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엄마의 치매 전조 증상(길어요)

외동딸 조회수 : 6,117
작성일 : 2019-07-28 18:59:16
엄마가 치매 판정 받으셨어요. 혈관성 치매래요. 80대인 엄마 아빠 두븐이 사셔서 생활의 블편함과 노화를 잘 구분하지 못했네요.
저는 지방에 살아서 자주 뵙지는 못하고 통화만 거의 매일 했구요. 엄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이고 주는 게 복이다라고 작은 거라도 베풀며 사셨어요. 딸인 저에게는 엄하고 냉정한 엄마였지만요. 늘 사람들 눈에 모자라지 않게 살라고 하셨고, 엄마 뜻대로 살길 원하셨어요. 제가 그리 순종적인 딸이 아니라 10대 20대에는 갈등이 컸어요. 결혼도 제가 원하는 사람과 힘들게 했구요.
그러면서 엄마의 강한 고집에 전 좀 질려서 살았어요. 당신의 생각과 다르면 무시하거나 신앙의 강요로 지치기도 했구요. 그러면서 과거의 아빠의 사업실패나 부동산 투자의 실패, 일방적인 결혼생활에 대한 후회 분노 등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그 세세한 기억력이 대단하다 싶었네요.
십몇년 전부터 각방을 쓰시면서 온집안을 좋아하는 장식품을 가득 늘어놓고 방을 어지르셨어요. 신문을 절대 못버리게 몇달치씩 방에 쌓아두고 아무것도 못버리게 하셨어요. 샴푸도 열몇개였구요. 식용유도 서너개... 혹시 뭐라도 버림 내 살림에 손댔다고 불같이 화내고... 아빠도 두손두발 다 드셨어요.
가스불 잊어먹는 건 예사고... 냉장고 여러대엔 음식이 가득하고... 우울증인가 싶어 병원에 겨우 모셔갔는데 한달 약 드시곤 더 가지 않으셨어요.
옷은 바리바리 보이지도 않게 보자기에 수십개씩 포개서 쌓고... 다 입고 쓸 거라 하고 키우는 화분도 수십개. 쓰자면 끝이 없어요. 후각이 둔해져서 집에서 냄새가 나도 잘 모르셨네요.
그러다 평수를 줄여 이사 후 청력도 안좋아져서 집에 계시는 시간이 계속됐어요. 그사이 큰 수술도 받으셨구요.
지금은 그 강한 성격이 많이 사라지셨어요. 그렇게 저의 젊은 날은 엄마와의 갈등, 일방적인 간섭과 훈계, 모자람에 대한 질타와 무시로 힘들었네요.
형제가 없어서 사랑받고 존중받지 못한다는 외로움도 컸어요. 아빠는 바쁘시고 방조하는 쪽이었구요. 남편은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라 이런 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두분께 최선을 다했어요.
손주들에게도 일방적인 사랑을 주시는 걸 보며... 정말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르시는구나 했지요.
지금은 제가 잘되서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사시네요. 그런데 한번씩 예전일이 서운해서 엄마에게 따진적도 있어요. 엄만 기억못하시죠. 그래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생각하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 치매시래요.
그러면서 그 어지름이, 불같은 화가, 과거에의 집착이, 치매로 인한 변화였던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또 울어요. 엄마의 성격탓만 하고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걸요. 그 아팠던 시간과 원망을 어떡해야하나요. 치매의 전조증상이었다면, 그때 더 좋은 마음으로 지낼수도 있었을텐데... 왜 치매가 올수도 있을거란 생각은 못했는지 많이 안타까워요.

IP : 112.165.xxx.2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9.7.28 7:15 PM (222.97.xxx.75) - 삭제된댓글

    알아차린다 한들
    엄마를 어찌약으로치료 하실수있었겠어요
    엄마가 완강히 거부했겠죠
    그럼또다른 고통이 옵니다
    지나간 시간을 기억해서 괴롭게 살지마시고
    이제앞으로의 시간만 잘사시먼 됩니다

  • 2. 앞으로
    '19.7.28 7:22 PM (125.178.xxx.135)

    잘 하시면 돼요.
    안타까운 맘이 글에서 절절하게 느껴지네요.
    그게 모녀지간이죠.

