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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

순대꽃 조회수 : 1,506
작성일 : 2019-06-25 12:40:38

남편과 좀 전에 둘이 나가서

동네 붐비는 순대국집의 구석 쪽자리에 앉았다


뭐 먹을까? 특으로 먹을까?

그냥 일반으로

일반 둘이요~~


순대국이 나오기 전 최근 있었던 일 얘기


걔가 거기서도 나한테 했던 똑같은 짓을 해서 원성을 산다네

그 소식만으로 힐링된다

그렇지 사람 안변하니까 걔는 못됐더라


아..하면 아..하고 알아들어주고 서로 픽..웃음

정치인 뻘짓도 가볍게 씹어주고

서로 가정사로 인한 아픔도 쓱 한 번 문대주고,,


대화 소재가 자유연상기법 맨치로 휙휙 바뀌어도

턱턱 서로 잘  주고  잘 받는게

테트리스가 제 자리에 꽂히는 기분


뜨거운 뚝배기가 나왔다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뜨거운 김에 머리를 박고 자기 국을 먹는다

먹다가 뜨거우면 잠시 먼 메뉴판 보며 하~ 식히고


깍두기 더 먹을래?

아니 난 됐어 더 먹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편안하다

내가 나와 마주 앉아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을 더 즐겁게 해줄 필요도 없고

더 예쁘고 매력적으로 보이려 어필하지 않아도 되고

어색할까 전전긍긍하지도 않는 이 느낌

이게 우리 둘이 하나가 된다는 걸까


너와 나의 경계가 분명한데

둘이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서 잠깐 교신했다가

다시 서로의 뚝배기 안으로 돌아가는 느낌

내가 내 뚝배기 먹는데 너의 존재가 방해도, 딱히 도움도 되지 않지만

네가 거기 그렇게 있어줘서

그것만으로 외롭지 않고

너의 존재로써 그저 충분하고 충만한 느낌


아 이런거구나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

한 때는 서로 인절미 두 개를 밟아놓은 듯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야 이거였구나

홀로 단단히 더불어 조화롭게


배불리 먹었어?

끄덕끄덕 ...갈까?

응..


나의 손에 연결된 느슨하지만 단단한 그의 투박한 손마디.

이대로 좋다 충분하다



결혼 20년차

82는 내 일기장이라서 가끔 이렇게....끄적끄적..보거나 말거나




IP : 221.140.xxx.23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6.25 12:48 PM (110.5.xxx.184)

    30년 살다보니 '따로 또 같이'에서 진정한 조화와 합일을 느끼고 있어요.
    서로 각자 그대로의 다른 모습이 온전히 보존된 상태로 서로를 향할 때 서로를 비춰주고 밝혀줄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세요^^

  • 2. ..
    '19.6.25 1:09 PM (223.38.xxx.183)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보고 눈물 날 뻔 했어요 ㅠㅠ 두분 쭉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바래요. 저도 그런 저의 반쪽이 있으면 좋겠네요. 그냥 존재만으로 충분하고 충만한 사람.

  • 3. 990
    '19.6.25 1:36 PM (115.161.xxx.175)

    저도 눈물날뻔했어요
    아 하면 아하고 그럴때 정말 마음 이어진 느낌이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 4. 살림사랑
    '19.6.25 2:19 PM (118.221.xxx.147)

    제가 가끔씩 느끼는 감정들이 그런게 아니었나 싶어요
    같이 손잡고 다니면 생각없이 걸을때도 좋지만
    손놓고 떨어져서 걷는것보다 더
    마음에 평화로움이 밀려오면서 따뜻한 마음이 들때가 참 좋아요
    내옆에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게 이렇게 큰위안이 되는구나 싶네요

  • 5. 저도
    '19.6.25 2:35 PM (112.149.xxx.254)

    이런 글 좋아요

  • 6. 순대꽃
    '19.6.25 2:39 PM (221.140.xxx.230)

    저는 성정이 자유분방하고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지라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속박된다 느낄때가 종종 있는데요,

    또 반대로,
    결혼과 엄마의 역할이 아니면
    나 같은 사람이
    사랑과 독립을, 인간을
    또 어디서 배울 수 있었으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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