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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이연주 변호사님의 검찰 내부 이야기

맑은햇살 조회수 : 807
작성일 : 2019-09-27 11:53:21
한동안 뜸하셔서 궁금했는데 오늘 글을 또 올려주셨네요!
검사시절 겪었던 일들을 페북에 자주 올리셔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셨지요. 일독을 권합니다.

검찰이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는지 에휴……
https://www.facebook.com/100001982325673/posts/2528448647231188/
좋아하는 시가 있습니다. 천둥이라는 제목의 “너는 너의 인생을 읽어보았느냐.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어보았느냐”는 짧은 시입니다. 최근 김홍영 검사의 죽음과 관련해서 모 방송국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돌아오는 길에 줄곧 그 시를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 “시그널”에서처럼 내가 그 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 덜어졌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져서 입니다.

그 시절 가슴에 돌이 얹힌 듯이, 공중을 유영하는 듯이 두려움과 막막함, 불안감이 압도했습니다.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이런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순간에 검사의 위계질서가 파악된 것은 그 해 봄의 일입니다. 임신한 여검사를 생각한답시고 임관한 직후인 초임 여검사 셋을 불러다놓고 시체를 보고 부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변사체 검시를 대신 가라고 하는 선배검사에게 저희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임신한 여검사를 위한 배려는 청 전체에서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 임신과 출산은 세대를 이어가는 사회적 기능을 하는 건데 여성이 도맡아야 하는 여성만의 천형인 것처럼 여검사에게 맡기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우리 셋은 지극히 합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말은 “이 못돼 처먹은 가시내들. 이기적인 새끼들”이었습니다. 그는 후배를 위해 제안한 의견이 거부당한 분노에만 압도되어 있었고, 우리들의 생각은 그저 이기적이고 못된 발상일 뿐이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배려를 당한 그 검사도 저희에게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자기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데, 쓸데없는 고려를 하여 조직에 쓸모없는 사람취급을 하냐면서. 노여움은 항상 약한 우리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공판검사실에 있던 그 제안을 한 청 수석 검사는 저 멀리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선배에게는 감히 항의하지 못하고 우리들에게 못돼 처먹은 분노를 발산하던 그 검사는 검찰조직의 말 잘 듣는 어린 양이 되어 2016년 김수남 검찰총장 앞에서 아동만화영화 주제가에 맞춰 앙증맞은 율동을 추고, 2017년 소속 검찰청의 차장검사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자 앞장서서 진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언론에 누가 제보했는지를 색출하고, 보도한 기자에게 “저희 차장검사님 너무나 좋은 분이신데, 오해가 있었을 뿐입니다”라는 해명전화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제보자 색출에 쫄린 피해 여검사들은 서로 색출전을 벌이고, 종국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받겠다고 나섰다고 하니 이게 실화냐 방화냐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 때는 아직 성희롱이란 말이 발명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잠들 때 아침이 어김없이 올 것이란 사실이 두렵고, 검사장실에 검사장이 있다는 재실 등이 켜져 있으면 혹시 부를까봐 가슴이 불안하게 뛰고, 이런 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2012년 그 전직 검사장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을 보고 할 수 있는 한껏 비아냥을 날려주었습니다.

지역의 변호사가 룸살롱에서 검사들을 접대했을 때, 눈 앞에서 검사들이 유흥접객원을 희롱하는 것을 보며 저 검사들이 검찰청에서 여직원이나 여검사들을 볼 때 과연 다르게 볼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싫다는 자리에 데려가 놓고서는 나중에는 흥건하게 노는 데 방해가 되었는지 분위기도 모르고 남아있다고 구박을 주었습니다.

하급자의 의사 따위는 묻을 것도 없었고 감정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거칠 것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읽고 거스르지 않도록 무한의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압도하던 불안과 두려움, 가슴 한 켠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회피하고 회피해서 돌아온 길은 한 젋은 검사의 죽음과 무죄를 무죄라고 했다고 징계를 받은 다른 검사, 성추행 피해를 언론에 알렸다고 만신창이가 된 다른 한 검사입니다.

저의 인생을 읽어보고 부끄러워 남기는 글입니다. 검찰이 외부의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써만 정의과 옳음이라는 자리를 선점하지 않고, 그 내부에서부터 옳음을 찾았으면 합니다.
IP : 175.223.xxx.8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검찰개혁
    '19.9.27 11:54 AM (14.45.xxx.221)

    더러워도 너무 더러운 집단이네요

  • 2. ...
    '19.9.27 11:56 AM (116.123.xxx.17) - 삭제된댓글

    끔직한 집단이네요. 이제까지 저런자들이 국민을 정의의 이름으로 판단하다고 수사했다니...어이가 없을뿐이에요

  • 3. 11
    '19.9.27 12:01 PM (121.163.xxx.85)

    진짜 미친조직이야 저긴

  • 4.
    '19.9.27 12:02 PM (61.84.xxx.134) - 삭제된댓글

    유구무언이군요.
    진짜 뭐라 말을 꺼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말문이 막히게 하는 너무 더럽고 추악한 검찰의 세계네요.

    과연 저정도로 썩어빠진 검찰이 개혁이 되긴 할건지..
    심히 의문이 되고 자괴감이 듭니다.

    남아있는 살이 하나도 없이 뼈만 앙상해질 지라도 저 썩은것을 싹 다 도려냈으면 좋겠네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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