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영화를 보면서, 메타포나 영화적 장치를 떠나 봉감독은 어쩌면 저렇게 가난의 핵심을 짚었을까... 했네요.
반지하도 살아보고 단칸방도 전전해 본 아주 가난한 집 출신인 제게도 송강호네가 사는 반지하집 현실은 좀 너무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지저분하고 정리안되어 있고, 식구들의 무기력함이 조금은 과하게 다가왔어요.
영화 보면서 제일 소름끼치게 리얼하게 다가왔던 건 냄새로 가난을 구체화시키는 부분이네요.
그 터널같던 가난의 시절을 지나서, 저는 어느덧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고, 독립도 하고 소위 말하는 상위 몇프로에 들 정도로 성공도 하고 외국 유학에 외국 생활도 했어요. 어느날 한국에 잠깐 방문했다가 여전히 오래된 연립 주택에서 세를 살고 있던 엄마를 밖에서 만났는데 너무나 이상한 냄새가 나서 제가 선물로 보냈던 버버리 겨울 외투를 들쳐보았죠. 거기에서 나던 생선 비린내와 오래되고 눅눅한 구옥의 냄새가 합쳐져서 어찌나 역하던지, 그자리에서 엄마한테 와락 화를 내고 왜 이러고 사냐 이러면서 한참 짜증을 냈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고생하던 시절에는 만원버스에 지하철도 잘만 타고 다녔는데, 자동차만 타고 다니다 어느날 지하철 타보니 다가오던 꿉꿉하고 이상한 냄새들 생각도 나고. 특히 1호선이 심하죠.
지하철 어떻게 타고 다니냐고 묻던 철없는 부자집 친구의 말 듣고 분노햇던 날도 있었는데 이렇게 저도 모르게 그렇게 사람들이 섞여서 나는 냄새를 신경쓰고 있다니...
암튼 가난과 성공의 경계를 나름 넘나들어본 제게 기생충은 극사실주의 영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