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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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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우리집 5 ㅡ마지막 이야기

청소 조회수 : 3,990
작성일 : 2019-11-26 19:10:40
칡흙같이 암담하고 어두운 터널속에 갇혀버린것 같았던


우리집은


큰오빠와 남동생의 군제대로 작은 희망의 불씨가 피어났어요


어릴때부터 공학자의 꿈을 꾸며 샌님같아 학자타입이란 소릴 듣고 자란 오빠는 그 꿈을 미련없이 버리더군요


제대후 오빠 남동생은 안방서 아빠와 자고 엄마는 안방을 내어주곤


좁디좁은 거실겸 주방에서 대각선으로 식탁밑으로 발을 넣고 주무셨죠..오빠는 엄마가 그렇게 자식에게 방을 내주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곤 결심했나봐요


성격과 전혀 맞지 않은 작은사업을 친척도움 받아 시작했어요


무기력하게 tv만 보던 아빠와 함께


마당넓은 양옥집에 우리가 살때 오빠는 학교기숙사와 36개월 꼬박 군복무 중이라 그 좋은집서는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어요


휴가때 동상걸린 손발로 인천집에 왔던 오빠가 집상태를 보고 친구하숙집 가서 자고 들어갔을때 첨으로 아빠의 콧물 흐리며 펑펑 우시던 모습을 봤어요..


다큰 성인자녀 4명과 부모님까지 6가족이 사는 집은 그 좁은 빌라촌에서 우리집밖에 없었나봐요





온가족이 들러 앉아 다 같이 밥먹을 공간이 없던집


핸드폰이 없던 시절


애인과 전화 한통할수 없어 늦은밤 멀리 걸어 공중전화서 통화해야 했던집..


마음을 다독이고 우리는 이제 나무기둥같이 견고한 큰오빠와 겨우 한학기 학교다니고 자원입대해 군복무 마쳤으나 등록금이 없어 알바하며 휴학하고 돈벌던 막내남동생까지 열심히 노력해 다시 햇살 드는집에서 살아보자고 이제 우리는 다 큰성인이라고 다짐하며 살았어요


정말 사랑했던 그사람과 같이 있으면 늘 심장이 뛰어 눈 깜빡이는것도 생각했던 나는.그사람을 차마 그집 우리집에 데리고 와 인사 시킬 용기가 없었어요 철없고 바보 같았지만 결혼하자던 그사람을 내가 먼저 밀어내 버렸죠.


그리고 나는 또 휴일이면 예전처럼 궁색한 집안 청소를 또 그렇게 어린시절 나처럼 열심히 했어요


여동생과 남동생이 결혼 상대자를 집에데리고 오기로 한날


몇일전부터 퇴근후 그렇게 저는 또 좁은 그집 청소를 반짝반짝 윤이 나게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청소를 해도 너무 좁고 허름한 집은 청소한 티가 안나더라구요


지금의 남편을 우리집에 인사시키려 데리고 오던날


나는 그좁고 어두운 집이 부끄럽지 않았어요 다만 미안했죠


이유는 몰라도 그냥 미안했어요 아주많이..마치 내가 열심히 우리가족이 열심히 살지 않아 그런 남루한 집에 살고 있는듯 그가 실망할까봐 그게 미안했어요 정말 부끄럽진 않았어요 그사람이 처음였나봐요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치부가 부끄럽지 않단 생각이 들던 유일한 남자





우리는 모두 그렇게 각자 사업가로 대형프렌차이즈 가게주인으로


언론사 직원으로 보통의 주부로..그렇게 그집을 하나둘 떠났죠


오빠가 마지막 결혼하기전 신도시 대단지 30평 아파트로 부모님을 이사시키던날


저는 첫째아들을 출산했어요


부모님은 자식중 처음으로 딸이 아들을 낳았는데도 그건 안중에도 없고 난생처음 엘리베이터가 있는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새 가구들로 꾸며진 오빠가 마련해준 그집으로의 이사가 더 큰 일이셨죠


잠시 서운했지만 수화기넘어 정남향집이라 햇살이 너무 강해 집안 먼지가 잘보인다고 ㅋㅋ 두사람이 살기 너무 넓어 청소하기 벅차다는 맘에 없는 소리를 출산하고 누워 있는 저에게 오래도록 이야기 하셨어요





대가족이 모여도 끄덕없다고 친척들이 많이 와도 명절때 복잡하지 않다던 엄마..


