형놀이도 같이 하다가
불꺼놓고 당시에 유행하던 춤도 추다가 미친듯이 웃기도 했었죠.

그러다 국민학교 졸업을 앞두고 영아원으로 바뀌게된, 수녀님이 운영하던
보육원을 떠나서 목사님이 운영하는 보육원으로 같이 떠났어요.
중학교를 다니던 나와는 달리 원장님댁에서 기저귀를 빨고 원장님 아들을
돌보는 일을 하던 땡이를 나는 무지하게 부러워했더랬죠.
나와는 달리 맛있는 것도 먹고 어느 정도의 자유가 보장이 돼서 그랬던거 같아요.

어쨌든 내친구는 계속해서 원장님 친척집들을 전전하며 어른이 되었죠.
그러다가 누군가의 소개로 결혼을 하게 됐는데 알고보니 알콜 중독자였어요.
얼굴도 이쁘장하고 성실하고 착하기만 한 내친구 덕이는 남편 병간호와 시어니 봉양을 열심히 했어요.

아이를 낳고 싶어했으나 남편의 불임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대요.
그러던 중 시어머니는 내친구가 오래 일하던 원장님 친척(부모님이라고 생각)과 의논하에 입양을 합니다.
친구말로는 친구가 알콜중독 남편버리고 도망갈까봐 그랬던거 같다그러네요.


그후 남편과 사별하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살았죠.
아이가 커가면서 공장에 취직을 해서 돈도 벌면서 살다가 재산문제로
친구는 독립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주말이면 시어머니를 찾아가서 목욕도 씻겨드리고
대청소도 해드리고 집안일을 돌봐드리죠.

자신에게는 없는 친척과 가족을 만들어주기 여러가지로 헌신을 하면서 노력을 했다고 해요.

물론 아이가 사춘기때 속도 썩이고 이기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
친구는 후회도 많이 하고 자기인생에 대한 하소연도 자주 했더랬어요.

그런 내친구 땡이가 7시 넘어서 우리집에 찾아왔어요.
김장을 했는데 먹어보라고.

그런데 그 용건만은 아닌거 같은게 얼굴에 감출수 없는 기쁨이 드러나더라고요. 그래서 채근했더니 아이가 이번에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고.
그래서 너무 좋아서 아무데나 자랑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제가 자랑할만 하다고 좋겠다고 부러워해줬어요.
저는 이미 다 치른 일이지만 저희 아이들이 합격한거 만큼이나 좋더라고요.
오늘은 바빠서 이만 간다기에 주말에 맛있는거 같이 먹기로 했어요.

평생을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도 고생만 하고 한번도 호강 못해본 내친구 땡이에게도 이제 행복한 일만 있으면 좋겠어요.

IP : 180.229.xxx.38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디
    '19.12.18 8:42 PM (118.221.xxx.124)

    친구분에게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 2. 친구분
    '19.12.18 8:48 PM (1.232.xxx.94) - 삭제된댓글

    와.. 진짜 그 친구분 앞으로 행곡하시기만 바랄께요.
    원글님도요!!

  • 3. 친구분
    '19.12.18 8:49 PM (1.232.xxx.94) - 삭제된댓글

    와.. 진짜 그 친구분 앞으로 행복하시기만 바랄께요.
    원글님도요!!

  • 4. 그런
    '19.12.18 8:57 PM (211.245.xxx.178) - 삭제된댓글

    자랑은 밥 사주면서 들어줘도 기쁘겠어요.ㅎㅎ

  • 5. 그런
    '19.12.18 8:58 PM (211.245.xxx.178) - 삭제된댓글

    내가 사주면서 들어도요~~

  • 6. 친구분
    '19.12.18 8:58 PM (211.112.xxx.251)

    원글님 모두 행복길만 걸으세요! 땡이님 축하드린다고 전해주세요. 같이 기쁘네요.

  • 7. 원글
    '19.12.18 8:59 PM (180.229.xxx.38)

    그럼요.
    평생 그 친구 밥값은 제가 내요.
    그런데 하나도 안아까워요.

  • 8. 친구일에
    '19.12.18 9:02 PM (112.149.xxx.254)

    이렇게 기뻐할 수 있는 땡이님 행복하시겠어요.
    두 분 따뜻한 마음이 그로도 느껴져요.
    여기도 응원하는 사람 있어요.
    고생하신 친구분 앞으로 웃으실일 많으시기를 기도합니다.

  • 9. 땡이님
    '19.12.18 9:05 PM (110.13.xxx.154)

    좋은대학간.아들보다
    좋은친구가 더 부럽네요

  • 10. 쓸개코
    '19.12.18 9:19 PM (222.101.xxx.124)

    이런인생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친구랑 기쁜일 생겨 얼마나 좋으셨어요.^^

  • 11. 덕분에
    '19.12.18 9:22 PM (124.51.xxx.37)

    글 읽는 내내 행복했어요.

  • 12. 한낮의 별빛
    '19.12.18 9:38 PM (106.102.xxx.177)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친구분 삶에 이제 행복만 가득할거예요.
    인생님도 친구분도 참 좋은 분들이네요.
    복받으실거예요.

  • 13. 얼굴에
    '19.12.18 9:46 PM (59.6.xxx.191)

    감출 수 없는 기쁨... 이런 걸 볼 수 있다면, 더구나 내 친한 친구라면 밥 뿐 아니라 무엇인들 아까울까요. 아름다운 이야기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분 우정 변치 마시고 앞으로도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 14. ....
    '19.12.18 9:53 PM (175.223.xxx.222)

    그렇게 힘들게 살면 사람이 찌들어서 맨날 우울하니까 만나기도 부담스럽던데
    친구 심성이 정말 밝은 분 같고
    원글님도 넘 고우세요.
    뭉클하네요.

