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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전직 검사가 페북에 쓴 글

Missy 조회수 : 3,259
작성일 : 2019-09-26 08:51:12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내가 검사로 임관한지 5개월쯤 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17세의 가출소녀가 절도죄로 구속된 사건이 나에게 배당되었다. 그 전날 당직검사가 구속시킨 모양이었는데, 그 소녀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였고 게다가 임신한 상태였다. 

노숙을 하는 그 아이는 따뜻한 밥 한끼와 잠자리를 준다는 약속이면 누구든지 따라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글로 배웠고, 피의자에 대한 태도로 배운 것은 사법연수원 검찰실무 교재의 여러 결정문 예에 나와 있는 “피의자의 장래를 엄히 훈계하고”가 다였다. 내가 어리석다지만, 배고픔과 추위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는 그 아이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훈계를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왜 집을 나왔는지, 지금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그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이상 그 아이의 가망없는 상황을 내 걱정의 리스트에 더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였다. 

글로 배우지 못한 상황은 그 외에도 많았다. 

검사장은 자신의 관사 주소를 적어주며 나에게 그 곳으로 퇴근 후 찾아오라고 하거나 단둘이 등산을 가자고 했고, 일요일날 호텔 일식당에서 식사를 하자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차장 검사는 자신의 방에 불러서 특정사건의 기소유예를 지시하는 자리에서 그 사건의 청탁을 하는 스폰서와 전화통화를 했다. “네 제가 지금 불러서 잘 시켜두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요”라고. 

부장검사는 점심식사 자리에서 한때 나이트클럽의 사장이 소개시켜준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와 함께 통영여행을 간 이야기를 했다. 지역유지로부터 호화요트를 빌려서 다녀온 여행이라고 했다. 그 요트 위에서 자신이 오일을 발라주던 아가씨의 탄력있고 날씬한 몸과 매끄러운 피부에 대해서 상세히도 묘사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부장검사는 또 내가 구속하라고 지시를 내린 사건의 기록이 부장실로 올라갔을 때 내가 서명날인한 지휘명령서 부분을 없애고 자신이 만든 “불구속” 지시로 바꾸었다. 그런 다음 나를 전화로 불러 서명, 날인을 하고 가라고 지시했다. 그 사건은 고위공직자의 동생이 저지른 음주뺑소니 사건이었고, 음주운전적발이 3회째였다. 삼진아웃제에 따라 음주운전만으로도 구속되는 게 원칙이었는데, 거기에 더하여 인명사고 후 도주까지 한 피의자에 대하여 부장은 불구속결정을 했다.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는 모두 타인을 처벌하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법률의 적용과 집행은 외부를 향한 것이지, 그들은 거기에서 제외되고 법을 벗어나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우울감에 시달렸고 출근하는 것이 두려웠다. 현실을 생각하고 느끼면 혼란스럽고 불안해져 마치 내가 딛고 있던 땅이 조금씩 침식되어 깎여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나는 뿌리로부터 물과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는 고목처럼 안으로부터 메말라갔고 현실을 살아가는 감각을 잃어버렸다. 마치 내 영혼이 공중 어딘가를 부유하며 허깨비로 살아가는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검찰을 떠났고 시간은 흘러 김홍영 검사가 자살을 했다. 나보다 몇배는 더 고통스럽고 더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었을 것을 짐작하고 가슴이 아렸다. 위의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는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다. 나에게는 세상을 욕할 자격이 없었다. 나에게 침묵의 죄를 물어야 할 뿐. 

그런데 나에게 더 깊은 절망은 그 후에 찾아왔다. 공익의 개념이라고는 전혀 없는 욕망덩어리의 천박한 권력자에게 부역한 혐의를 받고 있던 검찰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이다. 

검사들은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검사가 쓴, 베스트셀러가 된 어느 책에서 그 검사는 “내가 검찰에 들어온 뒤 이 조직은 늘 추문과 사고에 휩싸였다. 그때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일신하겠다는 발표를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깎을 뼈도 없는 연체동물이 된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을 접할 때마다 늘 죄인처럼 지냈지만, 추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왜 싸잡아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적었다. 저 검사는 침묵한 죄와 행동하지 않은 죄를 각성하지 못하고 저렇게 가볍게 보는구나 싶었다.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은 법원에 접수시킨 압수수색영장을 변호사의 영장기각 청탁을 받고 법원으로부터 회수하고서는 보관본의 차장 날인을 수정액으로 지운 다음 결재 중이었는데 직원이 실수로 접수시켰다는 거짓말을 하고, 국회의원의 채용청탁비리를 봐주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다.  

죄의 무게를 다는 그들의 저울은 고장났다. 17세의 가출소녀를 구속하고 자신의 스폰서와 고위공직자의 동생은 봐주던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마음이 시리고 아팠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들에게 사람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그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처벌하게 하는 게 옳은지를 아프게 나에게 물었다.
IP : 68.62.xxx.22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피꺼솟
    '19.9.26 8:55 AM (14.40.xxx.77)

    100명 중 이런 놈 한 명만 있어도 썩은 곳이다
    읽다가 혈압 올라 쓰러지는 줄

  • 2. 이런 검사
    '19.9.26 8:57 AM (59.27.xxx.47)

    평검사가 바닥에 있는거죠
    아니면 나가든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검찰에 뭐라고 하는 여성 검사들은 정말 소수 인거고

  • 3. .......
    '19.9.26 8:58 AM (175.223.xxx.105)

    명문입니다.

