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승리하여 기쁨에 춤추는 자여
더불어 얻어먹는 자 그때뿐인 걸
단지 ‘일장춘몽’일세.
위대한 일본!
한때 모든 것을 잃고 이 땅을 떠난다 하더라도
보라! 다음 시대를.
‘권토중래’하여
너희들이 땅에 엎드려 우리들에게
애걸하게 될 것이니라.
역사를 보라!
동쪽으로 서쪽으로 좋다고 춤추는 독립이란
모두 다 이런 뜻이니라.
가련한 자여 너의 이름은 ‘여보’이니라”
1946년 8월께 경남신문의 전신인 남선신문에 보도됐던 기사 중 일부이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한 일본인이 본국으로 가기 전 전라도 목포의 한 여인숙 벽에 써 놓은 내용을 기사화한 것이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김연호(87·남해군 창선면)씨는 경남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그는 한동안 이 기사를 잊고 살았는데 최근 일본의 경제적 보복 뉴스를 접하다 보니 문득 이 기사가 생각나 신문사에 연락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글에 대해 “보통 문장이 아니다. 딱 봐도 지식인이 쓴 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 대해 비하하는 부분이 충격으로 와닿아 머릿속으로 외웠다. 광복절이 되면 그렇게 외운 문장을 늘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생각보다 내용이 심각하고, 잘 만들어졌다. 우리 민족을 무시하고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이어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문장 중 ‘여보’라는 내용을 가려켜, 우리 국민을 지칭한 내용이라고 했다. 전라도에서는 사람을 가리켜 ‘여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뉴스를 볼 때 뭔가 이 문장과 뜻이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언젠가는 권토중래한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의 경제적인 보복·전쟁 상황과 딱 맞아떨어져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 한번 이야기해봐야겠다고 고민한 끝에 연락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글에 대해 “일본 사람의 근성이 그대로 나타난 글이다.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과 중국인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우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