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공짜영화 봐야한다며 영감이 부르는 통에..
제가 어디 나가려면 시간이 마~이 걸립니다.
얼굴을 새로 그려야하거든요. 화장전후가 나이 10년을 좌우해요.
바빠서 화장 새로고침 못한 날은 사무실 돌직 담당 직원이..
많이 피곤하시죠? 늙어보이시네요.
성질같아선.. 확.. 뭐라하고 싶은데.. 저의 소중한 간식동맹이라서..
그녀가 없으면 오후4시반... 같이 라면 먹어줄 사람 구하기가 마땅찮거든요.
게다가 처음 동맹 맺을때.. 약조하길.. 배신하면 한달치 식권..
암튼.. 아까 빼먹은 이야기를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씁니다.
저는 교대역에 내려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퍼질러 앉았어요.
전투식량으로 준비한 단호박 인절미와 생수한병에 집에서 굴러다니던 초2개에 종이컵 4개를 같이 온 친구와 나눠서 불을 붙이고요..
led초를 산다산다 하면서도
횃불이냐 촛불이냐를 고민하다가 귀한 일주일을 훌쩍 넘기고.. 훌쩍.. 슬펐으나
대체 가능한 원조 촛불이 있으니 그걸 가져왔죠.
미니멀하죠?ㅎㅎ
문제는 식칼로 뚫어놓은 구멍이 너무 커서 종이컵 2개를 덧댔음에도 촛농이 사정없이 뚝뚝.
왼손 오른손 뜨겁고
친구는 옷에 촛농이..(친구야 미안해.. 내가 뭔들 잘 하겠니.ㅠㅠ)
그와중에 가끔 불 빌리러 오신 분이 있더라고요.
조심스레 다가와 저기.. 불 좀..
그때 느끼는 감정을 뭐라해야할까요?
베푸는 자의 뿌듯함?
불을 나누며 느끼는 연대감?
왜 남자들이 담배불 서로 붙여주며 친해지는지 조금 알겠더라고요.
저희 회사의 최고의 정보통이 바로 담배통신이거든요..
또 이야기가 산으로..ㅠ
갑자기 앞열에서부터 오신분들이 웅성거리면서 일어서더라고요. 뭐지뭐지 하면서 다들 일어났지만 5분후 그냥 다리가 아파 일어난거란 결론을 내리고 모두 다시 착석..ㅋㅋㅋ
지루하고 답답할만도 한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자체조달로.. 알아서 구호 외치기..
완전 빈손으로요.ㅋㅋ
종이팻말이 다 바닥이 나서 얼마 귀하던지요. 백에 하나.. 갖고 계셨을까요?ㅎㅎ
지난번에 반납한게 무척 아쉬웠어요.
이런저런 구호들 가운데 새로운 구호가 나왔어요.
문재인을 지켜내자.
왜 갑자기 대통령 호출? 하면서도 달님이야 항상 지켜드려야지 하면서 또 열심히..
나중에 보니 악질적인 맨트들 때문에 저기 위에서부터 내려온 구호였더군요.ㅜㅠ
지방으로 결혼식 다녀온 친구가 합류하고 우리는 본진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이때까지도 전 여기가 어딘지..ㅠ
방향감각이 정말 없어요.
한손엔 촛불.. 다른 한 손엔 추석때 받은 조미김세트 박스 껍데기..
부산언니들이 뭐라 할만도 하죠.. 주렁주렁 촛불에 종이박스까지.
왠지 어디선가 협찬이 들어올것같아.. 등산방석 사는 건 좀 참기로하고
김 꺼내고 박스 접어 왔는데 널찍하고 푹신한게 딱이에요. 친구는 어이없어하고..
앉아있을땐 좋더니 이동할땐 쪼매 무거웠어요.ㅎㅎ
본류에서 내려오신 분들이
위로 가면 태극기애들이 있다며(지못미 태극기) 기분 잡치니 가지 마시라했지만
그래도 본 무대가 어떤지 보고싶더라고요.
그리고 꾸역꾸역
촛불과 박스떼기를 들고 올라갔어요. 교회가 보이는 곳 까지 겨우겨우 오고
중간에 친구 잃어버리고..ㅋㅋ
그리고 무대 뒤에 도착했는데
대형 태극기와 무대가 하나 있고
왠 미친놈이.. 별 상스런 말을 다하고
문재인 어쩌구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촛불드신 분들이
문재인 최고
문재인 사랑해를 외쳐주셨어요.
웃기면서도 짜증나는 상황에
본부에서도 신경 좀 써줬으면 했는데..
그때.. 경찰청 벽에 레이저로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이번엔 지켜내자
찬찬히 빛으로 경찰청 벽에 글씨가 새겨지는데..
짜증났던 마음이 진정이 되면서..
여유가 생기면서..
아놔/// 천재 아닌가요? 이 분?
피로와 짜증이 한 순간에 다 씻겨지는 기분이었어요.
돌아가는 길..
골목에서 서명 구걸하는 그ㅡ 분들을 만났어요.
전 정말 조신하고 부끄럼 많은 아짐이라서..
조심스레 말했어요.
어디다 숟가락을 얹어요?
했더니..
숟가라? 이럼서 갈라치기를 하면 어쩌구 저쩌구..
길게 말 섞고 싶지 않아서
그냥 꺼저요.. 딱 3번 말하고 나왔어요.
작년봄부터 아니 재 작년부터 이유없이 몸도 마음도 아팠었어요.
이것저것 다 해보고
미니멀리즘 실천한다고 물건도 싹 버리고
마음공부도 하고
명상도 하고
다 했는데 근원적인 외로움..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러데 2번의 집회 참석 후
내 안에 있던 실체가 불분명한 잡스런 고민들 대신
고민할 가치가 있는 실존의 분노가 또렷하게 자리잡고 있어요.
내면의 힘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같은게 생겨난 것 같아요.
어려운 말로 자기효능감일지도 모르겠네요.
알수없는 미래와
답이 없는 내 마음의 흔들림은 그냥 접어두고
현실에 집중.
변화의 참여자로 내가 있다는 것.
제 마음에도 치유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에크하르트 툴레님이 지금 여기에 살으라고 하셨는데
딱 그거더라고요.
마무리를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담주엔 친구는 방석 2개
한 친구는 엘이디촛불
전 간식 담당..
어쩌다보니 10년만에 만난 친구들과 촛불 동맹을 맺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