  • 4. ㅇㅇ
    '19.9.26 9:03 AM (182.224.xxx.119)

    이렇게 법 위에서 법을 농락하고 주무르는 짓을 더이상 못하게 될까봐 조국을 그렇게 반대하는 거고 발악하는 거겠죠. 영화 더 킹은 오히려 검찰을 미화시킨 듯.

  • 5. ..
    '19.9.26 9:04 AM (58.182.xxx.200)

    아...저러니 정의로운 사람들은 결국 버틸수가 없지요..저들은 자정능력을 읽었어요 그러니 이제 우리가 청소해줄수밖에 없어요

  • 6. ..
    '19.9.26 9:05 AM (58.182.xxx.200)

    이글이 널리널리 퍼지면 좋겠네요. 부드럽게 잘 읽혀요

  • 7. 그니까
    '19.9.26 9:07 AM (116.125.xxx.203)

    지들 꼴리는것만 수사했고 봐주고 조작이 일상였네

  • 8. 영화보다
    '19.9.26 9:08 AM (183.105.xxx.74)

    더한 현실이군요.
    조국 장관님이 평검사들과의 대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짐작이 갑니다.

  • 9. ㅠㅠ
    '19.9.26 9:08 AM (175.192.xxx.19)

    대한민국 유일한 치외법권 검찰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네요

  • 10. ...
    '19.9.26 9:11 AM (108.41.xxx.160)

    감사합니다.

  • 11. 그냥추잡한인간
    '19.9.26 9:14 AM (112.152.xxx.131)

    어떤 말로도 그들을 옹호할 수 없는 단계,,그 싯점에 온 것입니다.
    작금의 검찰개혁플랜은 결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까지 온 것 아닌가요???
    머리좋아 점수 잘 받아 저런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인간 이하의 짓들을 서슴없이 벌리면서 그들만의 카르텔을 너무나 견고하게
    엮어가고 있는 것입니다......이 사회의 지도층 그들만이 엮어놓은 관계와관계를
    철통같이 이어가며 일반인들을 정말 개돼지 취급하며 살아가는 그들,,,,,,,,,,
    문통이 있을 때 조국이 있을 때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하는 너무나 명확한 사실입니다.
    여기 오시는 조국반대자분들..........제발 정신 좀 차리고 힘을 모아봅시다.
    당신들이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좋은제도를 만들어 모두가 평안한 삶을 이루어 가자는 현 정권의 뜻이 당신들에겐 그렇게 나쁜 건가요??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그 무지가 너무나 서글픕니다..

  • 12. ㅠㅠ
    '19.9.26 9:16 AM (49.172.xxx.114)

    이런 분들은 적응도 어렵고
    검찰내 승진도 어렵겠네요 ㅠㅠ

  • 13. 맑은햇살
    '19.9.26 9:18 AM (222.120.xxx.56)

    이 분 저랑 페친이신 변호사님이신데 검찰의 부조리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알려오신 분이죠.
    그땐 읽으면서 참 답이없다라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었었는데 지금 이렇게 들불처럼 개혁에 대한 바람이 일어나니 검찰개혁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이 나서서 이번에 꼭 검찰개혁 또는 검찰을 해체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14. 검찰이
    '19.9.26 9:20 AM (180.67.xxx.207)

    검찰이 썪었다는건 누구나 알면서도
    쉽사리 손을 못대는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아닌가요?
    검찰개혁을 왜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이런 비리도 눈감는게 좋다는 암묵적 동의인가요?

  • 15. ㅇㅇ
    '19.9.26 9:20 AM (180.230.xxx.96)

    이런세계에 정의를 바라는것자체가 무의미 한거였네요
    정의로운자는 떠나고 .. ㅎ

  • 16. ㄴㄷㅉ
    '19.9.26 9:26 AM (175.114.xxx.153)

    썩머빠진 집단

  • 17.
    '19.9.26 9:28 AM (14.39.xxx.52)

    저도 이 분이랑 페친입니다.
    다른 글들도 읽어 보세요.
    정말 어마어마하게 썩은 집단이예요.

  • 18. 점넷
    '19.9.26 9:29 AM (219.250.xxx.111)

    영화나 드리마 보면서 100%현실반영은 아니겠지 싶었는데 현실이 더 양아치스러웠네요

  • 19. 검찰개혁의 이유
    '19.9.26 9:32 AM (221.140.xxx.168)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854587

  • 20. 뻔한 얘기네요
    '19.9.26 9:34 AM (175.194.xxx.191) - 삭제된댓글

    사법고시 출신들은 애초부터
    인맥을 이용해 출세해서 더러운짓 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

    2심 유죄를 받고도
    저렇게 ㅈㅁ이가 당당한거겠지.

  • 21. ..
    '19.9.26 9:35 AM (118.32.xxx.104) - 삭제된댓글

    썩을만큼 아니 그 이상 썩어빠진것들.

  • 22. ...
    '19.9.26 9:39 AM (223.62.xxx.168)

    이분 페이스북 좀 알려주세요. 글중에서는 찾을수가 없네요.

  • 23. ...
    '19.9.26 11:30 AM (211.55.xxx.12)

    https://m.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2001785956564129&id=1000019823...

  • 24. ...
    '19.9.26 12:00 PM (223.62.xxx.249)

    주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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