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조회수 : 631
작성일 : 2019-07-17 10:23:25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끄을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 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웁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리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을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李相和)의 시.



1926년 《개벽(開闢)》지(誌) 6월호에 발표하였습니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실하고

소박한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는 이 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첫 연 첫 행의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구절이라 하겠습니다.

일제하의 민족적 울분과 저항을 노래한 몇 안 되는 시

가운데서도 이 시가 특히 잘 알려진 이유는

그 제목과 첫 연 첫 행의 구절이

매우 함축성 있게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대의 절약(節約) 속에 최대의 예술이 있다"라는

좋은 표본이 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해설은 두산백과의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출처: https://kwon-blog.tistory.com/677 [여행과인생]

IP : 1.216.xxx.2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7.17 10:26 AM (211.243.xxx.11) - 삭제된댓글

    가슴 저리고 눈물 납니다.
    다시는 빼앗기지 말아야죠.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데요.

  • 2. 언제나
    '19.7.17 10:50 AM (182.215.xxx.201)

    좋은 시예요.

  • 3.
    '19.7.17 11:39 AM (106.102.xxx.60)

    노래도 들어보세요

    https://youtu.be/3c4UVLBNW8M

  • 4. 가슴이
    '19.7.17 1:45 PM (112.152.xxx.131)

    ...저려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서글픈 봄.
    맘껏 즐길 수도 없었던 그 봄, 그 때의 사람들... 그 서러운 봄이 ,,아프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8562 최근 해먹은 음식 중에 뭐가 젤 맛있었나요? ㅇㅇ 10:02:53 16
1588561 이번주 토요일 속초가는데 맛집 추천 가보자~ 09:59:54 29
1588560 미국산 기장쌀 괜찮을까요? 1 사려고 09:57:31 39
1588559 범죄도시4 모티브가 파타야 살인사건이래요 4 ... 09:56:40 220
1588558 아침에 일어나면 잘 빠지던 반지가 안 빠질 정도로 붓기가 있는데.. 신장 09:56:05 54
1588557 운동해 살빠져 좋은데 눈이꺼짐 3 ㅇㅇ 09:53:19 198
1588556 우드상판 하신분 계신가요? 0011 09:50:26 63
1588555 범죄도시4 재밌나봐요 3 지인 09:47:50 336
1588554 영어과외 문의드려요 9 과외 09:47:26 100
1588553 성당 독서단 많이 어렵나요? 3 ㅇㅇ 09:43:02 216
1588552 발안만세시장 맛집 추천해주세요 발안만세시장.. 09:43:01 45
1588551 9호선 고터에서 여의도 많이 막히는 시간대 교통 09:41:29 75
1588550 잠자리 거부하는 바람남 2 09:40:40 723
1588549 한국 사람들이 유독 깔끔한거 맞나요? 20 -- 09:37:47 1,180
1588548 8년전 82의 투표결과 놀랍네요 3 ㅇㅇ 09:35:53 482
1588547 운동기구 스텝퍼 ᆢ무릎 안아프게 이용하는법은 ? 3 11 09:35:40 209
1588546 걸그룹으로 뜨면 인생이 달라지네요 8 09:34:46 1,128
1588545 조국 최성해말이에요 13 ㄱㄴ 09:32:05 630
1588544 국회의장 김진표는 정말 잘못 뽑았어요 18 아휴 09:31:57 654
1588543 채상병 시험관 10년만에 얻은 외동아들이었대요 11 마음아파요 09:30:20 937
1588542 오늘 체감온도 12-14도.. 뭐 걸쳐야하나요? 9 아니 09:29:29 728
1588541 명시니 꿈..쒯! 2 09:25:58 292
1588540 대출이자 압박으로 5 ... 09:25:04 701
1588539 이런증상도 나이먹어 노화라서 그런건가요? 7 ........ 09:23:03 562
1588538 주식과 사랑에 빠졌어요 8 .... 09:21:23 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