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아주 오래 된 회원입니다.
2003년, 이 사이트 초창기에 가입해서
여러 게시판에 글을 꽤 많이 올리면서
좋은 분들과 온라인 친구도 되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몇 번인가 나가고 그랬었습니다.
원래 온라인 만남은 온라인으로 끝내는 게 제 모토였는데
82쿡이라는 데가 다른 온라인 커뮤와는 많이 달라서
되게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재미있다 보니
어느 틈엔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오프 모임까지 나가게 된 거였지요.
거기서 자스민 님을 몇 번 만나봤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친해진 건 아니었지만요.
별다른 인간관계 없이 조용히 살던 제가
82쿡 덕분에 온라인에선 신나게 글 올리며 놀고
오프에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005년이었나
제게 이상한 쪽지가 왔습니다.
하도 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생선회였나,
아무튼 생물 해산물을 제게 보내주겠으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쪽지를 보낸 사람은
게시판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닉네임이었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런 쪽으로 판매업을 하는 사람 같았어요.
그 당시엔 82쿡에 장터 게시판이 있었거든요.
제가 게시판에 글을 좀 올리고 댓글도 많이 쓰고 하니까
시식을 시키고 홍보에 이용하려 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당연히 거절했지요, 제 나름 최대한 정중하게요.
우리 집은 식구가 적어서 먹을 사람이 없다, 뭐 그렇게요.
헌데 상대방은 식구가 적으면 이웃과 나눠먹으면 된다면서
'잔말 말고 주소나 빨리 보내라'는 거예요.
저는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그 날로 82쿡의 모든 활동을 중지했습니다.
오프에서 만나서 전화번호 교환했던 사람들과도
연락을 딱 끊었고요.
내가 아무 생각없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구나
어떤 사람들이 보는지도 모를 게시판에
나불나불 많이도 떠들어댔구나 싶어
너무 두렵고 소름 끼쳤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댔던
제 어리석음이 후회스러웠고
무엇보다 인간이 너무 무서워졌습니다.
그렇게 82쿡에 발길을 끊게 됐고
어느새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전
외국에 사는 제 친구가 메신저로 82쿡의 소식을 알려왔어요.
제가 몇 번 만나뵈었던 자스민 님의 부고였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저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괜시리 안절부절 못하며 82쿡을 들락날락했어요.
잘못하면 구질구질한 변명처럼 보일까봐서요.
하지만 조문도 못 갔는데
이렇게라도 자스민 님께 작별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습니다.
자스민 님, 고통 없는 그곳에서 편히 잠드세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레시피와 선한 영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내용도 없는 긴 글을 읽어주신
회원 여러분도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