  • 15. ...
    '19.12.18 10:03 PM (210.97.xxx.179)

    친구분 정말 축하드려요~
    두 분 건강하게 여유롭게 오래오래 사시면서 우정을 나누시길 기도합니다.

  • 16. 축복드립니다
    '19.12.18 10:10 PM (116.120.xxx.155)

    기쁜 글인데도 눈물이 나네요.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부터 지금까지 누군가를 돌보기만 했던 친구분, 그럼에도 일상의 행복에 기뻐할 줄 아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원글님 역시 따뜻한 친구를 따뜻하게 보는 상냥함이 아름답고요.
    두 분 모두 행복하기 기도합니다. 진심으로요.

  • 17. ..
    '19.12.18 10:59 PM (180.66.xxx.164)

    땡이 친구분 이제 꽃길만 걸었음좋겠네요. 그정도면 됐잖아요?네? 이제 두분다 꽃길만 걷고 땡이친구분이랑 파파할머니때까지 옛날얘기하시면서 행복하게 지내셨음 좋겠어요~~

  • 18. ..
    '19.12.18 11:04 PM (49.143.xxx.179)

    이런 인생님 글 반갑네요^^
    읽는 저도 너무 기쁘네요.
    축하드립니다~

  • 19. 늘행복하자
    '19.12.18 11:12 PM (125.182.xxx.69)

    땡이님도 원글님도 항상 꽃길만 걷기를~

  • 20.
    '19.12.18 11:22 PM (106.102.xxx.197)

    인생이 아름답다는 걸 두 분이 깨닫게 하시네요ㅎㅎ

  • 21. 누구냐
    '19.12.18 11:32 PM (221.140.xxx.139)

    와 멋있다.
    진짜 뭔 부자집이고 뭐고보다
    이런 친구하나 남긴 인생 부럽네요

  • 22. ..
    '19.12.18 11:43 PM (211.117.xxx.4)

    이런 인생님 글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잔잔하고 아련한 글 가운데 여운도 느껴지고 좋은 글 감사해요.(제가 평가할 주제는 아니지만 님 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그저 님과 그 친구분 인생이 앞으로도 더 순탄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 23. 롤링팝
    '19.12.19 1:09 AM (218.148.xxx.178)

    고맙습니다
    잘읽었읍니다
    눈물이 쑥 나네요~

  • 24. 눈물
    '19.12.19 1:52 AM (67.180.xxx.159)

    핑 도네요. 두분다 쭉 행복하세요!!

  • 25. ㅇㅇ
    '19.12.19 6:28 AM (64.134.xxx.217)

    이런 인생 님
    너무 반가워 로그인했어요.
    친구분 축하드리고 두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건강하세요.

  • 26. ㅠㅠ
    '19.12.19 11:32 AM (121.129.xxx.52)

    아름다운 두 분..글 자주 남겨 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1953 마음이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9 ㅇㅇ 01:28:44 751
1591952 냉장고가 계속 돌아가요ㅜ 2 ㄷㄷ 01:28:25 174
1591951 어젠가 글 올라왔던...다람쥐ㅃ 9 ... 01:24:22 511
1591950 아들에게 도움되고 싶어요. 2 교육 01:21:22 348
1591949 이상한 일 4 아침배송 01:17:45 470
1591948 선재는 2023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3 궁예질 01:17:34 348
1591947 cbs아나운서가 법무부의 협박공문 공개했네요 ㅠ 1 cbs 01:17:20 691
1591946 나이가 들수록 친구는 적은게 좋다 6 ..... 01:05:59 1,097
1591945 급해요.. 어떡하죠? 9 ㅇㅇ 01:03:55 883
1591944 죽은 아이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12 어휴 00:57:54 1,780
1591943 의대고 수능만점이고 이딴거 안 궁금하고 불쌍한 죽은 아이가 33 .. 00:48:09 2,134
1591942 주식 카카오는 답 없나요? ㅠㅠ 2 지나다 00:46:59 635
1591941 아이가 잘못한 경우 4 에구 00:46:30 403
1591940 황용식이 이후로 선재!!! 6 아후 00:23:01 883
1591939 수능만점 살인자 공부 못했네요 34 00:22:45 4,879
1591938 그는 살인자입니다. 6 ... 00:10:41 2,841
1591937 윤씨부부는 역대급이지 않나요? 25 정말 00:09:46 1,949
1591936 와 방금 재방보고 선재야 땜에 잠 못잘듯 10 변우석짱 00:05:31 1,089
1591935 초등6, 중학수학 문제집 이렇게 풀면 될까요? 1 수학 2024/05/07 310
1591934 단발 웨이브펌 에어랩으로 어떻게 정리하나요? 8 . . 2024/05/07 684
1591933 부부골프회동? 정말 초라하고 비굴한 인간이네요. 8 ㅇㅇ 2024/05/07 2,183
1591932 위전절제 하신분 계실까요?? 4 ㅇㅇ 2024/05/07 662
1591931 수능 만점자 의대생 링크.. 51 merci9.. 2024/05/07 6,867
1591930 부자 동네 가면 질투는 안 당하겠지요? 6 ㅇㅇ 2024/05/07 1,511
1591929 선재) 변우석 노래를 왜이렇게 잘해요?? 진짜 아이돌 같아요 12 선재 2024/05/07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