연년생 아들둘 중고등생 키우며 청소가 취미고 집안 꾸미기가 낙인


이제는 50을 바라보는 나는


나보다 더 좋은집 나보다 더 잘사는 형제 부모님이


때론 질투나고 부럽지만 저역시도 소소한 행복속에서 좋은남편 든든한 아들들 곁에 두고 잘살고 있답니다



























IP : 112.154.xxx.39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늦둥이맘
    '19.11.26 7:18 PM (121.175.xxx.156)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 마키에
    '19.11.26 7:23 PM (114.201.xxx.174)

    잘 읽었습니다 그간 못 읽은 글이라 첨부터 봤어요 ㅎㅎ 행복하세요~~

  • 3. 쓸개코
    '19.11.26 7:27 PM (175.194.xxx.139)

    원글님 어릴때 작은 손으로 낡은 집을 가꿨을때처럼.. 지금 살림도 반들반들 하겠죠?^^

  • 4. 오늘
    '19.11.26 7:29 PM (223.62.xxx.88)

    해피 엔딩! 너무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우리 시대는 가난해도 자식들이 똑똑하면 다 일어났어요. 저희집도 오빠, 나, 동생이 졸업하고 취직하고 드뎌 엄마가 고생에서 벗어나시고 해피엔딩!
    잔잔하게 아름답게 쓰신 글 고맙습니다.

  • 5. !!!
    '19.11.26 7:35 PM (116.125.xxx.62)

    며칠 못 들어왔더니 이렇게 해피엔딩 이야기가 있네요.
    원글님 가족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먼저 쓰신 글 찾아 봐야겠어요...

  • 6. 관음자비
    '19.11.26 7:36 PM (112.163.xxx.6)

    뭔가 맘에 울림이 있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7. ...
    '19.11.26 7:38 PM (1.242.xxx.144)

    저도 다 찾아 읽었는데 1편이 없네요
    글 잔잔하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전 청소가 제일 싫은데...아니 음식하는게 더 싫은가?~~
    저도 집에 빨간딱지 붙고 쫒겨나본적이 있어서 감정이입하며 읽었어요
    정말 해피엔딩이라 마음이 놓이네요
    항상 행복하시길~~

  • 8. ..
    '19.11.26 7:40 PM (58.236.xxx.108) - 삭제된댓글

    오늘 이렇게 좋은 글 감사드려요
    저도 어릴때 단칸방에 재래식화장실..
    걸레가 얼기도 하는 그런 집에서 살았는데
    감정이입하며 읽었네요
    그 시절의 어린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어요

  • 9. !!!
    '19.11.26 7:58 PM (116.125.xxx.62)

    닉네임으로 검색하면 1편이 안보이지만
    제목인 [어린시절 우리집]으로 검색하면 1편부터 다 보여요~

  • 10. 원글님
    '19.11.26 8:02 PM (211.220.xxx.118)

    고맙습니다.
    마지막 글이라 그런가?
    읽으며 눈물 나네요.
    가족들과 쭉 행복하세요

  • 11. rainforest
    '19.11.26 8:32 PM (183.98.xxx.81)

    운좋게도 1편부터 착착 읽었어요.
    저와 비슷하거나 조금 위 연배이신듯 한데, 어렵던 시절을 지나 이젠 다시 따뜻해지셔서 다행이에요.
    지금처럼 주욱~ 행복하시길요.^^

  • 12.
    '19.11.26 8:40 PM (223.62.xxx.81)

    어린시절5

  • 13. ...
    '19.11.26 8:42 PM (1.242.xxx.144)

    !!!님 덕분에 1편도 찾아 읽었어요ㅎㅎ
    감사합니다
    저희 아빠도 출판사하다 부도나서 강북 꼭대기 반지하로 쫒겨나 살았었어요
    중학교 때였던거 같은데 그래도 눈이 와서 나가 눈사람도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마 두분이 생활력이 있어선지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가난했지요
    저도 그나마 해피엔딩이라 이리 발랄하게 댓글도 달고 하네요~

  • 14. 나무
    '19.11.26 9:26 PM (124.111.xxx.101)

    정말 글을 잘 쓰시네요 이글 읽으면서 저도 유년시절의 서글픈 기억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어요

  • 15. ㅇㅇ
    '19.11.26 9:51 PM (121.148.xxx.109)

    해피엔딩이라 고맙습니다.
    원글님 너무 장하세요.
    글 잘 다듬어서 수필집 한 권 내세요. 꼭!

