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너무 실망이 커서 이혼하자고 했어요.
그러자고 하더군요.
법원에 협의이혼 서류냈는데 애들이 모두 성인이라서 원래 1달이면 되는 것을
남편 일정 때문에 기일은 10월 중순으로 잡혔네요.
돌이켜보면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혼이 이렇게 쉬운 것을
뭣 때문에 힘들게 살면서 참았는지 모르겠네요.
가장으로 살면서 헌신과 희생한 세월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요즘 하루하루 가는 것이 너무 더디고
퇴근할 때 집을 향하는 발이 천근만근..
남편은 그대로 안방침대에서 자고 저는 거실에서 자고 있어요.
어쨌건 이렇게 마음이 정리되었는데도 한집에 사는 것이 답답해요.
제가 제 명의로 강남 아파트를 사둔게 있어서
지금 집은 어차피 팔거였어요.
공인중개사에 내놓기는 했는데 이게 언제 팔릴지 모르겠네요.
지금 집도 3/4 이상이 제 돈이기는 하지만 집이 팔릴때까지 그대로 사는 것도 싫어서요.
우선 제가 별거부터 하려고 전세들어갈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강남 아파트 사면서 총알을 다 써서 현금이 별로 없어요.
주식으로 넣어둔 돈을 찾자니 지금 너무 하락해서 좀 아깝고요.
하는수 없이 대출을 알아보니
대출 나오는 금액에 7천만원만 더 보태면 제가 가려는 곳의 전세가 되네요.
공인중개사 수수료에 이사하느라 돈 쓰고 하면 조금 더 들겠죠 뭐.
무엇보다 문제는 둘이 살던 집에서 제 살림을 빼는 것인데
냉장고, 세탁기.. 이런건 나도 필요하지만 남편도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그것 외에도 김치냉장고, 제습기,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LG 코드제로.. 등등등..어떻게 하나 싶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살림이니 뭐니 다 제가 번 돈으로 산거에요.
남편 돈은 정말 들어간게 없어요.
제 짐만 빼서 나가는 것이니 침대와 식탁등은 남편 쓰게 두고 와야 할거 같네요.
있는 짐에서 꼭 필요한 거 제외하곤 버리고 기부하고 하더라도
애들 추억이 서린 물건들, 결혼사진첩.. 이런건 참 버리기도 그렇고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물건도 하나하나 다 나누는 거 상의해야 하는지..
절차가 참 지난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