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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마다 한 번씩 스쳐지나가는 사람

반가웠어요.. 조회수 : 3,039
작성일 : 2019-11-07 02:20:37

오전 내내.. 어제 꾼 꿈 생각으로 맴돌다 안 되겠다 싶어 오늘 저녁엔 좀 많이 걸어야겠다 했어요.

올해 마지막같은 가을, 아직은 냉기가 덜 하니 이럴 때 많이 걸어줘야겠다 같은 거.

오래 살아온 동네를 언젠가부터 늘 조심스레 걷는 것 같은 이유는

헤어진 그 사람과 멀지 않은 거리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거의 토박이같은 동네인데...혹시 마주칠까 싶어 뭔가 움츠려들고 참 조심스러워졌어요.

억울하게도 내가 누구보다도 훨씬 더 오래오래 열심히 살아준 동네인데 말이죠..^^


작년 헤어진지 그렇게 안 되었을 때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을때

그 사람이 저를 보고 눈이 이만큼 커져서는 저에게 반가운 듯 다가왔었어요.

마치 어?!안녕하세요, 하듯이.

모르는 척 지나쳐버린 건 저였어요. 저는 너무나 당황했고 황당했으며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리가 무너질 것 같아서

그리고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다가올 수 있나 싶어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척 하면서 싹 지나쳐 버렸어요.

저 유치한 거는 아마 그 사람도 잘 알고 있어서 ...알겠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서로 지나쳤어요.

그 날밤 정말 많이 울면서 어떻게 이러지 ..믿어지지가 않아서 밤새 전화기를 꼬박 바라보면서 긴긴 밤을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은 그 사람이 저를 먼저 스쳐 지나쳐갔어요.

동네에 있는 도심천을 오랜만에 길게길게 걸었는데 누군가 내 앞을 마치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정말 빠르게 스쳐지나가더군요.

바람처럼 휙 그렇게.

뒷 모습을 보고 덜컥 했어요. 아무리 운동복 차림이고 어두운 밤이었지만

그 사람의 뒷모습은 보기만 해도 알아요. 제가 참 좋아했던 모습이거든요. 저를 데려다 줄 때 혹은 거리에서 헤어질 때

저는 그 뒷모습도 그냥 아프고 좋아서 오래오래 바라봤기 때문에 알수 있었어요.

거의 또 1년만이네요.


어 하면서..나를 알아봤구나 싶었어요.

그 빠른 걸음의 의미를 알 수 있었어요.

저도 그 사람이 어떤 의외의 상황이나 돌발적인 일들에 무척 약하고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우린 참.. 똑같네요. 서로가 못난 모습 보일 때 그 사람이 저에게 해 준 말이 기억났어요.


그래도 결국 신호등 앞에서 다시 마주쳤는데

저는 이어폰을 꼽고 폰을 보는 척..그 사람은 굉장히 당황하고 괴로운 옆모습으로

서로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그렇게 서로가 갈 길을 갔습니다.


며칠 전,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화장품을 정리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게시판에 글을 남겼었어요.

소중한 댓글들 주셔서 정말 많이 따뜻했고 힘이 됐고요....

요즘 다시 생각이 정말 많이 났었는데...

그래서인지 어제 꿈에서 뭔가 곤란한 듯한 얼굴로 저를 보던 그 사람 꿈을 꿨나 했는데...

또 이렇게 마주치고 ..아니 다시 그저 스쳐가고 말았네요.


그런데 오늘은 저 되게 괜찮아요.

저라는 사람은 시간이 지난다고 그리움이 작아지는 사람은 아니기에

이 담담함이 시간의 흐름 때문 같진 않아요.

뭐랄까 아직은 정리되지 않는 기분이지만...그냥 뭔가 알 수 있는 기분이 들어요.


안녕. 만나서  반가웠는데...인사하지 못했네요.

여전히 우리는 참 똑같네요.

서로가 그 길에서 마주친.. 언젠가 알았던 사람, 정말 연인이 맞았나 싶은 사람들이지만

.. 만나서 참 반가웠어요. 이제는 그렇게 괴롭지 않아요.