  • 3. 후회
    '19.7.28 7:34 PM (221.150.xxx.134)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 보면 후회는 늘 있지요.
    후회보다는 앞을 보고 살아야 하겠지요.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집안 사정을 봤을때는 재가 요양보호사 보다는 주야간보호를 이용하여 아버님도 어머님도 숨통을 틀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듯 합니다~
    주말에는 집에서 1시간이라도 색칠하기나 글쓰기 퍼슬 마추기등 하면 좋겠죠

  • 4. 어차피
    '19.7.28 9:09 PM (211.248.xxx.147)

    막지못해요. 받아들이고 지금 최선을 다하면 되요. 그런데 그 최선이 님과 님의 가정을 희생하는게 아니라 양쪽이 다 유지되는 최선이요. 우선 등급받아서 요양보호사를 시간제라도 쓰세요.

  • 5. ....
    '19.7.28 9:29 PM (122.58.xxx.122)

    기어이 올것이 오는거지요.
    자책마세요.
    생로병사 누군들 피해갈수있나요.
    남은 기간 원글님이 할수있는 만큼만 해도 충분해요.

  • 6. ..
    '19.7.29 2:18 AM (116.36.xxx.184)

    저희 엄마..73이신데 치매 직전 단계세요. 경도인지라고 하는데 그냥 치매증상이네요ㅜㅜ 빨리 발견한다고 한건데 벌써 성격 바뀌셔서 친했던 사람들과 사소한문제로 등돌리고 가끔 이상한 소리, 과거집착 돈얘기 하시네요. 길도 몇번 헤메시고요. 친정아빠가 현재 모든 부담 지고있어 죄송스럽고 걱정됩니다. 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0787 검찰개혁 하라고 그겨울에 집회참석했음 푸른당 00:03:56 38
1800786 결괏값, 최솟값, 최댓값 - 이거 다 사용하세요? 맞춤법 00:03:35 29
1800785 여당 내에선 당원까지 동원해 수정을 압박하고?? ㅇㅇ 00:00:14 59
1800784 리박스쿨 때려잡겠다던 한준호 근황 9 기회주의자 2026/03/07 280
1800783 검찰개혁 안하면 5 으악 2026/03/07 163
1800782 한동훈 페북 - 온천천 부산대역전 연설문 전문 3 ㅇㅇ 2026/03/07 230
1800781 가장 슬픈 동요 5 제 기준 2026/03/07 546
1800780 신점에 흥미가 생겼었는데요. 2 ..... 2026/03/07 316
1800779 Capcut탈퇴 하는 법? ? 1 CAPCUT.. 2026/03/07 216
1800778 김어준씨 26 2026/03/07 850
1800777 폐경후 건조증생긴후 성교통이 생겼는데 방법있을까요? 7 ㅅㄷㅈㄷㄴㄱ.. 2026/03/07 793
1800776 정해연 작가 소설 추천해주세요 1 ㅇㅇ 2026/03/07 194
1800775 미인들에게 궁금한거 5 2026/03/07 569
1800774 언더커버 미스홍, 넷플에 언제 3 언제? 2026/03/07 855
1800773 자존감 낮은 한심한 남편... 왜골랐을까 11 골프치고와서.. 2026/03/07 1,100
1800772 모두의 대통령? 16 .. 2026/03/07 618
1800771 총리 이하 경질이 답이다 9 결국 2026/03/07 647
1800770 뒤늦게 사우나의 매력에 빠졌어요 6 ㅇㅇ 2026/03/07 1,244
1800769 검찰 개혁 10 .. 2026/03/07 529
1800768 정말 이런가요? @@ 2026/03/07 378
1800767 한일전 오타니 봤나요?? 6 슺ㄹㄱㄴ 2026/03/07 2,183
1800766 월간남친 지수 진짜 이쁘네 4 .. 2026/03/07 1,457
1800765 이재명 "정치인 믿지 말라. 이재명도 믿지 말라&quo.. 22 명언이네.... 2026/03/07 1,656
1800764 공약1호 검찰개혁 안하고 저 악법으로 통과될 시 걱정되는 것은 10 대통령 2026/03/07 543
1800763 총리실검찰개혁추진단 "상반기 중 형소법 개정 정부안 마.. 4 ㅇㅇ 2026/03/07 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