  • 16. ...
    '19.11.26 9:58 PM (125.191.xxx.118)

    해피엔딩이라 읽고나서 따뜻한 마음만 남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7.
    '19.11.26 10:27 PM (116.41.xxx.162)

    읽었습니다.

  • 18. 정말
    '19.11.26 10:36 PM (49.239.xxx.202) - 삭제된댓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40넘은 지금
    옛날일이 아련히 생각나네요
    엄마아빠는 겨우 가난을 면했지만
    할머니네집은 정말 어렵게 사셨었거든요..

    많이 마음에 와닫고
    많이 그리워지고
    서글퍼지기도 하고..

    역시 진실의 힘은 강하네요

    원글님 건강하고 행복하소서~~~~~

  • 19. ...
    '19.11.26 10:50 PM (121.124.xxx.39)

    어린 시절. 나도 님 못지않게 가난하게 살았는데
    그걸 글로 풀어낼 능력은 없네요.
    이렇게 글로나마 쓴다면
    그 시절의 상처가 좀 나아질듯 한데...
    원글님 늘 행복하게 사세요.

  • 20. 우리집
    '19.11.26 11:04 PM (112.154.xxx.39)

    그시절 우리집보다 더 가난하고 힘들게 사셨던분들도 많았네요


    평생 우리앞에서 부모님 두분이 싸움한번 안하시고 없는 살림에 다른건 몰라도 도시락반찬은 맛있는거 싸주신 엄마덕분에 점심시간이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요

    온가족이 겨울이면 모여 앉아 만두빚고 칼국수 밀고
    김치찌개 하나에도 감사히 먹던시절

    근사한 음식이나 값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은 없었지만 그좁고 어둡고 춥고 더운 부엌에서 엄마는 엄마가 해줄수 있는 최선을 다해 주셨던것 같아요

    새벽일찍 나가는 딸 미끄러지지 않게 눈이 온 새벽에는 좁은골목 한껸이 늘 깨끗하게 쓸려 있었어요

    우리아빠였죠 6시에 나가는 딸 위해 먼저 나와 눈쓸고 조용히 들어가 계신아빠..알면서도 제대로 한번 감사하다 말도 못하고 살았네요

    저랑 비슷하게 살아오신분들
    풍족하게 유년시절 보내신분들
    지금 잠깐 힘드신분들
    현재가 가장 행복하신 분들
    모두 진심 앞으로 행복하시길 바래요

  • 21. ...
    '19.11.26 11:28 PM (223.38.xxx.90)

    원글님,정말 감사해요.
    최근에 읽은 어느 단편소설보다
    님 글이 더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하네요.

  • 22. 어린시절
    '19.11.26 11:41 PM (211.108.xxx.228)

    보는듯한 글이네요.
    저도 어린시절 시골에서 겨울에 문도 없는 부억에서 불때가며 밥해 먹으면서 살던 기억 나네요.
    그래도 그 시절이 행복했고 가장 기억에 남아요.

  • 23. 이시돌애플
    '19.11.27 6:14 AM (123.98.xxx.40)

    어린시절 우리집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해요 기억 공유해주셔서요 행복잘 가꾸시고 더 행복하세요

  • 24. ...
    '19.11.27 12:56 PM (222.239.xxx.231) - 삭제된댓글

    물질은 부족했지만 따뜻한 부모님의 정성이 자녀분들을 지혜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원동력이 되셨던것같네요
    장남의 자리에서 힘드셨던 오빠의 무게도 많이 느껴졌어요
    가족 모두 앞으로 계속 행복하세요..

  • 25. ...
    '19.12.28 12:47 PM (222.239.xxx.231)

    어린시절 힘들었어도 화목한 가족이시네요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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