1년 후 다시 우연이 존재해준다면...그 땐 조금은 웃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 신경쓰이는 건...내가 많이 불행해 보이진 않았었으면 하는 거....

하지만 1년마다 차곡차곡 늙어가는 모습 보여주고 싶진 않으니까..우연이라면 그만 우연이여도 좋겠습니다.라는.

그래도 저 다시...열심히 길을 걸을 거예요. 조금은 더 씩씩하게, 그렇게.


IP : 110.47.xxx.18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11.7 2:33 AM (121.138.xxx.41)

    에고...신호등씬은 가슴 쓰려 오네요.
    작년이 헤어진지 얼마 안됐을 떄라면 올해 역시 얼마 안된거나 다름없는데...

    여튼 맘 잘 추스리시길

  • 2.
    '19.11.7 2:50 AM (115.94.xxx.204)

    지난번 화장품 정리글도 봤었네요...
    그 글 읽고 저도 소품정리 했었는데.

    다시 이어질수는 없는건가요?

  • 3. 음..
    '19.11.7 3:15 AM (110.47.xxx.181)

    음..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휙 지나쳐버렸으면 아예 멋있게 사라졌으면 또 좋았을 것을..
    아니죠..그러면 또 이게 긴가민가 싶어 뭔가 너무 서운해서 눈물이 핑 돌았을 텐데
    결국 신호등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모습이..
    그 큰 키로 긴 다리로 휘청휘청 휙휙.. 내가 따라잡을 수도 (오늘 저의 경보실력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이게 제 다리사이즈로 안되는 거더라고요^^)없이 가 버려놓고서..막상 또 거기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서 있는 건..
    (저라는)여자는 너무 무섭게도 그 와중 그걸 다 스캔하고 있고 말이죠..
    ..신호가 참 길었어요. 아마 우리 두 사람..둘 다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나 싶어요.

    만났을 때 서로가 더 이상하게 친해지고 좋았던 이유는..
    어떤 시간과 장소들을 공유하고 있더라고요.
    어, 거기 알아요. 아 거기 살았구나..이렇게요..
    타인이었던 우리는 서로 모르지만 서로 어딘가에서는 어깨를 스쳐갔던 사람들이었구나..만나면서 그런 것에 서로 희한해하고 친근감을 느끼고..그래서 저 솔직히 이렇게 만났으니 헤어지고 싶진 않다, 그런 속으로의 맹세를 했던 사람이였어요.
    주위의 어떤 분들도..얘기해주었어요. 두 사람은 인연같다고.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정작 두 사람은...아마 우린 안 될 거예요.
    그러니 이렇게 되지 않았겠어요....그런데 정말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었기에 그래도 만날 수 있었기에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요. 조금도 미워하지 않아요 저는. 그런 면에서 정말 우린 똑같은 사람들 같아요.
    화장품을 정리했던 거 잘 한 것 같아요.
    굉장히 의식하고 있었거든요. 오늘 다행히 립은 살짝 발랐지만 정녕 맨 얼굴이었기 때문에
    되게 마음이 편했어요. 그 날 마음 정리를 많이 해서 또 그런 것도 같아요.
    우린 아마 안 될 거예요. 그런 면에선 정말 1인치도 물러남이 없는 어떤 사람들.. 이미 우리도 아니지만요..^^

  • 4. ㅁㅁ
    '19.11.7 3:32 AM (114.108.xxx.104)

    힘내세요. 넘 매여있지 마시고 좀 벗어나셔도 될 것 같아요. 정작 그 남자분은 원글님처럼 쓰린 기억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화장품 정리 잘 하셨네요.

  • 5. ...
    '19.11.7 5:22 AM (223.62.xxx.1)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

    https://youtu.be/tit-vl_hB8g

  • 6. ..,
    '19.11.7 5:33 AM (220.85.xxx.239)

    우연히 만난다면 이렇게 하자.., 마음의 준비를 해보곤 했는데
    전혀 마주치지 않네요.
    누군가 그 동네를 떠나면 우연이 없어지겠죠.
    시간이 가고 점점 감정은 옅어지실거에요.
    자연스럽게 추억의 한장을 보내시기 바래요.

