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족 일로 여러가지 쌓인게 많아서 어려서부터 마음고생이 심했고
저 혼자서 모든 걸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되었어요.
결혼도 친정에서 극구 반대했지만
저는 어차피 친정가족은 없느니만 못한 사람들로 여겼기에 강행했고요.
제가 살고자 하니 길이 열렸는지
정말 극빈에서 한계단 한계단 올라와서 지금은 여유있게 살고 있어요.
신혼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박봉이고 제가 가장이구요.
애 낳는 날까지 일하고 애 낳고 몸조리도 못하고 바로 다시 일을 계속했어요.
졸업 후 미혼때부터 하던 일을 여태 한시도 쉰 적이 없네요.
오랜 세월동안 시댁은 인간말종의 집합체여서
자기들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제게 갖은 학대와 멸시, 조롱..
뭔 일로 오해를 하더니만 다짜고짜 쌍욕 메들리를 제게 십여분 퍼붓던 사건 이후 제가 시가에 발을 끊었었어요.
지금은 불가피할 때만 얼굴 보고 살고요.
시가는길에 나 앉을 형편이라 우리가 부양하고 있어요
실질적으로는 제가 한거죠. 남편의 벌이는 별로라서요.
다행히 고생만 하고 산 제게도 복은 있어서 자식들이 정말 잘 되었는데요.
애 키우는 것도 시가도 친정도 도와줄 마음도 없었고 상황도 아니어서
제가 가장으로 일하면서 애들을 도우미 손에 키우면서
애들 어릴땐 밤이면 엄마만 찾는 애들 양쪽에 누이고 자면서 너무 힘들어 울면서 살았어요.
솔직히 애들 아빠는 육아도 도와준거 없었어요.
애들이 커나가면서 철도 일찍 들어서 저를 많이 이해하고 도와주면서
공부도 사교육도 없이 혼자 알아서 잘해서 극상이었고, 학교도 잘 갔고,자기 진로 알아서 개척하고
애들이 공부만 잘 하는게 아니고 성실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집안 일도 잘 돕고 정말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애들이예요.
제가 평생 고생한게 다 자식복으로 보상 받은거라고 생각하고 늘 고맙게 여깁니다.
둘째가 전액장학금으로 대학원 다니는데 지금 논문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는 상태예요.
얘가 스트레스 받으면 손톱끝을 잘근잘근 깨무는 버릇이 있는데
남편이 그거 보기 싫다고 해서 제가 오죽 힘들면 다 큰애가 그러겠냐고,
이미 애가 스트레스 받고 있으니 우리라도 그런거 지적하지 말고 좀 편히 해주자고 하고 있었어요.
며칠 전에 남편이 둘째에게
다 큰 애가 그런 버릇하나 못 고친다고 막 큰 소리 내면서
그건 마약하는거나 다름없다나요...
넌 내내 그렇게 손이나 물어 뜯으면서 살라고 화를 내더라고요.
제가 그게 뭐 그리 큰 일이라고,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는 애한테 왜 그러느냐고 하고
애는 울면서 자기 방에 갔고요.
남편에게 제가 당신 입장에서는 애 손톱 무는 버릇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거지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얘가 그걸 받아들이겠냐고..
얘가 여태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냐고,
특히나 지금은 애가 너무 힘든 상태니까 집에서만이라도 마음이 편하도록 해줘야 하니
우리가 애 마음을 다독이고 무조건 모든 것을 수용하고
손톱 때문에 애를 다그칠 때가 아니라고 차근차근 설명을 하니
남편이 자기도 애가 그러는 걸 보는 것만도 괴로워서 못 참고 그랬다고
머리가 돌은 모양이라고 하고 아이에게 사과했어요.
그날 일은 그런대로 남편도 아이에게 사과했고 아이도 겉보기엔 덤덤해보이지만
의외로 제가 지금까지 화가 가시지 않아요.
제가 가장으로 피땀흘려 가정을 일구는 동안
시댁 사람들이 제게 그렇게 모질고 악랄하게 하도록 남편이 방치했던거 생각이 나면서
내가 그렇게 참고 산 결과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이 아이에게 막말 했고
이건 내가 시댁 사람들 때문에 갖은 욕 들은 상황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참고 산 결과가 너무 허탈하고
시댁 사람들과 남편은 결국 한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남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막말 해대는거 아주 똑같아요.
어제 저녁에 남편에게
당신이 둘째에게만 사과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어요.
내가 긴 세월동안 인내하고 헌신한 결과
당신은 조그만치도 변한 거 없고
우리 애가 당신에게 그런 대접을 받게 된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요.
자식 귀한 줄 알아야 하는데,
이렇게 성실하고 착하고 똑똑한 자식 둔거 고마워 하기는 커녕
손톱 무는 버릇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마약과 같다고 막말을 하냐고 그랬어요.
당신이 내가 그렇게 힘들게 살 동안,
시댁에서 나를 그렇게 괴롭혀서 내가 마음이 아픈 것에 전혀 공감을 못하더니
이제 둘째가 힘든 시기에 공감을 못하고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주는거 보니
당신이 나를 힘들게 한것과 똑같이 애들도 힘들게 한다고요.
당신이 내게도 사과해야 한다고 했더니만
남편이 자기는 둘째에게는 잘못했으니 사과했지만 내게는 사과할 이유가 없대요.
제가 제 삶을 배반한거 같습니다.
모진 세월 제가 참고 또 참은 결과
이토록 머저리 같은 사람을 남편으로 삼아서
이렇게 못난 사람을 우리 애들에게 아빠로 둔거 같아서요.
참고 살 이유가 하나도 없었는데 내가 미련해 결단을 못 내려서 우리 애까지 막말듣고 맘고생 시켰어요.
날이 갈수록 실망과 환멸만 더 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