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긴글주의)

----- 조회수 : 3,827
작성일 : 2019-05-27 01:17:02
안녕하세요.
저는 아주 오래 된 회원입니다.
2003년, 이 사이트 초창기에 가입해서
여러 게시판에 글을 꽤 많이 올리면서
좋은 분들과 온라인 친구도 되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몇 번인가 나가고 그랬었습니다.

원래 온라인 만남은 온라인으로 끝내는 게 제 모토였는데
82쿡이라는 데가 다른 온라인 커뮤와는 많이 달라서
되게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재미있다 보니
어느 틈엔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오프 모임까지 나가게 된 거였지요.

거기서 자스민 님을 몇 번 만나봤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친해진 건 아니었지만요.

별다른 인간관계 없이 조용히 살던 제가
82쿡 덕분에 온라인에선 신나게 글 올리며 놀고
오프에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005년이었나
제게 이상한 쪽지가 왔습니다.
하도 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생선회였나,
아무튼 생물 해산물을 제게 보내주겠으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쪽지를 보낸 사람은
게시판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닉네임이었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런 쪽으로 판매업을 하는 사람 같았어요.
그 당시엔 82쿡에 장터 게시판이 있었거든요.
제가 게시판에 글을 좀 올리고 댓글도 많이 쓰고 하니까
시식을 시키고 홍보에 이용하려 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당연히 거절했지요, 제 나름 최대한 정중하게요.
우리 집은 식구가 적어서 먹을 사람이 없다, 뭐 그렇게요.

헌데 상대방은 식구가 적으면 이웃과 나눠먹으면 된다면서
'잔말 말고 주소나 빨리 보내라'는 거예요.

저는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그 날로 82쿡의 모든 활동을 중지했습니다.
오프에서 만나서 전화번호 교환했던 사람들과도
연락을 딱 끊었고요.

내가 아무 생각없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구나
어떤 사람들이 보는지도 모를 게시판에
나불나불 많이도 떠들어댔구나 싶어
너무 두렵고 소름 끼쳤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댔던
제 어리석음이 후회스러웠고
무엇보다 인간이 너무 무서워졌습니다.

그렇게 82쿡에 발길을 끊게 됐고
어느새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전
외국에 사는 제 친구가 메신저로 82쿡의 소식을 알려왔어요.
제가 몇 번 만나뵈었던 자스민 님의 부고였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저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괜시리 안절부절 못하며 82쿡을 들락날락했어요.

사실 일주일 내내 글을 올릴까 말까 적잖이 고민했습니다.
잘못하면 구질구질한 변명처럼 보일까봐서요.
하지만 조문도 못 갔는데
이렇게라도 자스민 님께 작별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습니다.

자스민 님, 고통 없는 그곳에서 편히 잠드세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레시피와 선한 영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내용도 없는 긴 글을 읽어주신
회원 여러분도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IP : 112.153.xxx.16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9.5.27 1:25 AM (121.138.xxx.41)

    좋은 곳에 계실겁니다. 원글님도 행복하시길.

  • 2. 감사합니다
    '19.5.27 1:28 AM (222.114.xxx.207)

    인사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자스민님 요리책 2권이나 샀어요
    키톡에 올리신 고딩아침밥상에 하도 감탄을 해서요
    그분이 떠나시고 이렇게 오랜 인연들이 82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게 되네요 원글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3. ㅇㅇ
    '19.5.27 3:36 AM (115.161.xxx.156)

    이렇게라도 인사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초창기의 사람 내음 나는 분을 이리 보니 새삼 반갑고 아쉽고 그렇네요.
    늘 건강하시고요.
    그래도 아주 가끔은 82에 님같은 분도 계심을 잊지 않게 들러주셨음 안타까운 맘에 이별 인사가 쉽잖네요.
    자스민님처럼 그리 원년 멤버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건 수순이겠지만...

  • 4. 감사합니다.
    '19.5.27 7:57 AM (211.36.xxx.8)

    초창기에는 연말에 송년회도 하고 이런저런 오프모임이 많았었죠? 자스민님 재기발랄 스타였었고ᆢ안타까운 소식 접하고 다들 놀라고 당황하고 인생 무상 느끼셨을꺼예요.
    용기내줘서 이렇게 글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고인과 자녀들에게 전달될거라고 믿어봅니다.자스민님 사랑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36434 식품제조 위생화로 이런 신발 괜찮나요? 6 hap 2019/05/27 1,079
936433 어느 터미널? 2 플리즈 2019/05/27 918
936432 제주도 당일코스 8 제주 2019/05/27 1,962
936431 혹시 사업자등록 같은건 신청하면 하루만에 처리되나요? 5 세상은만드는.. 2019/05/27 942
936430 원피스좀 봐주세요 9 질문 2019/05/27 3,139
936429 문지애아나 유투브하네요 2 ㄱㄴ 2019/05/27 2,796
936428 들기름파스타 진짜 맛있어요 19 .. 2019/05/27 6,726
936427 부모 잘못 만나 초등학교도 못 간 21살 여학생 믿어지지가... 2019/05/27 2,102
936426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요 33 지금은 괜찮.. 2019/05/27 10,036
936425 자기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듯 하다네요 10 우리 며느리.. 2019/05/27 2,941
936424 태민영이라는 배우 기억나세요? 17 ... 2019/05/27 6,987
936423 초등 5학년 영어 학습지 어떨까요? 6 영어 2019/05/27 1,938
936422 중국 비에수(빌라) 살아보신 분 계신가요 16 상하이 2019/05/27 1,528
936421 명품가방은 다 가죽이죠? 9 zz 2019/05/27 2,487
936420 덧신은 발등 높으면 잘 벗겨지나요? 덧신 2019/05/27 592
936419 기생충 영화가 넘 기대돼요~~ 18 봉준호 2019/05/27 5,542
936418 휘둘리지 않는 법. 중심잡고사는 방법 좀 알려 주세요 2 중심 2019/05/27 1,800
936417 빵중독인지;;;자꾸사요@ 5 zz 2019/05/27 2,527
936416 동양인은 확실히 귀여운 매력이 있어요 4 .. 2019/05/27 3,927
936415 전세자금 대출을 이미 전세 들어간 상태에서도 받을 수 있나요? 2 모랑이 2019/05/27 1,589
936414 잘풀리면 질투한다는데 2 ㅇㅇ 2019/05/27 2,252
936413 에어컨 바람 나오는 곳도 3 비가 2019/05/27 1,207
936412 “조진래 수사 의뢰, '홍준표 측근' 한경호 경남부지사가 했다”.. 4 잡것들 2019/05/27 1,560
936411 학폭 폭로 예고 하신 분의 글을 읽고나니 8 ... 2019/05/27 4,017
936410 노트북 인치, 시력에 좋은 것은 몇인치가 좋을까요. 클수록 좋은.. 1 ........ 2019/05/27 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