  • 7. ...
    '19.11.7 6:18 AM (116.34.xxx.114)

    님은 마음 정리를 했다는데도 행간에서는 그리움이
    넘실넘실...저까지도 마음이 시큰하네요.ㅜ

  • 8. ..
    '19.11.7 7:13 AM (175.117.xxx.158)

    시간이 지나면ᆢ옅어져요

  • 9. 음..
    '19.11.7 9:56 AM (110.47.xxx.181) - 삭제된댓글

    좀 자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려다보니..
    제가 글에 썼던 그 사람에게 문자가 들어와 있네요...
    잘 지냈는지..실례가 아니라면..괜찮으면 만나서 밥 먹자고..얘기하자고..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파요.^^

    좋아해야하는 건가요?
    설레야하는 건가요?
    저는 할 말이 없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할 말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저대로의 계절을 다 견뎌왔는데 ..이런 걸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올려주신 재회라는 곡. 너무 감사합니다. 윤상을 참 좋아해도 다 몰랐던 곡인데...참 좋은 곡이네요.
    오늘 내내 들을 거예요.
    그리고 전 마음의 준비를 많이 했는데 그리고 맨날 시뮬레이션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 이 상황이 제 상황같지 않아요.
    그리움이 현실이 됐을 때 나는 고작 이런 사람이고 그냥 아무 말도 해주고 싶질 않네요...

    정말 하고 싶은.. 말...아세요? 제가 너무 힘들었다는 거.
    우연히 부딪혀서 안부문자..밥 먹자는 말..하나도 반갑지 않다는 거.
    그 사람치고 굉장한 용기라는 거 아는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모르는 걸로 오늘을 지내고 내일도 지내고 그러다 계속 지낼래요. 지금은 그렇습니다..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쉽다는데..전 아마 그냥 별로라서 그런 것 같아요.
    ...참 그리웠는데도 이렇게 할 말이 없고 기쁘지도 않고..그냥 머리아픈 오늘만 생각하고 싶어요.

  • 10. 와..
    '19.11.7 10:24 AM (110.47.xxx.181) - 삭제된댓글

    올려주신 노래 참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종일 들을 것 같아요
    언제나 윤상 좋아했는데..이런 곡이 있는지 또 몰랐어요. 역시 제가 알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좋은 말씀들도 너무 감사해요. 꽉 느껴질 정도로요...

    좀 자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려니 글에 쓴 그 사람에게 들어온 문자가 있네요
    잘 지내냐고..괜찮으면 밥 먹고.. 얘기하자고..

    ..당분간 대답하지 않으려 합니다. 1년마다 한 번씩 우연으로 마주쳐도 저는 지금은 대답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그냥 그런 건 같아요.
    저 쿵 했어야 하죠. 네 물론 그렇죠. 설레이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고.
    저 왜 그럴까요...아무것에도 대답하고 싶지 않아요.
    아마 타이밍이였을지 않을까..좀 더 전이었으면 전 홀가분하게 만나기도 했을 것 같은데..
    1년 후..또다시 이렇게 우연처럼 스치게 만나게 되더라도
    지금은 저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은데..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
    전 좀 오랫동안 혼자 많이 걸어야 할 것 같아요. 전 지금 화가 나 있는 것 같아요...아마도요.
    댓글들 너무 감사했습니다. 정말 힘이 되었어요.

  • 11. 와..
    '19.11.7 10:35 AM (110.47.xxx.181)

    올려주신 노래 참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종일 들을 것 같아요
    언제나 윤상 좋아했는데..이런 곡이 있는지 또 몰랐어요. 역시 제가 알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좋은 말씀들도 너무 감사해요. 꽉 느껴질 정도로요...

    썼다 지웠다 하는데..
    실은 밤 사이 그 사람에게 문자가 들어와 있었어요.
    잘 지내냐고..밥 먹자고..얘기 하자고..

    잘 모르겠어요. 오래 대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원히까지요.
    용기라면 용기내어 줘서 너무 고맙지만
    너무 좋고 너무 설레지만
    저는 그렇게 ..고맙진 만은 않은 것 같애요.
    그냥 누군가 궁금해하실 것 같아 적었어요.
    제 마음을 제가 좀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좀 오래 걷고 걸어야 될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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